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이세네거프라이탁 최고마케팅책임자(CMO)스위스 취리히대 커뮤니케이션학 석사, 전 IWC 샤프하우젠 홍보 담당
엘리자베스 이세네거프라이탁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스위스 취리히대 커뮤니케이션학 석사, 전 IWC 샤프하우젠 홍보 담당 사진 프라이탁

길거리에서 낡고 투박한 듯하면서도 독특한 패턴과 색 조합의 가방을 든 사람을 본 적 있는가. 만약 그가 ‘힙(hip·유행에 앞서가는)’해 보인다면 그 가방은 ‘프라이탁(Freitag)’일 것이다. 프라이탁은 전 세계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글로벌 가방·패션 브랜드로, 업사이클링(upcycling) 대표 주자다. 업사이클링이란 재활용(recycling·리사이클링)을 넘어 폐기물이나 중고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프라이탁은 1993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탄생했다. 프라이탁의 창업자는 당시 20대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마커스 프라이탁(Marcus Freitag)과 다니엘 프라이탁(Daniel Freitag) 형제다. 형제는 변덕스러운 취리히 날씨에도 젖을 걱정 없는 견고한 가방을 찾고 있다가 트럭 방수포를 떠올렸다. 형제는 트럭을 덮고 있는 색색의 방수포 천과 자전거 튜브, 안전벨트를 재봉틀로 박음질해 그들의 아파트 거실에서 프라이탁의 첫 가방을 만들어냈다. 이는 지금도 스테디셀러인 메신저백(한쪽 줄을 어깨에 메는 형태의 가방, 어깨끈이 크로스백보다 짧다) ‘F13 톱 캣(TOP CAT)’ 모델이다. 프라이탁의 첫 가방은 현재 미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전시돼 있다.

트럭 방수포에서 잘라낸 천으로 만든 가방인 만큼, 프라이탁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가방이 낡고 어딘가 지저분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프라이탁 진면모를 아는 사람은 프라이탁 마니아가 되고 만다. 업사이클링이라는 ‘친환경’과 방수가 되는 ‘내구성’,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이라는 ‘희소성’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럭 방수포를 군데군데 잘라 만들어서 색, 패턴, 질감, 소재 모두 다른 가방이 나온다. 나만의 취향이 존중받는 지금, 프라이탁은 모든 걸 충족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서울과 제주도에도 프라이탁 매장이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2월 14일 프라이탁에 10년 넘게 몸담으면서 홍보·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이세네거(Elisabeth Isenegger)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심어주고 싶냐’는 물음에 “매년 트럭 방수포 수백t을 가방으로 만들면서 업사이클링 생산, 소비 방식에 관한 영감을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객이 우리로 인해 업사이클링을 떠올린다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 프라이탁 가방을 만들기 위해 가방 템플릿을 트럭 방수포에 놓고 자르는 모습.2 미 뉴욕 현대미술관 (MoMA)에 전시돼 있는 프라이탁의 첫 메신저백인 ‘F13 톱 캣(TOP CAT)’ 모델. 프라이탁
1 프라이탁 가방을 만들기 위해 가방 템플릿을 트럭 방수포에 놓고 자르는 모습.
2 미 뉴욕 현대미술관 (MoMA)에 전시돼 있는 프라이탁의 첫 메신저백인 ‘F13 톱 캣(TOP CAT)’ 모델. 사진 프라이탁

프라이탁은 업종 불문 업사이클링 대표 주자로 꼽힌다.
“업사이클링 내러티브(Narrative·서사, 이야기)는 우리 제품과 마케팅의 본질이다. 업사이클링이라는 용어가 대중화하기 전부터 우리가 업사이클링을 시작해서 선구자라고 불리는 것 같다. 우리는 단순히 중고 소재로 가방을 만든다는 철학을 넘어 총체적인 방식으로 가능한 한 모든 분야에서 업사이클링에 부응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프라이탁은 녹슬고 버려진 화물 컨테이너를 쌓아 취리히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들었다. 또 취리히에 있는 공장 지붕에서 빗물을 모으기도 한다. 더러운 방수포를 세탁할 때 물을 절약하기 위함이다. 제품 포장지 같은 일상 자재도 고객이 재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프라이탁의 시작이 궁금하다. 어떻게 업사이클링과 가방을 연결했나.
“프라이탁 형제가 첫 가방을 만들었을 때, 이들은 재활용을 당연하게 여겼다. 형제는 ‘가방을 만들 때 새로운 재료를 찾는 것보다 낡은 재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도 프라이탁은 이런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 수년 동안 길거리에서 나오는 중고 자재를 가져와서 그것들에 새로운 삶을 계속 선사하고 있다. 튼튼한 트럭 방수포의 수명을 가방을 통해 연장하고 수리, 대여, 교환 같은 순환 경제를 이루게 한다.”

내년이면 30주년이다. 꾸준히 사랑받는 비결은. 
“프라이탁 고객은 특정 소비 태도를 공유한다. 그들은 프라이탁 가방 디자인과 기능뿐만 아니라 불분명하게 대량 생산한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프라이탁 형제가 첫 가방을 만들 때와 같은 접근 방식으로 가방을 만든다. 첫 모델이자 스테디셀러가 된 F13 톱 캣은 MoMA에 전시돼 있는데, 이는 프라이탁이 함축한 의미 덕이다. 우리는 가방이 어떻게 자원을 절약하며 생산됐는지, 지구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생산 방식을 고집하는 게 맞는지, 항상 설명한다. 우리는 외관을 훨씬 뛰어넘는 중요한 측면을 알리려는 야망을 갖고 있다.”

가방 디자인도 중요하다. 트럭 방수포에서 예쁜 디자인을 뽑아낼 수 있나.
“물론이다. 디자인 담당 부서가 3차원 상상력을 동원해 가방을 디자인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디자인에 들어가기 전, 프라이탁 공장에서 트럭 방수포를 자르는 일도 디자인 과정 중 하나다. 각 가방 패턴은 여러 템플릿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는 템플릿을 방수포 위에 늘어놓고 가능한 한 많은 가방을 만들 수 있게 방수포를 자른다. 이 과정이 모든 프라이탁 가방을 유일무이하게 만든다. 트럭 방수포를 자를 때, 색 조합과 글자, 새겨진 숫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이야기를 들으니 업사이클링은 과정도 중요한 것 같다.
“맞다. 우리는 의류 라인 F-ABRIC을 개발하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우리 의류는 셔츠 단추, 라벨, 실 모두 퇴비 더미에서 완전히 생분해될 수 있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즉, 그들은 마지막 순간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의류 라인 개발에만 5년이 걸렸다. 이처럼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려면 개발 과정 맨 처음부터 제품 수명 주기를 언제 끝낼 것인지 정해야 한다. 또 우리는 다른 개발 프로젝트에도 착수했다. 완전 원형 트럭 방수포다. ‘우리 가방이 끝없이 재활용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계속 재활용되므로 이를 ‘원형’으로 표현했다). 버려진 트럭 방수포에 영원한 생명을 주는 일이다. 물론 이는 폴리염화비닐(PVC)로 만들어진 기존 재료처럼 내구성이 있고 방수가 가능해야 한다. 다만 새로운 방수포는 생물학적으로 분해되거나 다른 제품이 될 수 있는 기술적 성분으로 분해돼야 한다.”

2020년 시작한 온라인 가방 교환 플랫폼인 ‘S.W.A.P.’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우리는 가방 주인의 스타일이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안다. 따라서 고객이 가방을 새로 사는 대신 교환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다만 교육적으로 접근하고 싶진 않았다. 재미있는 방식이라면 우리의 메시지에 더 큰 영향력이 생길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 ‘틴더’와 같은 형식으로 고객이 다른 프라이탁 가방 소유자들과 가방을 교환할 수 있는 가방 교환 플랫폼을 만들었다. 모든 프라이탁 가방은 독특하기 때문에 스와이프해서 좋아하는 가방 디자인을 게임처럼 찾을 수 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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