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원 서울아산병원 교수 부산대 의대 학사, 울산대 의대 의학 석사, 서울아산병원 임상강사,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 / 송기원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송기원 서울아산병원 교수
부산대 의대 학사, 울산대 의대 의학 석사, 서울아산병원 임상강사,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 / 송기원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는 간(肝)이다. 무게 1.2~1.5㎏의 이 커다란 장기에 염증이나 종양이 생기면 우리 몸은 필요한 필수 영양소를 만들어 저장하지 못한다. 또 해로운 물질을 해독하지 못해 생명이 위협받는다. 간 기능이 나빠지거나 소실돼 약물치료나 간 절제만으로 치료가 어려우면, 최선의 선택지는 ‘간이식’이다. 이식(移植)이란 ‘옮겨 심는다’는 뜻이다. 건강한 사람의 간 일부를 이식받은 환자는 ‘새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서울아산병원은 간이식 수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치료가 어려운 중증 환자들을 제외하지 않았음에도 간이식 환자의 1년 생존율이 98%에 달한다. 이는 장기이식 선진국인 미국의 89%를 훌쩍 뛰어넘는다. 지난해에는 첫 간이식 수술 28년 만에 7000번째 간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국내 간이식 수술의 약 45%를 차지하는 수치다. 2017년에는 생체 간이식 361건 중 수술 사망률 0% 기록도 세웠다.

‘조선비즈’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드림팀에서 2년 이상 간이식 수술에 매진한 송기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를 7월 16일 만났다. 송 교수는 “살아 있는 간을 건강한 사람의 몸에서 떼어 내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생체 간이식은 장기 기증자와 수혜자를 수술실에 함께 눕혀 놓고 진행해야 하며, 수많은 혈관을 일일이 연결하는 매우 복잡한 수술”이라며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등의 수술 인력, 마취과 및 영상의학과 전문의 등이 한 팀이 돼 힘을 합쳐야 성공적으로 수술을 이끌 수 있다”라고 했다.

그는 “간이식 수술에서 실패는 거의 없다”면서도 “약 3~4%의 환자에게서 수술 후 감염, 합병증, 이식 거부 반응이 나타난다”라고 했다. 간이식은 크게 뇌사자 간이식과 생체 간이식으로 나뉜다. 한국은 뇌사자 기증이 매우 적어, 건강한 사람의 간 일부를 기증하는 생체 간이식 수술이 발달했다. 생체 간이식은 기증자가 간 일부를 떼어낸 후 큰 합병증 없이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므로 뇌사자 간이식보다 수술 난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 교수는 “간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수술 이후의 합병증 관리를 신경 써야 한다”라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24시간 의료진이 상주하면서 후속 치료까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교수들은 주말에도 출근해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를 논의한다.

미국 10대 병원으로 손꼽히는 스탠퍼드대 병원에서도 치료가 어려웠던 간경화 환자가 국내에서 생체 간이식 수술을 받고 두 달 동안의 치료 끝에 건강을 회복한 사례는 유명하다.

이 환자는 미국 스탠퍼드대 병원 의료진의 권유로 한국으로 와 수술을 받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던 찰스 칼슨(당시 47세)은 2018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진료받은 뒤 그해 12월, 이 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당시 스탠퍼드대 병원에서 골수 이형성 증후군 항암치료를 10회 이상 진행했지만 간기능이 악화해 더는 치료를 진행할 수 없었다. 간질환으로 항암 치료를 이어 가지 못해 환자 상태는 갈수록 나빠졌다.

칼슨이 건강해질 기회는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기증받는 생체 간이식뿐이었다. 스탠퍼드대 병원 의료진은 환자에게 “생체 간이식은 미국보다 한국이 훨씬 앞서 있다”라며 서울아산병원을 추천했다. 간이식 기증자는 그의 부인이었다.

칼슨은 수술 후 간기능이 회복돼 항암 치료를 다시 받을 수 있게 됐다. 당시 수술에 참여한 송 교수는 “환자를 의뢰받았을 때 간경화로 복수가 많이 차 있었고, 여러 차례 항암치료를 받아 많이 쇠약해져, 결과를 장담할 수가 없었다”면서 “의료진을 믿고 치료 과정을 잘 따라준 환자와 가족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칼슨처럼 간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아산병원을 찾아온 미국, 칠레, 러시아, 몽골,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 아랍에미리트(UAE), 이스라엘 등 해외 환자만 112명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상황 전에는 해마다 40여 개국에서 500여 명의 의학자가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의 수술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찾았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송기원(가운데) 교수가 간이식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송기원(가운데) 교수가 간이식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두 명 간 일부 이식 수술 전 세계 95% 차지

서울아산병원에서는 기증자 2명의 간 일부를 각각 기증받아 한 명의 수혜자에게 동시에 이식하는 2 대 1 생체 간이식 수술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1 대 1 생체 간이식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이다. 전 세계에서 2 대 1 생체 간이식 수술의 95% 이상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2 대 1 생체 간이식 수술은 2000년, 간경화 말기로 1년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50대 가장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한 사람의 간 기증으로 충분치 않거나, 남은 간의 용적으로 기증자 생명에 조금이라도 위험이 따를 수 있는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수술로,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석좌교수가 세계 최초로 고안했다.

송 교수는 간이식 분야 석학인 이 교수의 제자이기도 하다. 그도 스승과 함께 2 대 1 생체 간이식 수술을 시행해 왔다. 송 교수는 “건강한 사람의 간이 환자 간에 이식될 수 있는 조건에 부합한다 하더라도 간의 좌·우엽 크기나 비율이 적절치 않으면 기증이 어렵다”면서 “이럴 때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의 간을 이식할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2 대 1 생체 간이식 수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고난도 수술을 위해서는 ‘기증자’의 안전을 해치지 않는 것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며, 수혜자에게 줄 간 용적이 충분한지 살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1996년 서울아산병원에서는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는 ‘혈액 부적합 간이식’ 수술이 처음 시행됐다. 간이식 수술에서 이식받는 환자와 기증자 혈액형이 같지 않아도 더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게 된 계기가 됐다. 송 교수는 2008년 11월 일본 교토대학병원을 단기 방문한 후 ‘ABO 혈액형 부적합 이식’ 성인 생체 간이식을 성공적으로 국내에 정착시키고, 환자 생존율 95%(1년)라는 우수한 초기 성적을 거둠으로써 ABO 혈액형 부적합 성인 생체 간이식이 국내에서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다.

ABO 혈액형 부적합 이식은 기증자와 수혜자 간 혈액형이 부적합한 경우에도 간이나 신장, 췌장 등의 장기를 주고받는 수술이다. 수술 전 혈액형이 맞지 않는 수혜자에게 혈장 교환술, B세포 제거 항체 주입 등의 방법을 통해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항체를 제거하고 수술을 시행하는 고난도 이식 방법이다.

송 교수는 ABO 혈액형 부적합 성인 생체 간이식과 관련된 주제로 10여 편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2012년 세계 간이식학회(ILTS), 2014년 세계간담췌외과학회(IHPBA)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고, 그 외에도 다수 국제 학회에서 젊은 연구자상 및 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장윤서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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