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리카즈 스트래직 인텔리전스 편집장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석사, 뉴욕대 법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법학 박사, 현 미국 국방부 국제경제 자문위원, 전 시티은행 부사장, ‘신대공황’ ‘화폐 전쟁’ 등 저자 / 사진 제임스 리카즈
제임스 리카즈 스트래직 인텔리전스 편집장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석사, 뉴욕대 법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법학 박사, 현 미국 국방부 국제경제 자문위원, 전 시티은행 부사장, ‘신대공황’ ‘화폐 전쟁’ 등 저자 / 사진 제임스 리카즈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영향으로 세계 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완화) 기조로 전환될 것입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신(新)대공황’ ‘금의 귀환’ ‘은행이 멈추는 날’ ‘화폐 전쟁’의 저자인 제임스 리카즈(James Rickards)는 9월 24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세계적인 통화 제도 분석가인 리카즈는 초대형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ong Term Capital Management)와 캑스턴 어소시에이츠(Caxton Associates)에서 고위직 임원을 지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시티은행에서 부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금융 전문 뉴스레터인 스트레직 인텔리전스(Strategic Intelligence) 편집장이자, 미국 국방부 국제경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임스 리카즈는 “과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전통적으로 행했던 양적완화 정책으로는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고평가된 주식시장과 팬데믹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로 앞으로 몇 주 안에 증시 거품이 빠지는 큰 주가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그와 인터뷰가 있은 지 3주가 채 안 됐지만 글로벌 증시 조정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그는 “앞으로 팬데믹 영향의 경기 침체가 수년간 지속할 것으로 본다”며 “저축이 증가하고, 소비는 감소하는 등 사람들의 경제 행동 변화가 일어나고, 이런 기조는 수십 년간 지속할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대공황을 경고했는데, 언제 오나.
“신대공황은 오고 있는 게 아니다. 이미 도래했다고 보는 게 맞다.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래 미국은 낮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 경기 침체가 지속됐다고 봐야 한다. 이 와중에 2020년 불거진 코로나19 팬데믹은 경기 회복 가능성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2020년 3월부터 9월까지 미국인 6000만 명 이상이 실직했다. 단기간 역대 최고 규모였다. 낮은 경제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 누적된 재정 적자로 인해 향후 각국 정부의 경기 침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과거의 경제 성장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국의 경제 지표가 2분기 이상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1929년부터 1940년까지 세계 경제 대공황 시기에 두 번의 경기 침체(1929~33년과 1937~38년)가 찾아온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될 것이다. 앞으로 몇 년 안에 경기 침체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유로 시장의 우량 담보물 부족 현상과 중국 헝다그룹 파산 가능성으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로 세계 경제 위기가 흔들릴 수도 있다.”

백신의 경제적 기여 효과가 없다고 보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주요 코로나19 예방 백신 효능이 떨어지면서 세계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는 침체됐고 저성장 기조가 지속할 것이다. 이미 팬데믹 여파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투자 흐름도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해외 이동 제한으로 인해 사업 교류도 크게 감소했다. 무리한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백신 접종을 거부한 이들을 대상으로 다중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정책이 일부 국가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소비 위축의 결과로 나타나 경제에는 도움 되지 않을 것이다.”

팬데믹 이후 물가가 많이 올랐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큰 문제가 아니다. 더 이상 화폐 발행 자체로 물가가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느린 화폐 발행 속도와 낮은 회전율이다.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화폐 대부분은 상업은행에서 초과 지급준비금 형태로 보관되는데, 아직 대출이나 실제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다. 미국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해 3조달러(약 3618조원)를 시중에 풀었고, 미국 의회도 지난해 3월 이후 총 4조달러(약 4824조원)의 적자 지출을 승인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에 빠른 속도로 통화를 풀었지만 소비보다는 저축이나 주식 투자 등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소비가 크게 활성화하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 우리가 걱정해야 할 건 인플레이션보다는 자산 거품 문제다. 특히 주식시장 거품은 가장 큰 문제다.”

자산 거품의 붕괴 가능성은.
“앞으로 몇 주 안에 주식시장이 큰 조정을 받을 것이다. 현재 여러 국가의 증권 시장에서 주가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높은 주가는 미래 경제 성장에 대한 부풀려진 기대 때문이라 생각한다. 사실상 미국 경제는 빠르게 둔화하고 있고, 중국 경기도 크게 침체됐다. 유럽은 이미 저성장을 겪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다소 변동성은 예상되지만, 현행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람들이 도시 밖으로 주거지를 옮길 가능성이 있고 부동산 거래도 일정 수준은 유지할 것이다. 재택근무 문화가 정착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부진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국 헝다그룹 영향이 세계 부동산 자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헝다그룹이 보유한 부동산 포트폴리오의 일부 파산 가능성과 더불어 중국 부동산 시장 자금인 자산관리상품(WMP)으로의 자금 유입이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곧 테이퍼링을 시작하지 않겠나.
“미국뿐 아니라, 물가 상승을 완화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것)을 고려할 것이다. 미국 연준은 오는 11월에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이다. 국채와 모기지론(mortgage loan·부동산을 담보로 한 장기 주택 자금 대출) 형태로 나눠 진행될 초기 테이퍼링은 매달 100억달러(약 12조600억원) 규모로 예상되며, 2022년 후반 순자산 매입 규모가 ‘0(제로)’이 될 때까지 지속할 것이다. 이후 연준은 경제 실적을 평가해 2023년 초부터 금리 인상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연준의 조치는 그 어떤 효과도 없을 것이다. 실물 경제는 여러 요인으로 둔화하고 있으며, 높은 저축률과 낮은 화폐 발행 속도, 활기 없는 노동 시장은 경기 침체를 심화할 것이다. 연준이 시장에 개입할수록 문제는 악화될 것이다. 최악의 순간마다 반복된 연준 정책 실패의 역사가 이번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테이퍼링 이후 긴축발작 가능성은.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긴축발작(선진국에서 양적완화를 축소할 때, 신흥국으로 유입됐던 자본이 이탈하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충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2013년 테이퍼링 이후 발생한 긴축발작은 테이퍼링이 고성장·고금리 기조로 돌아가기 위한 신호 역할을 하면서 발생한 것이었다. 당시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신흥 시장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나라의 금융상품 등에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내는 거래)’로 빠르게 옮겨갔고, 테이퍼링이 미국 경제의 고성장을 암시하면서 자본 흐름이 미국으로 빠르게 향했다. 결과적으로 신흥 시장의 주식 및 채권, 통화 시장에 비정상적인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다르다. 투자자들은 테이퍼링 이후에도 강력한 경제 성장(회복)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연준의 경제 전망과 정책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을 피할 방법은 없나.
“현재로선 저성장을 피할 방법이 없다. 각국 정부가 화폐 발행 속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통화 정책이 실패했고, 이미 높아진 정부의 재정 적자 수준으로 향후 재정 정책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저성장 시대 위기에 강한 업종은.
“빅테크 기업은 지금처럼 성장세를 이어 갈 것이다. 왜냐하면 빅테크 분야는 상대적으로 팬데믹과 봉쇄 조치의 영향을 덜 받는 속성이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저성장 위기를 겪게 된다면 그것은 빅테크 업체들 간 경쟁 심화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감소가 원인이 될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면, 금 10%, 현금 30%, 정부 발행 채권(국채) 20%, 토지 등 부동산 20%, 나머지 20%는 에너지·인공지능(AI)·농업·천연자원·방위산업과 헬스케어 관련 주식으로 구성할 것을 추천한다. 이를 통해 자산을 보존하거나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

김혜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