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 소재 이마트24 본점에서 주식도시락을 기획한 황수원 마케팅팀 파트너. 사진 이마트24
서울 성수동 소재 이마트24 본점에서 주식도시락을 기획한 황수원 마케팅팀 파트너. 사진 이마트24

신세계그룹의 편의점 이마트24가 7월 두 차례에 걸쳐 반짝 출시한 주식도시락이 하루 최대 1만5000개 팔리며 소위 대박이 났다. 편의점 업계에서 도시락 단일 품목이 단기간에 이렇게 많이 팔린 건 드문 일이다. 2차 판매가 진행된 7월 28~29일 주식도시락 인기 덕에 이마트24의 전체 도시락 매출은 전주 대비 56% 늘었다.

이마트24의 주식도시락은 4900원으로 흰밥에 떡갈비, 간장불고기볶음, 계란말이, 고기말이, 애호박볶음, 김치, 무말랭이무침 7종 반찬으로 구성됐다. 이 도시락을 구매한 뒤 하나금융투자에 신규 가입한 고객은 네이버, 현대차, 삼성전자, 대한해운 등 10개 종목 주식을 1주씩 무작위로 받았다.

토스증권 같은 신생 증권사가 계좌 개설 이벤트로 주식을 증정한 적은 있지만, 유통가에선 처음이다. 기획자조차 안 팔리면 어쩌나 악몽을 꿀 정도로 걱정했던 상품은 20~40대의 주식 투자 열풍에 힘입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1, 2차 판매(7월 14~16일, 28~29일) 기간 5만 개가 팔렸고, 28일 하루 동안은 1만5000개가 나갔다.

이 도시락을 기획한 황수원 이마트24 마케팅팀 파트너는 주린이(주식+어린이의 합성어, 주식 초보 투자자를 일컫는 말)다. 최근 유통업계 화두인 MZ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에 속하는 1988년생으로 이마트24 입사 4년 차인 그는 월급을 예·적금에만 쌓아두다 뒤늦게 주식에 입문했다.

그는 “20~30대 사이에서 쇼핑보다 투자가 더 좋다는 말이 생겨난 트렌드를 보면서 젊은층에게 재미와 실질적인 혜택을 함께 제공할 수 있는 주식도시락을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황 파트너는 서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주식(主食)과 주식(株式) 발음 같은 데서 착안

황 파트너가 밥을 의미하는 주식(主食)과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株式)의 발음이 같다는 점에 착안해 도시락을 기획한 건 4개월 전이다. 그는 “기획안을 제안했을 때 팀장님, 상무님 모두 찬성해주셨고 도시락을 생산하는 바이어와 신선식품 부서, 기타 유관 부서에서 적극 도와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혀 다른 업역인 금융 업계와 첫 협업을 진행하는 게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편의점 최초로 출시하는 이 상품이 잘 팔린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고 한다. 출시한 도시락이 잘 팔리지 않는 악몽에 시달린 밤도 적지 않았다. 막상 출시해보니 걱정은 기우(杞憂)였다.

주식도시락을 구매해 계좌를 개설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30~40대 고객이 53%에 달했다. 20대와 50대가 각각 19%로 뒤를 이었다. 남성과 여성 비율은 51 대 49로 비슷했다. 하나금융투자는 “기존 투자 시장에선 남성 고객 비중이 높은데, 주식도시락 이벤트를 통해 젊은 여성 고객이 많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이마트24가 하나금융투자와 손잡고 7월 출시한 주식도시락. 4900원짜리 도시락을 사고 신규 계좌를 개설하면 주식 1주를 줬다. 사진 이마트24
이마트24가 하나금융투자와 손잡고 7월 출시한 주식도시락. 4900원짜리 도시락을 사고 신규 계좌를 개설하면 주식 1주를 줬다. 사진 이마트24

20만원 넘는 네이버·현대차 株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

고객들에게 증정된 주식은 하나금융투자가 우량 기업 위주로 선정한 종목이다. 종목은 △네이버(8월 3일 종가 기준 42만8000원) △현대자동차(22만3500원) △삼성전자(8만1400원) △대한항공(2만9700원) △대우건설(7270원) △삼성중공업(6540원) △인터파크(9170원) △맘스터치(4605원) △한화생명(3370원) △대한해운 (2975원)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최고가인 네이버나 현대자동차 주식을 받은 사람이 거의 없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실제 소비자들에게 배부된 주식 수를 비율로 따져보면 대한해운(48%)과 한화생명(45%)이 가장 많았고 다른 종목들은 한 자릿수, 네이버와 현대차는 각각 0.1% 정도다. 최대한 많은 주식을 고객들에게 증정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황 파트너는 “고객 입장에선 4900원짜리 도시락을 사먹으면 3000~4000원짜리 주식 1주를 덤으로 얻게 되는 것”이라며 “이마트24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면서 맛있는 도시락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단골을 확보하려는 목적이었는데 원하는 바를 어느 정도 얻었다.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는 마케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도시락이 일반 편의점 도시락으로서도 맛과 품질, 구성이 좋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황 파트너는 “업계 최초이다 보니 주식 증정에 초점이 맞춰지는 건 당연하지만 모든 고객이 주식을 받기 위해 도시락을 구매한 건 아니다”라며 “도시락을 먹기 위해 구매한 고객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도시락을 기획한 황 파트너는 어떤 주식을 받았을까. 그는 ‘맘스터치’를 받았다며 “노브랜드 버거 다음으로 맘스터치를 사 먹을 것”이라는 농담을 던졌다.


편의점 후발주자 이마트24, ‘차별화’로 승부수

이마트24는 편의점 업계 후발주자로 점포 수 기준 4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CU가 1만4923개, GS25가 1만4688개, 세븐일레븐이 1만501개, 이마트24는 5165개 점포를 두고 있다.

동네 상권을 타깃으로 하는 편의점은 점포 수가 많을수록 고객과 점주 유인이 수월하다. 이마트24는 5000여 개에 불과한 점포 수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2019년 업계 최초로 골프장 그늘집에 편의점을 연 데 이어 작년엔 남대문시장에 면적 8㎡짜리 초소형 매장을 선보였다. 공유오피스에도 무인 편의점을 출점했다.

올해는 배달 매장을 확대한 데 이어 냉장육, 기내식 콘셉트 도시락 등을 판매하고 있다. 8월 3일에는 50만~100만원 상당의 한정판 스니커즈를 경품으로 내건 이벤트를 벌여 화제가 됐다. 이마트24에서 삼각김밥, 김밥, 샌드위치, 햄버거를 구매하면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바코드를 스캔하면 자동 응모되는 방식이다. 10~30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만든 한정판 옷·신발 중개 회사 솔드아웃과 함께 진행했다.

이현승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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