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창균 한국노동경제학회장 서울대 경제학 학사·석사·박사, 현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 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 사진 이민아 기자
채창균 한국노동경제학회장 서울대 경제학 학사·석사·박사, 현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 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 사진 이민아 기자

“한국 노동 시장은 유연성도, 안정성도 부족하다. 이재명 후보는 안정성에, 윤석열 후보는 유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연성과 안정성 간 균형이 필요한데 어느 한 쪽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

한국노동경제학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채창균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월 14일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 후보들의 노동 공약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채 학회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노동경제학자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일자리, 고령화, 교육 등 노동 관련 부문에서 대통령 자문 위원회에 참여해왔다. 그는 “유력 대선 후보들의 노동 정책에서 원칙이나 철학을 확인하기가 어렵다”며 “‘유연·안정성’을 제고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한 사람이 직장을 나왔을 때 실업 급여가 적절히 지원돼 생계 걱정이 없어야 하고, 적절한 직업 훈련을 받아 역량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게 채 학회장의 지론이다. 쉬고 있는 근로자에게 좋은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고용 지원 서비스가 발달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채 학회장은 “기업은 편하게 해고하고, 근로자는 실업 기간에 역량을 키우고 직장을 새로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근로자들이 실업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차기 유력 대선 후보들의 노동 공약에 대한 견해는.
“이 후보는 노동 시장의 격차를 해소하는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다. 안정성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유연성 확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유연성을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발언을 해왔다. 그런데, 안정성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유연성을 끌어올려도 사회적 부작용이 매우 클 것이다.”

유연성과 안정성이 모두 달성된 나라는.
“덴마크는 유연·안정성이 갖춰진 대표적인 국가다. 덴마크 근로자들은 한 기업에 근무하는 기간이 다른 나라 근로자들에 비해 짧고 해고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나라 사람들은 고용 상황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직업 훈련, 실업 급여 등 사회 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편하게 해고하고, 해고된 근로자들은 실업 기간에 역량을 키우거나 직장을 새로 알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노동 시장의 중장기적 과제는.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를 해소하는 것.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란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임금, 일자리 안정성 등에서 질적 차이가 있는 두 부문으로 구분돼 있다는 의미다. 양질의 일자리가 있는 1차 노동 시장, 상대적으로 열악한 2차 노동 시장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에서도 좋은 일자리가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과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와 더불어, 노동조합의 근로자 보호 기능이 소수 대기업 근로자에게만 국한돼 있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 노조의 외연을 확대할 방안을 고민해야겠다. 대기업 근로자들이 양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겠다. 노조가 10%의 일부 근로자가 아닌 100%를 대변해야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격차가 줄어들 것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도 개선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인데 그간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다. 사실 인구 정책을 모든 사회 정책, 경제 정책보다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인구 증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긍정적일 때만 추진해야 한다.” 최근 정부 관계자들은 경제학자들이 고용 시장에 내재된 문제점을 지적하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최근 “지난해 연간 고용동향은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2757만 명)가 사상 최고치라는 점을 봐야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면서 고용 시장의 상황이 좋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고용시장을 두고 “내용 측면에서 뚜렷한 회복세” 라고 진단했다.
“틀린 말이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것치고는 상당히 부족했다. 양적, 질적으로 고용 현황이 좋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집권 전인 2016년 고용률은 60.6%였는데, 2021년엔 60.5%로 오히려 소폭 떨어졌다.”

왜 그런가.
“정부가 공공 일자리로 60세 이상, 청년층에서의 양적 일자리 감소는 방어했지만 핵심 노동 계층인 40대의 고용률 하락을 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40대는 고용률이 2016년 79.4%에서 2021년 77.3%로 2.1%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60세 이상은 3%포인트 이상, 15~29세는 2.5%포인트씩 고용률이 상승했다.” 

40대의 고용상황이 악화됐다는 얘기인데.
“그렇다. 40대 인구가 줄어든 비율보다 취업자 감소 폭, 고용률 하락이 더 크다. 정부 정책이 청년, 고령자에게만 집중돼 있었고 핵심 연령대는 정책 사각지대로 남았다. 40대 고용률의 하락을 정부는 인구 감소 탓만 하며 손을 놓고 있다. 정부가 신경을 안 썼다. 신경 쓴 부분은 단기 일자리라도 공급해 취업자 수 감소를 억제했다.”

40대 고용 상황 악화가 문제인 이유는.
“40대는 생산성이 가장 높고, 일터의 핵심이 되는 연령대다.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하다. 40대가 무너지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크다. 가계 소득이 확 줄고, 소비가 줄고, 기업 생산이 위축돼 고용이 다시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공공 일자리’로 60대 이상 취업자 수가 대폭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통계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이다. 60세 이상은 고용률이 2016년에 39.5%였는데 2021년에 42.9%로 3%포인트 이상 늘었다. 노인 일자리 증가에는 분명히 정부 일자리 사업 영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고령화에 따라 노인 돌봄 수요가 확대되는 변화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번 정부에서 일자리의 질이 악화된 원인은 무엇일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뿐 아니라 정부 일자리 사업의 영향도 컸다. 정부가 직접 창출한 일자리가 100만 명이 넘는데 대개 비정규직이다. 물론 인구 구조 변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고령층이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호하기도 한다. 산업 구조가 바뀌기도 했다. 사회복지, 돌봄 서비스 관련 업종 일자리가 많이 늘었는데 이 업종의 일자리 질이 썩 좋지 않다.”

이민아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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