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국제금융과장, 전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선임 이코노미스트 사진 조선일보 DB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국제금융과장, 전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선임 이코노미스트 사진 조선일보 DB

“코스닥 시장이 유가증권 시장의 2부 리그로 받아들여지는 숙명을 올해는 바꾸겠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애플이나 테슬라 같은 대형 기술 기업들이 상장돼 거래되는 것처럼 우리도 코스닥 시장에 별도의 세그먼트(부문)를 하나 만들 생각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종목 중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만 뽑아내 따로 거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종의 코스닥 1부 리그다. 손 이사장은 이를 가칭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Global Segment)’라고 했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 유가증권 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는 관례가 있어 보통 유가증권 시장의 2부 리그로만 인식되는 코스닥 시장의 구조를 개선해, 나스닥 같은 차별화된 시장으로 키우겠다는 의미다.

상장사가 핵심 사업부를 자회사로 쪼갠 뒤(물적분할) 다시 상장하는 관행에 대해서는 물적분할 전 모회사의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 상장하는 자회사의 상장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또 사견(私見)을 전제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선진국 시장으로 진입하는 방법이라며,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부여하는 투자자 아이디를 없애고 24시간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손 이사장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해 행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선임 이코노미스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2020년 12월부터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월 14일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손 이사장을 만났다. 다음은 손 이사장과 일문일답.


취임한 지 1년 2개월이 됐다.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침체된 코스닥 시장을, 침체라는 말이 좀 그렇다면 (유가증권 시장의) 2부 리그로 인식됐던 코스닥의 숙명을 바꿔보고 싶다. 그래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라는 별도의 시장을 만들려고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세그먼트가 무엇인가.
“지금은 코스닥 상장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대부분 코스피(유가증권 시장)로 이전 상장한다. 이렇게 이전 상장하지 않고 미국 나스닥처럼 애플이나 테슬라 같은 대기업들이 거래될 수 있는 별도의 세그먼트를 코스닥 내에 만들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단계까지 논의가 됐나.
“지난해부터 (코스닥 상장)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일부는 글로벌 세그먼트로 가지 못하고 남은 기업들 사이에서 ‘그럼 우리는 코스닥 중에서도 2부 리그냐’라는 인식이 퍼지는 것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코스닥 시장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큰 그림에 대해서는 이견(異見)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 어떤 기업들이 글로벌 세그먼트로 들어갈 수 있는지를 선정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이 시장을 어떻게 관리할지 등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올가을 이후에는 구현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핵심 사업부를 자회사로 물적분할해 다시 상장하는 기업의 모회사 주주들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어떤 해결 방법이 있나.
“신규 상장의 경우, 우리사주조합에 대해서는 공모주를 우선 배정해 준다. 모회사 주주들에게도 이런 우선 배정권을 주는 것은 법을 개정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가장 설득력 있는 방법이다.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된 물량 중 실권주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데, 지금처럼 기관 투자자에게 주지 말고 모회사 주주에게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금융투자협회 인수 업무 규정만 개정하면 된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이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물적분할 기업의 상장 심사를 강화하겠다고도 언급했는데 어떤 방식인가.
“거래소가 상장 심사를 할 때 물적분할한 자회사의 상장이 모회사 주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결과인지, 회사가 모회사 주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는지를 검토해서 상장 심사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손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물적분할 기업의 상장심사 강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우리 시장이 한 단계 선진화하려면 외국보다 과도한 규제는 풀어야 한다. 그 결과,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라는 성과가 있으면 자연스럽고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만 가입을 위해 무리한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어깨에 힘을 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외국보다 과도한 규제는 무엇인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우리가 부여한 투자자 아이디(ID)라는 것이 있다. 이런 것도 과도한 규제 중 하나다. 개선해야 한다. 지금 실시간으로 외국인이 어느 주식을 얼마나 사고팔았는지 발표할 수 있는 것은 이런 투자자 아이디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통계다. 실시간으로 외국인 자금을 중계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외국인들이 쭉 불만을 제기했던 사항이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원화를 달러화로 24시간 환전할 수 있는 현물환 시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달러화가 24시간 원화로 환전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부정적이다. 외환이 급격하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규제도 개선해야 하나.
“개선해야 한다. 우리 정도 되는 경제 규모에서 당국이 외환 시장을 쥐락펴락하겠다는 멘털리티(의식)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이를 개선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선택의 문제다. 그리고 선택할 시기가 된 것 같다. 또 중요한 점은 24시간 환전을 못 하게 규제한다고 해도 정말 위기가 왔을 때는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결국 우리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고 미국과 통화스와프(맞교환) 협정으로 극복했다. 굳이 매일매일 시장을 우리가 장악하겠다는 생각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버리지 못하면 선진국 대접받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손 이사장 지적대로 2008년 달러화가 국내에서 빠져나가면서 9월 초 달러당 1200원이었던 환율은 10월 초 1300원, 11월 초 1470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격히 상승했다. 당시 신제윤 기재부 국제업무관리관 등이 미 재무부와 접촉했고 강만수 기재부 장관이 워싱턴 D.C.와 뉴욕으로 가 설득한 끝에 미국과 통화스와프가 체결돼, 위기를 넘겼다.

암호화폐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향후 거래소가 암호화폐 같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되느냐의 문제를 놓고 정부와 국회에서 고민하고 있다. 만약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된다면 거래소가 할 일은 많을 것이다. 가상자산 중 증권형으로 분류되는 것이 있다. 증권형 가상자산은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데 별 이견이 없다. 국회에서도 공적 기능이 있는 거래소가 증권형 가상자산을 관리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어, 이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현재 가상자산을 지급결제형, 증권형, 유틸리티형 등 세 가지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급결제형은 유통이나 교환을 위해 발행된 것으로 비트코인이 대표적 예다. 증권형은 배당이나 지분 등을 얻을 수 있는 가상자산으로 부동산 지분을 가상자산으로 만든 부동산수익증권(DAB)이 대표적이다. 유틸리티형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자산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올해는 양적 팽창보다 질적 내실을 다지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구체적으로 시장의 공정을 해치는 요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을 적극적으로 들어 불공정한 요소를 바로 잡기 위해 힘을 쏟을 계획이다.”

정해용·김효선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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