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준영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이사 카이스트(KAIST) 경영공학 학·석사, 전 솔본인베스트먼트 투자심사역 / 사진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변준영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이사
카이스트(KAIST) 경영공학 학·석사, 전 솔본인베스트먼트 투자심사역 / 사진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변준영 컴퍼니케이파트너스(컴퍼니케이) 이사는 자신과 같은 벤처캐피털리스트(투자심사역)를 창업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의 조연 배우라고 소개했다. 많은 회사에 투자해 ‘다작(多作)’을 하지만, 그 투자를 통해 창업가의 사업을 간접 경험한다. 주인공을 도와 많은 영화를 빛내는 조연 배우가 되는 게 변 이사가 말하는 투자심사역의 역할이다.

변 이사는 카이스트(KAIST)에서 학·석사 학위를 받고, KIS채권평가와 솔본인베스트먼트를 거쳐 2013년 말 컴퍼니케이에 합류했다. 지금까지 투자한 기업은 20여 개로,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업계 1등 업체가 대다수다. 전자책 ‘리디북스’, 소프트뱅크가 2000억원을 투자한 인공지능(AI) 교육 솔루션 기업 ‘뤼이드’, 8월 중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모바일 헤드헌팅 업체 ‘원티드랩’ 등이다.

벤처 업계에선 변 이사가 ‘뜰 만한’ 산업을 잘 안다고 평가하지만, 정작 본인은 산업을 보고 투자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자신이 투자한 회사들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공통점으로 창업가의 역량을 꼽았다. 좋은 창업가와 팀을 찾아가 보면, 그들이 하는 사업 대부분이 유망하고, 성장성이 컸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컴퍼니케이 사무실에서 변 이사를 만나 1등 기업을 알아볼 수 있는 비결과 투자심사역으로서 가치관 등을 물었다. 다음은 변 이사와 일문일답.


2019년 변준영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이사와 피투자사 대표들이 일본에 출장 가서 촬영한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현 펀플웍스 대표,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 변준영 이사, 장영준 뤼이드 대표, 이관우 버즈빌 대표. 사진 변준영
2019년 변준영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이사와 피투자사 대표들이 일본에 출장 가서 촬영한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현 펀플웍스 대표,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 변준영 이사, 장영준 뤼이드 대표, 이관우 버즈빌 대표. 사진 변준영

벤처캐피털(VC)에는 어떻게 입사하게 됐나
“2009년 카이스트에서 경영공학 석사까지 마친 후 한국신용평가의 자회사인 KIS채권평가에서 3년간 병역 특례 복무를 했다. 모바일 산업이 한창 무르익으며 티켓몬스터(티몬) 등 젊은 창업가가 세운 스타트업들이 투자받던 시기였다. 당시 나는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 자격증을 갖고 있었고, 이런 전문성을 살리면서 창업 생태계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VC에서 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침 솔본인베스트먼트가 신입 투자심사역 채용 공고를 냈고, 20대 나이로 합격해 투자심사역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투자심사역이 돼보니 어땠나
“창업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1년간 투자심사역으로 일해보니 창업가는 DNA 자체가 달랐다. 창업가는 창의적이고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올인’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직방만 해도 2010년 법인을 설립한 후 5년이 지나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고 버텨내는 사람만이 창업가로서 성공할 수 있겠더라. 창업가가 영화 주연 배우라면, 나는 조연이나 단역 배우다. 배우 유해진처럼 ‘흥행 요정’이 되는 게 투자심사역으로서 이상향이다.”

컴퍼니케이로 옮긴 뒤 기억에 남는 투자는
“네오펙트와 직방, 리디북스에 초기 투자를 했는데 세 회사 모두 ‘대박’이 났다. 네오펙트에는 5억원을 투자해 상장으로 8배의 수익을 냈다. 직방은 10억원을 투자했는데, 해당 벤처 펀드가 청산되며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해 20배를 벌었다. 두 회사 모두 ‘컴퍼니케이 방송정보통신전문투자조합’이라는 펀드를 통해 투자했다. 결성 당시 규모가 100억원이었는데 청산 때는 320억원이 됐다. 내가 심사한 투자 건으로 얻은 수익은 250억원이었다. 리디북스에는 35억원을 투자했고, 아직 엑시트하진 않았지만 기업 가치가 10배 넘게 오른 상태다.”


한 남성이 네오펙트에서 개발한 상지(팔) 재활 기기 ‘스마트 보드’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 네오펙트
한 남성이 네오펙트에서 개발한 상지(팔) 재활 기기 ‘스마트 보드’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 네오펙트

네오펙트, 직방, 리디북스 다 잘된 회사들인데, 공통점이 무엇인가
“경험이 풍부하고, 훌륭한 창업가가 있다는 점이다. 네오펙트 대표이사는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미국에서 창업을 경험하고, 뇌졸중 환자들을 위한 재활 헬스케어를 창업했다. 직방 대표는 엔씨소프트에 근무하다 회계사도 돼 보고, VC인 블루런벤처스에서 일하다 창업까지 했다. 짧은 시간 창업가로서 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을 많이 쌓은 것이다. 경력만으로 훌륭한 창업가가 되는 건 아니지만, 성공한 창업가들과 대화를 나눠 보면 실제로 배울 점이 많다.”

‘훌륭한 창업가’라는 기준은 다소 모호하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자신이나 자기 사업을 과신하지 않고, 꼼꼼하면서도 리더십이 있다. 주변 사람도 잘 챙긴다. 팀도 중요하지만, 대표이사가 가장 중요하다. 좋은 대표가 좋은 인력을 끌어오기 때문이다. 리더인 대표가 직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직원들도 회사를 위해 헌신할 수 있다. 또 책임질 수 있는 약속만 하고, 신뢰가 가능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도 훌륭한 창업가의 특징이다. 예측이 가능한 사람은 갑자기 생뚱맞게 이상한 행동을 하진 않는다.”

투자사 입장에서는 높은 투자 수익을 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는 창업가와 7~8년, 길게는 10년 이상 오랫동안 함께해야 하는데, 그동안 분명히 안 좋은 일도 많이 겪을 수밖에 없다. 인품이 좋지 못한 사람은 회사에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분쟁을 일으키고 머리 아픈 상황을 만든다.”

창업가 외 투자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아직 개화하지 않은 산업에서 1등 하는 회사를 유망하게 본다. 직방은 내가 투자할 때 월 매출액과 이용자 수가 지금의 5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 자체가 작았지만, 모바일 부동산 플랫폼 중에선 분명한 1위 업체였다. 리디북스도 투자 당시에는 월 매출액이 10억원 수준이었다(현재는 150억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그때 이미 전자책 시장에서 1위 기업이었다. 시장이 커지면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기업이 바로 1등 회사다. 카카오는 말할 것도 없고 배달의민족, 쿠팡도 그렇지 않았나.”

하지만 그런 산업을 알아본다는 게 어렵지 않은가
“사실 그런 산업의 1등 기업에 투자하는 게 훨씬 더 어렵다. 1등 회사가 투자를 유치하는 시기에 그걸 알고 투자한다는 게 쉽지 않다. 잘나가는 회사는 투자 유치를 수시로 하지 않고, 아무리 빨라야 1년 반~2년에 한 번씩 한다. 투자 라운드마다 몸값도 급속도로 높아진다. 결국 이 회사들이 투자를 유치하는 시기에 내가 옆에 있다가 투자 기회를 얻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뜻이다. 1등 회사들은 절대 투자자를 찾아다니지 않는다.”

노자운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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