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고려대 경영학 학사, 크라우드 펀딩 스타트업 ‘콘크리트(CoNCreate)’ 창업 /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가 코로나19 시대 여행 업체의 생존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김지호 조선일보 기자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고려대 경영학 학사, 크라우드 펀딩 스타트업 ‘콘크리트(CoNCreate)’ 창업 /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가 코로나19 시대 여행 업체의 생존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김지호 조선일보 기자

꼭 2년 전인 2020년 1월 해외여행 상품을 주로 팔던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은 축제 분위기였다. 월 거래액 520억원을 찍으며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동건 대표는 “이 기세대로라면 2020년 거래액이 1조원을 넘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런 부푼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확산하며 2020년 2월부터 예약 건수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해 4월에는 월 매출이 10억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코로나19 최대 타격 업종의 현실이었다. 그는 매출의 1%도 책임 못 지던 제주 여행만이 마이리얼트립의 생존길이라고 생각했다. 국내 여행 중에서도 가장 해외여행스럽게 비행기를 타고, 며칠씩 머무는 곳이기 때문이다. 5월에 제주 지사를 처음으로 세우고 본격적으로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예약 건수는 그의 짐작대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진행 중인 현재 제주 여행은 마이리얼트립의 매출 가운데 80%를 책임지는 명실공히 주력 사업으로 떠올랐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 회복)로 반짝 좋아지는 듯했던 해외여행 수요는 최근 오미크론이라는 변이 바이러스의 재확산으로 다시 얼어붙었다. 마이리얼트립은 차분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가 끝나면 자유 여행, 장기 체류 시장이 뜰 것”이라면서 “사업적으로 큰 기회인 만큼 여행자들에게 모든 것을 제공할 수 있는 ‘슈퍼 앱’이 되기 위해 기술 투자를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2021년 12월 16일 서울 서초동 마이리얼트립 본사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이 큰 업종 중 하나가 여행이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이었던 2020년 1월 마이리얼트립은 월 거래액이 52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2018년 연 거래액이 1240억원이었고, 2019년에 3600억원이었다. 매해 세 배씩 성장했고, 이 기세대로라면 2020년 연 거래액 1조원을 넘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3월 되니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이때부터 예약 건수가 급감했다. 4월에는 월 거래액이 10억원대까지 떨어졌다. 520억원(2020년 1월)이 하루아침에 10억원(2020년 4월)대로 빠진 것이다.”

당시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렸다.
“해외여행은 적어도 2020년엔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게 제한적인 데이터 속 내 판단이었다. 그래서 2020년 4월 국내 여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국내 여행이 유지됐기 때문이었다. 4월 10억원의 거래액도 국내에서 나왔다.”

마이리얼트립은 해외여행 상품에 특화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내 여행 시장은 ‘야놀자’ ‘여기어때’ 같은 강자들이 버티는 영역이다. 마이리얼트립은 해외여행으론 괜찮았지만, 국내 여행자들이 쓰는 애플리케이션(앱)은 아니었다. 국내 여행 비중은 매출의 1%도 채 안 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국내 여행지 중 해외여행스러운 곳으로 집중한다는 것이 제주로 눈을 돌린 것이었다. 마이리얼트립의 해외여행 전략은 항공권을 최저가로 팔아 모객한 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숙소나 액티비티(활동), 투어 등을 추천하는 것이다. 이걸 제주에선 쓸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20년 5월에 제주에 처음으로 지사를 세우고, 현지 직원을 뽑고 상품을 개발했다. 지금은 매출의 80%가 제주 여행에서 나온다.”

제주 여행에 특화한다 하더라도 경쟁사가 쟁쟁하지 않나.
“제주라는 한정된 지역에 집중하는 대신 제주에 가려는 사람에게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경험을 주자고 했다. 가격은 최저가, 원하는 상품이 다 있는 앱이 되려고 했다. 지금도 마이리얼트립은 제주 여행 관련 가장 많은 상품을 갖추고 있다. 김포~제주는 코로나19 전후 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항공 노선 중 하나다. 한 해 입도객이 내국인만 1300만 명인 시장이다. 이것은 코로나19에도 안 떨어지고 유지됐다. 1300만 명이 얼마나 큰 숫자냐면, 해외 출국자 수가 2800만 명이다. 지금 마이리얼트립이 제주 중심으로 운영하는데도 전 세계 670개국을 상대로 해외여행 상품을 운영하던 코로나19 이전의 예약 건수를 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시장 잠재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준다.”

국내 여행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랜선 투어(온라인으로 여행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를 시도했다.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서 여행자들은 과거 좋아하던 해외여행지를 눈으로나마 즐기면서 향수를 달랠 수 있다. 현지 가이드나 파트너 입장에서도 자부심을 느끼고, 좋아하는 일을 랜선으로나마 즐길 수 있어 좋다.”

코로나19 위기에도 2020년 7월 4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은 점이 인상적인데.
“투자받은 432억원 중 절반 이상이 기존 투자자가 추가 투자하는 데 참여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전 치열했던 여행 업종의 경쟁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점도 작용했다. 살아남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일단 살아남을 수 있다면 하늘길이 다시 열렸을 때 생존 업체의 사업 반등 각도가 굉장히 가파르게 올라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2021년 신규 채용 인력이 120명이다. 우리 전 직원이 200명이다. 절반 이상이 코로나19가 가장 심했던 2021년 들어온 셈이다.”

여행 업체가 기술 투자한다는 것이 생소하게 들린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자유 여행이 인기가 많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되면 이런 추세는 더 심화할 것이다. 우리 부모 세대는 스스로 항공권 따로, 투어 따로, 여행자보험 따로, 레스토랑 예약 따로 하는 걸 어려워했다. 패키지여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국내에 여행 관련 좋은 앱이 많지만, 한곳에서 모든 걸 예약할 수 있는 앱이 무엇인가를 떠올려본다면, 선뜻 생각나지 않는다. 자유 여행의 큰 시장이 열릴 것이다. 마이리얼트립은 A부터 Z까지 다 해결해주는 ‘여행 슈퍼 앱’을 꿈꾸고 있다. 항공권, 뮤지컬 예약 등 여정의 기술적 난이도가 다 다르다. 이를 해결하려고 기술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언젠가는 코로나19가 끝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한 가지 크게 달라진 것은 장기간 머무는 여행 시장이 새롭게 떠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예전엔 길게 여행 간다는 건 회사를 그만두고서나 가능한 얘기였다. 흔하지 않았고, 그만큼 여행 업체 입장에선 사업적으로 큰 시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많은 회사가 원격근무를 경험했고, 처음에는 미심쩍어하던 경영진도, 직원도 모두 만족스러워한다. 현재 공유 오피스는 도심에 몰려 있지만, 양양(강원), 여수(전남), 제주 같은 국내 유명 여행지에 오피스가 있다면 어떨까. 와이파이(무선인터넷) 잘 터지고, 회의실이 잘 갖춰져 있다면 양양에서 일하지 않을까. 마이리얼트립은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넘어 워트밸(work-travel balance·일과 여행의 균형) 니즈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에게는 큰 사업 기회다.”

장우정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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