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대표 서울대 전기공학부 학사, 서울대 경제학 석사 사진 조선일보 DB
김형식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대표
서울대 전기공학부 학사, 서울대 경제학 석사 사진 조선일보 DB

“미국 아이비리그에서 공학과 수학을 전공한 수재들이 수십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고 JP모건 같은 회사에서 주식 투자 전략을 짜고 있어요. 미국 표현으로는 긱스(geeks‧괴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것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도 인공지능(AI)이 짜내는 주식 투자 전략과 매수, 매도 시기를 판단해 실행하는 트레이딩(거래)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AI 핀테크 기업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의 김형식 대표는 “AI가 증권 회사와 운용사의 트레이더들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실력 있는 트레이더들도 투자 전략과 거래 시기를 맞추는 영역에서는 AI를 이길 수 없다는 주장이다.

2016년 설립돼 올해 7년째를 맞은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1월 11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에서 1억4600만달러(약 17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힌 곳이다. 소프트뱅크가 한국 기업에 투자한 것은 쿠팡에 이어 두 번째다. 국내 최대 증권 회사인 미래에셋그룹은 이에 앞서 2017년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에 투자하기도 했다.

조선비즈는 1월 19일 서울 여의도동 IFC몰에 있는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AI가 금융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 보이겠다”며 “이것이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의 궁극적 목표”라고 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처음부터 AI를 활용했나. 
“공대를 거쳐 경제학 대학원을 2005년 졸업했다. 이후 공대 친구들 몇 명과 주식 파생상품 거래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투자 전략을 짰다. AI를 활용하는 방식은 아니고 사람이 전략을 짜서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 이익도 많이 봤다. 그런데 점점 수익률이 하락했다. 해외 기관들의 펀드 수익률은 좋은데 왜 우리의 투자 전략은 힘을 못 쓰는지 계속 이유를 생각해봤다. MIT나 아이비리그 대학 이공계를 졸업한 사람들이 엄청난 연봉을 받으며 금융사에 하루 20시간씩 투자 전략만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JP모건 같은 대형 금융사에서 소위 말하는 긱스나 ‘덕후’ 수백 명이 모여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 퀀트(quant) 투자 전략을 짜고 있었던 거다. 우리는 경쟁이 안 된다 생각해 취업도 알아보고 와인바를 차려볼까도 생각했다.”

AI에 주목한 이유는.
“그렇게 이쪽 분야를 떠나려고 했는데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회에 나갔다가 AI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들었다. 교수인 친구는 미국에서는 이미 AI가 뜨거운 주제가 됐다고 이야기해줬다. 우리나라에는 딥러닝이라는 개념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래서 투자 전략을 짜고 트레이딩을 하는 것을 AI에 시켜보면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딱 한 번만 더 시도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배우면서 AI를 개발했다. 초기 버전은 참 어설펐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수익률이 높고 잘됐다. 월가의 긱스들을 우리가 개발한 AI가 이긴 것이다. 결국 그게 이 회사의 창업으로 이어졌다.”

어떤 서비스를 금융 회사에 제공하나
“AI를 이용해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네 종의 ETF가 거래되고 있다. 또 AI로 운용되는 금융 상품을 만들려는 금융사에 AI 프로그램을 설계해주는 업무도 한다. 트레이딩 시스템도 중요한 서비스다. 국민연금이나 운용사가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대량으로 사고팔 때 거래 타이밍을 맞춰 AI가 분할해 트레이딩하는 시스템이다.”

증권사 트레이더들의 일을 대신하는 건가.
“맞다. 국민연금이나 연기금이 포트폴리오를 바꿔 투자할 종목과 매도할 종목을 정해서 증권사에 알려주면 트레이더들이 특정 기한 안에 나눠서 매수 또는 매도한다. 한 번에 거래하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좋은 가격에 매수나 매도할 수 없어서다. 그런데 AI에 매수, 매도 기한과 물량을 학습시키고 자동으로 분석해서 거래하도록 하면 이 일을 대체할 수 있다. 최적의 타이밍을 잡는 것이다. 많게는 하루에 800회를 나눠서 거래한다.”

프로그램 매매와 AI가 하는 트레이딩은 무엇이 다른가.
“프로그램 매매는 특정 가격이 되면 자동으로 매수나 매도가 되도록 사전에 설정해놓고 매매하는 것이다. AI를 이용한 매매는 사전에 설정된 가격이 없고 시장에서 매매해야 하는 종목의 주가 변동을 AI가 그때그때 파악해 최적의 가격이라고 판단하면 주문을 넣는 방식이다.”

성과는 어떤가.
“증권사 트레이더들이 거래할 때보다 수익률이 높다. 각 증권사의 최고 실력을 갖춘 트레이더들과 비교해서도 그렇다. 수익률로 보면 5bp(베이시스포인트)에서 13bp까지 높다. 숫자로 보면 큰 차이가 아닐지 몰라도 주문량이 많아 실제 성과로 보면 큰 금액이다.”

트레이딩 분야에서 인간이 AI를 따라갈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너무 차이가 난다. 결국 트레이딩 분야는 확실하게 AI가 대체할 것으로 본다. 트레이더 개인별로 다를 수는 있지만, 사람과 AI의 트레이딩 실력은 비교할 수 없다. 자동차가 나왔는데 계속 인력거를 타고 다닐 수는 없으니, 이런 업무는 미래에는 AI의 영역이 될 것이다.”

소프트뱅크와 협업을 한다고 발표했다. 어떤 일인가.
“정해진 것은 없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자산 운용 분야에서 협력하게 될 것 같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에서 투자하지 않고 본사에서 직접 투자를 한 이유도 본사 차원의 이슈를 AI를 활용해 고민해보자는 뜻 같다.” 

본사 차원의 이슈란 무엇을 말하나.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의 손익이 회사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회사다. 그런데 비상장주식은 비전펀드의 전문가들이 관리하면 되지만 상장주식은 다양한 (재무적) 데이터가 많이 나오고 어느 정도 완숙한 회사이기 때문에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상장 주식 관리에 대한) 하나의 옵션이 AI가 될 수 있다고 소프트뱅크가 판단한 것 같다.”

소프트뱅크에서 받은 투자금으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만든다고 했다. 이게 무엇인가.
“클라우드 서버에서 구독형으로 제공되는 소프트웨어다. 지금까지 제공해온 서비스는 금융사가 의뢰하면 AI로 ETF 등 금융 상품을 운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으로 AI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SaaS는 금융사가 프로그램을 구매해서 설치한 후 그 회사가 데이터를 선택하고 원하는 목표 수익률, 벤치마크 지수 등을 세팅한 후 AI가 학습하도록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포토샵 프로그램을 깔면 본인이 사진을 편집할 수 있는 것처럼 AI를 활용해 금융 상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SaaS는 금융사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가.
“꼭 금융사가 아니더라도 반도체 회사나 포스코 같은 철강 회사, 화학 회사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원자잿값이 수익성에 직결되기 때문에 가격 예측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분야에 이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AI가 스마트 베타 시장에서 잘할 수 있다는 것을 꾸준히 오랫동안 세계 금융시장에 보여주는 것이다. AI는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트레이딩 시기를 찾아내는 분야에서 사람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새로운 환경에서 의사 결정을 해야 하거나 정보의 맥락을 파악하는 등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은 인간의 뇌를 따라가지 못한다. AI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적의 능력을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를 시장에서 증명해 보이는 일을 하고 싶다.” 

정해용·김효선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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