김서준 해시드 대표 포항공대 컴퓨터공학, 전 웹캐시 SW 엔지니어, 수학교육 서비스 노리 공동창업 후 대교에 매각 / 김서준 해시드 CEO는 “투자를 안 하면 가난해지는 세상에서 암호화폐 시장에 계속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해시드
김서준
해시드 대표 포항공대 컴퓨터공학, 전 웹캐시 SW 엔지니어, 수학교육 서비스 노리 공동창업 후 대교에 매각 / 김서준 해시드 CEO는 “투자를 안 하면 가난해지는 세상에서 암호화폐 시장에 계속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해시드

끝은 어디일까.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4월 1일 오전 한때 7200만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2017년 강력한 암호화폐(가상자산) 규제를 쏟아냈을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최근에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 의장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에 대해 잇따라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지만, 정작 투자자들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블록체인에 투자하는 해시드의 김서준 최고경영자(CEO)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여러 나라에선 환(換)이 디지털화했다”며 “과잉 유동성으로 미국 달러화가 과거의 지위를 잃어가면서 마음대로 늘릴 수 없는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역삼동 해시드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올해 비트코인이 1억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했다.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기관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하고 있고, 이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바뀌었다. 해시드도 KB국민은행과 ‘코다(KODA)’라고 하는 회사를 만들어 기관 투자자와 기업의 가상자산을 보관(스톡)할 수 있도록 했는데, 대단히 많은 문의가 오고 있다. 기업과 기관이 현금을 가진 것을 매우 불안하게 생각한다. 일부 자산을 가상자산으로 저장하려는 잠재 수요가 많다는 걸 느낄 정도다.”

가상자산 시장이 계속 성장할까.
“사람들이 정부와 중앙은행의 재정⋅통화 정책을 믿지 못하고 있다. (미 달러화를 찍는) 연준의 프린터가 고장 났다고 생각한다. 시중 통화량을 뜻하는 광의통화(M2) 그래프를 보면 계속 우상향하고 있다. 돈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다. 지금 1달러가 내년에도 같은 가치로 유지된다는 믿음이 사라진 세상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현금을 보유하는 건 매우 좋지 않은 옵션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반면 가상자산은 한정돼 있다. 가치 저장과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투자를 안 하면 가난해지는 세상에서 가상자산 시장에 계속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

전설적인 투자자 레이 달리오나 워런 버핏은 가상자산이 불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리오와 버핏이 시장을 잘못 읽은 것이다. 전통적인 투자자들이 미래를 못 읽어 실수하는 사례라고 본다. 사실 달리오도 기본적으로는 미 달러화가 지금의 지위를 잃을 것이란 얘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면 달러화에 투자한 돈은 앞으로 어디로 갈까. 마음대로 늘릴 수 없는 자산으로 이동할 것이다. 금? 비트코인? 이미 이에 대한 테스트는 작년에 끝났다.”

더 설명해달라.
“비트코인과 금의 상관관계가 끊어져 버렸다.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자산으로서 금을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이미 초대형 헤지펀드와 대형 상장사도 가상자산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테슬라가 금을 산다, 이런 얘긴 안 나오지 않나. 자산을 지키기 위한 투자로 비트코인을 채택하는 연금과 펀드가 많아지고 있다. 누가 맞고, 틀리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장에서 맞다고 하면 맞는 거다. 옐런 재무장관과 파월 의장이 가상자산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해도 비트코인 가격이 영향받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CBDC)에 대한 논란이 많다.
“CBDC는 가상자산 시장을 더 성장시키는 매개가 될 것이다. CBDC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통제하는 시스템 안에서의 디지털 화폐다. 한국만 봐도 사실상 디지털화된 원화를 쓰는 것처럼, 여러 나라의 환은 이미 디지털화됐다. 국가 입장에선 통제가 쉽고, 재정 정책을 쓰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 가상자산과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하지만 디파이와 NFT(대체 불가능 토큰) 같은 탈중앙화 금융과의 징검다리 역할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도 가상자산 시장에서 근본적인 차이는 만들지 못할 것이다. 중앙은행에서 통화를 조절하는 것과 달라지는 게 없기 때문이다.”

CBDC가 비트코인 가치를 급락시킬 것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통화금융청(OCC)은 은행에서 암호화폐 기업 서클이 발행하는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지급 결제를 허용했다. 글로벌 카드 회사 비자 역시 최근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진화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단계다. 미국도 한국처럼 기본재난소득을 여러 차례 뿌렸는데 그중 10% 이상이 투자 자산으로 활용됐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비트코인을 사는 데 사용됐다는 통계가 있다. 이미 대중이 너무 쉽게 살 수 있는 자산이 됐다.”

NFT의 성장은 어떻게 보고 있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NFT는 2017년부터 블록체인 게임 섹터에서 나왔던 개념이다. 올해가 대중적으로 퍼지는 원년이 된 것 같다. 디지털 아트 분야의 경우 일반인과 아티스트의 활동이 본격화하고 이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일종의 커뮤니티화가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와 결합하면서 더욱 큰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다. 집에 미술 작품을 거는 것보다 메타버스 뮤지엄이나 갤러리에 전시하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않은가. 현실에서의 ‘고유성’이 디지털 공간에서도 구현되는 셈이다.”

금융의 미래는.
“인터넷 은행들이 전통 은행들에 충격을 주고 있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현상이 2~3년 안에 나올 것이다. 탈중앙화 네트워크에서 예금, 대출, 자산 관리, 파생상품, 보험 등의 금융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 디지털 서비스 영역에서 한국은 이미 식민지화가 됐다고 생각한다. 페이스북, 유튜브, 넷플릭스, 클럽하우스 등 매우 많은 디지털 공간에서의 시간을 해외 서비스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나마 금융시장은 라이선스(면허) 때문에 글로벌 금융회사의 진입이 막혔다고 생각하지만, 경쟁력 있는 탈중앙화 서비스가 들어오면 제도권 회사들이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본다. 한국에서도 이 산업을 전면 개방하고 규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공격이 최고의 수비다.”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을 막는 악법은?
“‘특정금융거래정보의 이용 및 보고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과 업권법(영업이나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근거법)의 균형이 맞지 않다. 특금법은 산업 육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금 세탁을 막기 위해 가상자산 사업자를 규정하는 내용이 들어간 법이다. 업권법은 산업의 권리를 보호해주고, 전략적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국가의 스탠스(태도)가 포함된 법이다. 미국의 경우 가이드라인이 굉장히 명확하다. 가령 ‘은행에서 가상자산을 수탁해도 된다’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지급 결제할 수 있다’와 같이 산업군 안에서 할 수 있는 행위를 하나씩 제시해준다. 하지만 한국의 특금법은 모호하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명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래서 블록체인이나 가상자산 다루는 회사들이 법률 비용에만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2017년이 사실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 큰 기회였다. 하지만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한 정부는 시장을 사실상 ‘셧다운’시켰다. 가상자산이 얼마나 중요한 산업이고, 글로벌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정부가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자율적인 영역이 허용돼야 하는데, 규제하고 세금 걷는 것만 강조되고 있다. 굉장히 사업하기 힘든 환경이다.”


plus point

해시드는 어떤 회사

프로토콜 경제에 투자하는 회사로 2018년 설립됐다. 프로토콜 경제는 여러 경제 주체를 연결하는 탈중앙화 형태의 경제 모델로, 독점적인 플랫폼 경제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참가자의 기여도에 따라 공정하게 보상하고, 거버넌스(지배구조)도 개방된 형태의 기업들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카카오와 라인, KB국민은행 등과 협력하고 있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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