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기장군 골든블루 생산공장의 생산라인에서 위스키 골든블루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 골든블루
부산시 기장군 골든블루 생산공장의 생산라인에서 위스키 골든블루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 골든블루
김동욱 골든블루 대표이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호텔경영학, 전 대경T&G 부사장 사진 골든블루
김동욱 골든블루 대표이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호텔경영학, 전 대경T&G 부사장 사진 골든블루

토종 위스키 ‘골든블루’로 유명한 골든블루가 최근 주종을 확대하며 성장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36.5도(알코올 함량) 저도수 위스키로 유흥 시장을 사로잡으며 성장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유흥 시장이 침체한 데다, 국내 위스키 시장의 주된 수요마저 국산 위스키에서 수입 위스키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김동욱 골든블루 대표는 1월 28일 조선비즈와 서면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골든블루를 앞세워 국내 위스키 시장 1위에 올랐지만, 이제는 국산 위스키로만 꾸렸던 제품 구성에 수입 싱글 몰트 위스키를 추가하는 것은 물론 위스키를 넘어 맥주 등으로까지 주종을 확장해 종합주류 기업로 변신하려 한다”고 말했다.

골든블루의 대표 제품은 위스키 원액을 수입해 병입 방식으로 생산하는 ‘골든블루 사피루스’다. 여기에 수입 싱글 몰트 위스키와 맥주 등으로 제품군 확장 작업에 나서 주류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2019년 대만산 싱글 몰트 위스키 ‘카발란’ 출시, 2020년 5월 ‘골든블루 하이볼’을 출시한 것이 그 사례다. 지난해 11월에는 맥주 상품군을 세 개로 확장했다.

골든블루가 이렇듯 차곡차곡 성장세를 밟을 수 있었던 비결은 주류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한 덕분이다. 골든블루는 중견 자동차 부품 업체 대경T&G의 박용수 회장이 2011년 부산 위스키 업체 ‘수석밀레니엄’을 인수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2010년 무렵 술자리에서 사위인 김 대표와 골든블루를 마신 박 회장은 위스키 맛에 반해 자본잠식 상태였던 회사 인수를 결정했다. 인수와 함께 사명도 골든블루로 바꿨다.

당시 박 회장은 골든블루가 36.5도 저도수 위스키라는 점에 주목했다. 주변 반대를 무릅쓰고 인수를 위해 사재 200억원을 들였다. 그는 2011년 10월 인수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술”이라며 “알코올 도수를 건강한 사람의 체온인 36.5도로 정해 술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외국 스카치위스키는 40도 이상이어서 목을 지나치게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을 대신해 골든블루 대표에 오른 김 대표가 무(無)연산 전략(위스키의 숙성 정도를 의미하는 연산을 생략한 전략)을 더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해외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한 김 대표는 박 회장이 운영하던 대경T&G에서 부사장을 지내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화공 업체, 조선기자재 업체를 거쳐 자동차 부품사까지 이른바 ‘기름밥’만 먹어온 박 회장은 주류 기업 골든블루의 경영 실무를 호텔경영 전공자인 사위에게 맡겼다.

김 대표는 취임한 후 우선 연산을 빼고 스코틀랜드 위스키 원액을 블렌딩한 무연산 위스키를 선보였다. 그는 “연산이 품질을 의미한다는 것은 전통적인 마케팅에 기반한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이라며 “맛의 차이는 적은 데 비해 가격 차이는 3~4배 나는 15년산, 17년산, 30년산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골든블루의 저도수·무연산 전략은 2019년까지는 시장에서 성공적이었다. 도수가 낮아 마시기 편하고 비교적 저렴한 위스키로 자리매김하며 유흥 시장을 사로잡았다. 2009년 골든블루 위스키를 출시할 무렵 국내 시장 점유율은 0.1%에 불과했지만, 2017년 이후 골든블루 위스키는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며 한국 대표 위스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근 골든블루는 성장 정체에 빠졌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유흥 시장이란 주요 판매 채널을 잃었기 때문이다. 대표 제품인 ‘골든블루 사피루스’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하루 5만 병가량 생산했지만, 현재 하루 약 2만3000병만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1680억원을 넘어섰던 매출은 2020년 1200억원대로 급감했다. 지난해 매출도 1300억원대로 추정돼 과거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장 흐름도 변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위스키 시장의 중심은 단일 증류소 싱글 몰트, 고연산 프리미엄 위스키 등으로 흘러가고 있다. 위스키를 홈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로 즐기는 소비자가 늘었고, 이들 사이에 고급 주류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가 자사 위스키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20년 14.4%를 차지하던 10만원 이상 고가 위스키 매출 비율이 지난해 21.5%로 늘었다. 싱글 몰트 위스키 매출 비율은 2020년 3.6%에서 지난해 14%로 뛰었다.

김 대표는 “주류 시장만큼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시장도 없다”면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골든블루가 여전히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판매량 1등 브랜드 입지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성장세에선 싱글 몰트 등을 앞세운 수입 위스키에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까지도 35% 수준이었던 수입 위스키 판매 비중이 45%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 탓에 연산에 구애받지 않고 블렌딩(혼합)한 중저가 위스키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워 왔던 골든블루는 이제 소비자가 찾지 않는 ‘비인기’ 제품이 돼버렸다. 

실제 골든블루는 위스키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1억7535만달러(약 2091억원)를 기록했다. 2015년 이후 최대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침체를 겪은 2020년(1억3246만달러)보다 32.4% 증가했다. 2019년 이후 매출 하락이 계속되는 골든블루와 대조된다. 골든블루를 이끄는 김동욱 대표로선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자구책의 일환으로 김 대표는 토종 위스키 브랜드라는 골든블루의 정체성을 종합주류 기업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동일한 증류소에서 생산해 개성적인 맛과 풍부한 향이 특징인 싱글 몰트 위스키 제품군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2019년 골든블루가 출시한 싱글 몰트 위스키 ‘카발란’으로 인기몰이에 나설 예정이다. 대만 최초의 위스키 증류소에서 생산하는 싱글 몰트 위스키인 카발란은 위스키의 본산지인 스코틀랜드에서 양조한 위스키가 아니지만 세계 주류 품평회에서 각종 메달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브랜드다. 지난해 싱글 몰트 인기 속에 국내 판매량이 약 160% 증가했다. 그는 “올해부터 세계적으로 인기 있으나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싱글 몰트 위스키를 적극 들여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스키를 넘어 맥주로의 사업 확장도 추진 중이다. 2018년부터 독점 유통 중인 덴마크 맥주 ‘칼스버그’에 더해 지난해 초에는 비알콜(Non Alcoholic) 맥주 ‘칼스버그 0.0’을 선보였다. 이제껏 알코올 도수가 높은 위스키를 판매해 온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지난해 11월에는 세계 3대 맥주 기업 중 하나인 몰슨 쿠어스와 밀러, 블루문과 수입 및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김 대표는 “맥주는 우리나라 주류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주종”이라면서 “골든블루가 어려운 위스키 시장의 상황을 극복하고, 종합주류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맥주는 반드시 진출해야 하는 시장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상품군을 늘린 올해 수입 맥주 시장에서 골든블루의 점유율이 큰 폭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고급 증류주로 한국형 위스키의 정체성을 챙길 방침이다. 전통주 업체와 손을 잡고 맛, 품질 패키지에 차별화를 둔 고급 증류주 ‘혼’의 유통 및 판매도 담당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골든블루 장기 비전이 ‘우리 술의 세계화, 세계 술의 현지화”라면서 “지난 10년간의 위스키 시장 성장을 토대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종합주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배동주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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