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범준큐리오스튜디오 대표 포스텍 IT융합공학과 휴학(2학년), 네이버웹툰 모바일 앱·AR 연구개발 인턴 / 손범준 큐리오스튜디오 대표가 4월 5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AR 기반 모바일 3D 콘텐츠 플랫폼 ‘믹서(MXXR)’를 소개하며 미소 짓고 있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손범준
큐리오스튜디오 대표 포스텍 IT융합공학과 휴학(2학년), 네이버웹툰 모바일 앱·AR 연구개발 인턴 / 손범준 큐리오스튜디오 대표가 4월 5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AR 기반 모바일 3D 콘텐츠 플랫폼 ‘믹서(MXXR)’를 소개하며 미소 짓고 있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이제 3차원(3D) 콘텐츠 시대가 열릴 겁니다. 현실과 가상 세계를 오가는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공간에서 사람들은 캐릭터 등 다양한 3D 콘텐츠를 즐길 것이고 이 시장을 큐리오스튜디오가 잡겠습니다.”

모바일 3D 콘텐츠 플랫폼 스타트업 ‘큐리오스튜디오’ 손범준(23) 대표의 포부다. 현재 모바일 콘텐츠 시장은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3D 콘텐츠는 없다. 손 대표가 바라본 블루오션이다. 손 대표는 이런 모바일 콘텐츠 시장 트렌드를 읽자마자, 대학 졸업도 전에 창업에 나섰다. 2019년 8월, 포스텍(POSTECH·포항공대) IT융합공학과 2학년 재학 중이었다. 그로부터 1년 후 손 대표는 AR 기반 모바일 3D 콘텐츠 플랫폼 ‘믹서(MXXR)’를 시장에 내놨다. 가상의 물체인 3D 콘텐츠를 개발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현실 세계에 넣고, 사용자가 그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한 플랫폼이다. 올해 3월에는 성장 가치를 인정받아 카카오벤처스, 포스텍홀딩스로부터 6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4월 5일 서울 성수동 큐리오스튜디오 사무실에서 손 대표를 만났다.


사용자가 큐리오스튜디오에서 제작한 3D 콘텐츠 ‘미로’와 함께 촬영한 사진(왼쪽)과 ‘유미의 세포들’ ‘대학일기’ ‘아라찌와 친구들’ 등 ‘믹서’에서 즐길 수 있는 3D 콘텐츠들. 사진 큐리오스튜디오
사용자가 큐리오스튜디오에서 제작한 3D 콘텐츠 ‘미로’와 함께 촬영한 사진(왼쪽)과 ‘유미의 세포들’ ‘대학일기’ ‘아라찌와 친구들’ 등 ‘믹서’에서 즐길 수 있는 3D 콘텐츠들. 사진 큐리오스튜디오

AR 기반 모바일 3D 콘텐츠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현재 모바일 콘텐츠 시장을 보면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뿐이다. 사람들은 카카오톡·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고, 자신이 좋아하는 이미지를 공유한다. 유튜브는 다양한 사람들이 동영상을 직접 올리고, 올라온 동영상을 즐기는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3D 콘텐츠가 공유되고 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찾아볼 수 없다. 현실과 가상 세계를 오가는 AR, XR 공간에 3D 콘텐츠를 만들어 넣어, 사용자들이 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3D 콘텐츠 사용자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서 그렇다. 귀여운 캐릭터 등 3D 콘텐츠를 AR 공간에서 즐기려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사람들이 카카오톡 이모티콘(이미지), 유튜브 동영상 콘텐츠에 열광하는 것처럼, 3D 콘텐츠 시대도 곧 올 것이다. 그리고 3D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이미 많다. 게임 개발사, 영상 제작업체 등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만 해도 3D 콘텐츠 공급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3D 콘텐츠를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없을 뿐이다. 우리가 이 시장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해외 시장은 어떤가.
“해외도 3D 콘텐츠 시장이 만들어지는 단계다. 3D 콘텐츠를 사고팔고 공유하는 스케치팹(Sketchfab)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웹 위주이고 우리가 추구하는 모바일 서비스 환경과는 차이가 있다. 올해 초에는 전문가들이 3D 모델을 판매하는 터보스퀴드(TurboSquid)가 사진·이미지 판매업체 셔터스톡에 7500만달러(약 840억원)에 매각됐다.”

지난해 9월 AR 기반 모바일 3D 콘텐츠 플랫폼 ‘믹서’를 내놨다. 어떤 서비스인가.
“스마트폰으로 믹서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앱을 작동하면 카메라가 촬영하는 실제 배경이 화면에 나온다. 여기에 AR, 가상현실(VR) 기술을 적용해 큐리오스튜디오가 만든 캐릭터 등 3D 콘텐츠를 화면에 띄우고 자유롭게 이동시키며 즐길 수 있다. 사용자가 화면에 나올 수 있어, 3D 콘텐츠와 함께 놀 수도 있다. 3D 콘텐츠가 화면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게 할 수 있고, 테이블·벽 등 사물을 뚫고 나오게도 할 수 있다. 사용자가 3D 콘텐츠를 어떻게 컨트롤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고, 사진과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믹서의 주 고객층은.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04년생)를 타깃으로 했고, 실제로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 또는 동영상을 찍고 친구에게 보내거나 SNS에 공유하며 즐긴다. 이런 MZ 세대의 취미는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그들이 좋아하는 인기 캐릭터 등 3D 콘텐츠를 넣고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드는 공간을 만들었다.”

네이버웹툰과 IP(지식재산) 협약을 맺고 3D 콘텐츠를 제작했다.
“‘유미의 세포들’ ‘대학일기’ ‘모죠의 일지’ 등 네이버 인기 웹툰 캐릭터 3개를 활용한 3D 콘텐츠를 만들었고, 지난해 12월부터 믹서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믹서에서 이 캐릭터를 가지고 놀 수 있다. 현재 네이버웹툰의 다른 캐릭터를 사용하는 것도 추가로 논의 중이다. 코핀커뮤니케이션즈의 귀여운 햄스터 캐릭터 ‘아라찌와 친구들’도 3D 콘텐츠로 제작해 믹서에서 즐길 수 있다. 유령 캐릭터 ‘미로(MIRO)’ 등 큐리오스튜디오가 자체 개발한 3D 콘텐츠도 많다.”

창업 전 네이버웹툰에서 모바일 앱, AR 개발 인턴을 한 게 도움이 됐다고 들었다.
“연구개발 인턴을 하며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를 알게 됐고, 창업 후 협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 대표가 관련 팀을 만나 직접 설득하라고 했고, 6개월 동안 우리의 서비스와 방향을 설명한 끝에 지난해 9월 네이버웹툰과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었다.”

3D 콘텐츠 공유 플랫폼을 꿈꾼다.
“현재 믹서는 큐리오스튜디오에서 3D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고 사용자가 즐기는 구조다. 진정한 플랫폼으로 발전하려면, 다양한 3D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개발해 믹서에 올리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일반 사용자가 가상 공간을 직접 설계하고, 그곳에 3D 콘텐츠를 배치해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3D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해 보인다.
“믹서를 통해 자신이 창작한 3D 콘텐츠를 세상에 알릴 수 있다.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플랫폼들로 인해 창작자들이 점점 주목받고 있고, 앞으로 기존 직업들이 많이 사라지는 세상에서 3D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유망 직업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3D 콘텐츠를 유료화해 소비자가 구매하면 3D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