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수 서울대병원 교수 현 서울대 혈액종양내과 교수, 전 대한혈액학회 학회장
윤성수 서울대병원 교수
현 서울대 혈액종양내과 교수 전 대한혈액학회 학회장

“한국이 아직도 안 해요? 왜 안 해요?”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하늘길이 막히기 전인 지난 2019년 해외 학회를 나가면 유럽⋅중국⋅일본 의사들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T세포)’ 치료제에 대한 얘기다.

기존 항암제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폭탄을 직접 내 몸에 집어넣는 방식이라면, CAR-T는 환자 몸의 주력군인 면역 세포(T세포)를 유전자로 조작해 더 강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꺼내서, 암세포와 더 잘 싸울 수 있게 유전자를 조작한 후 환자 몸에 다시 집어넣는다. 그러면 이렇게 강해진 T세포가 암세포를 찾아내 없앤다. 그래서 ‘세포 치료제’라고도 불린다. 

대표적인 CAR-T 치료제로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킴리아’가 꼽힌다. 세계 최초 CAR-T 치료제인 킴리아는 한 번만 맞으면 악성 백혈병이 낫는 ‘기적의 원샷 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킴리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2017년 승인을 받았지만, 국내 허가는 작년에 받았다. 일본 의사들은 킴리아 국내 승인 전까지 윤 교수에게 “도대체 뭐 때문에 안 돼?”라고 물었고, 윤 교수가 적당히 둘러대면 “의사가 하겠다는데 정부는 왜 안 한다는 거야”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CAR-T는 한국 도입이 왜 늦었던 걸까. 한국은 20년 전만 해도 줄기세포 연구와 개발 강국으로 꼽혔다. 그러나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세계적인 기술 경쟁에서 밀렸다. 세포 치료 연구 자체가 금기시됐다. CAR-T 치료제 가격이 비싼 것도 한몫했다. CAR-T 치료제는 환자 개인의 유전자 정보로 ‘맞춤 제작’을 하기 때문에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 국가 주도 의료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고가의 약은 진입이 어렵다.

서울대병원 CAR-T 센터를 총괄하는 윤성수 서울대 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한국에서 난치성 질환 세포 치료제인 CAR-T는 일본은 물론 중국과 비교해도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도 걸음마 수준이다. 윤 교수는 “중국은 대학병원마다 CAR-T 센터가 있는데, (한국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3곳”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CAR-T 센터가 문을 연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24일 대학로에 있는 서울대병원에서 윤 교수를 만났다. 대한혈액학회 학회장을 지낸 윤 교수는 첨단 의료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서울대병원 CAR-T 센터가 개원했다고 들었다. 축하드린다.
“2021년 상반기에는 센터를 열 계획이었는데, 좀 늦어졌다. 2021년 봄에 센터 개원에 필요한 GMP 시설 인체 세포 처리업 허가를 획득했는데, 그해 여름 허가를 자진 취하하고 새로 공사를 시작했다.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임상 연구를 하려는 목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잘됐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잘됐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2021년 12월 식약처의 (GMP 시설 허가와 별도로) 관리업 허가를 승인받았다. 서울대병원처럼 (골수)이식을 할 수 있는 병원이면 CAR-T 치료제를 시술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튼 셈이다.”

서울대병원 CAR-T 센터 개원을 앞두고 국내 혈액암 환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문 열기 전부터 문의가 들어왔다. 킴리아의 치료 대상군(혈액암)이 아닌 고형암(간암, 폐암, 유방암, 대장암 등 암세포가 덩어리로 자라난 암) 환자들도 치료를 문의할 정도다. 65세 이상 고령층 림프종 환자 문의도 많다. 림프종 CAR-T 치료는 나이 제한이 없다.”

CAR-T 센터가 세워지면서 한국의 첨단 의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봐도 되나.
“맞긴 한데, 사실 CAR-T는 한국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많이 늦었다. 특히 중국에 비해 늦었다. 최근 (세포 치료, 유전자 치료 등 첨단 의료기술을 촉진하기 위한) 첨단바이오재생법이 생겼지만, 여전히 규제가 강하다.”

중국은 생명 윤리 규제가 강하지 않아 세포 치료 분야에서 특히 앞선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인가.
“중국이 전 세계 CAR-T의 4분의 1 이상을 한다. 건수로 그렇다. 중국은 병원마다 (CAR-T 치료제를 개발한) 회사가 하나씩 들어가 있다고 한다. 새로운 신약도 많이 시도한다. 한 환자에게 CAR-T를 2번 이식한 경우도 있다.”

T세포를 여러 번 이식하는 것도 가능한가.
“한 환자에게 혈액암에 특화된 T세포를 이식하고, 또 다른 암으로 타깃을 바꾼 T세포를 만들어 이식하는 식일 것이다. 얀센의 다발성골수종 CAR-T 치료제 개발도 중국에서 하는 것으로 안다.”

첨단 치료에는 고도의 생명공학 기술이 필요할 텐데, 중국이 치고 나가니 의외다.
“(의료계에서) 킴리아는 아주 첨단 치료가 아니다. 킴리아가 2017년 미국 FDA를 통과하고 나서 많이 알려졌지만, (임상 시험 등을 고려하면) 10년 이상 된 기술이다. 개념도 오래됐다. (T세포를 변형하는 CAR-T) 치료제 개념은 20년 전에 이스라엘에서 나왔다. 사실 이런 첨단 치료는 한국이 충분히 치고 나갈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국내 바이오벤처도 CAR-T 치료제 임상을 하는 것으로 안다. 최근 현황이 궁금하다.
“국내에서 CAR-T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 중에서는 큐로셀이 가장 앞선 것 같다. 기존 CAR-T 치료제의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효과는 개선하는 방식의 다양한 임상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 바이오벤처가 개발하는 CAR-T 치료제에 승산이 있나. 
“CAR-T 치료제는 일반적인 ‘먹는 약’과는 개념이 다르다. 소수의 난치성 환자가 대상이기 때문에 효과를 증명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 연구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니 (한국 바이오벤처에)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

CAR-T 센터를 도입하려는 국내 병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CAR-T 센터가 있냐 없냐가 국내 대형 병원 의료 수준을 가르는 척도가 될 것이다. 현재 혈액암 환자들이 병원을 볼 때, ‘골수이식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한다. 골수이식을 할 수 없는 병원은 ‘항암 치료는 할 수 있지만, 골수이식을 하려면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식인데 앞으로 ‘CAR-T가 되느냐 안 되느냐’로 갈리지 않겠나.”

건강보험공단이 1월 중순 킴리아에 대한 보험 급여 적용을 결정하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를 개최한다. 어떻게 보나.
“킴리아의 건강보험 적정성을 얘기할 때 ‘PNH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치료제’를 예로 많이 든다. 이 질환에 쓰이는 치료제 약값은 1년에 약 4억8000만원이다. 이 약은 현재 급여가 된다. 10년이면 48억원이 든다. 킴리아 가격(약 4억원)이 비싸다고는 하지만 평생 1회 치료로 완치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킴리아의 비용 부담이 훨씬 적은 것 아닌가(약평위는 1월 13일 노바티스의 킴리아를 건강보험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국내 의료 보험 체계상 재정에도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국가 재정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신약 개발 측면에서도 약평위의 결정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킴리아는 기존에 없던 혁신 치료제라는 상징성이 있지 않나. 킴리아가 승인되면, 국내에서 CAR-T 치료제에 도전하는 많은 바이오벤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노바티스는 한국의 킴리아 투여가 필요한 환자군이 연간 약 200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가 킴리아 비용을 한 회당 3억6000만원까지 낮춘 것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가 킴리아 건강보험 적용으로 부담할 비용은 연 700여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윤 교수를 인터뷰하고 열흘 정도가 지난 2022년 1월 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탈모 치료제를 건강보험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 퍼주기’ 논란에 이 후보는 관련 건강보험 부담을 연 700억원으로 추산했다. 먹는 탈모약 시장이 1100억원 규모인데, 건강보험 책임(65%)이 700여억원 정도라는 것이다. 난치병에 걸려 생사의 기로에 있는 200명, 탈모로 고민하는 1100만 명. 우리가 낸 세금은 누구에게 가야 할까. 1월 12일 윤 교수에게 다시 질문했다. “생명을 구하는 치료와 미용을 위한 발모제는 큰 차이가 있다. 과연 대머리 치료가 목숨만큼 소중한가”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명지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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