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경북대 전자공학 학·석사, 매사추세츠 공대 경영학 석사, 전 LG종합기술원 기술기획팀 부장, 전 LG텔레콤 서비스개발부장, 전 한국기술투자 벤처본부장, 전 소예 대표이사, 전 LB인베스트먼트 기업투자본부장 사진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경북대 전자공학 학·석사, 매사추세츠 공대 경영학 석사, 전 LG종합기술원 기술기획팀 부장, 전 LG텔레콤 서비스개발부장, 전 한국기술투자 벤처본부장, 전 소예 대표이사, 전 LB인베스트먼트 기업투자본부장 사진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DSC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벤처캐피털(VC) 중 한 곳이다. 설립 9년 차를 맞은 2020년 운용자산(AUM) 6000억원을 달성했으며, 현재는 1조원을 굴리는 명실상부 ‘대형사’로 성장했다.

이 회사를 이끄는 윤건수 대표는 23년의 경력을 지닌 베테랑 투자 심사역이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LB인베스트먼트의 기업투자본부장으로 일하다 독립했다. 출범 당시 초기 투자에 주력했던 DSC인베스트먼트는 번역 서비스 플리토와 헬스케어 스타트업 와이브레인 등을 일찌감치 발굴해 트랙레코드(실적)를 쌓았으며,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신선식품 판매 업체 컬리에도 초기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 회사 주가도 지난 한 해 동안 50% 넘게 상승했다.

2월 9일, 서울 성수동 DSC인베스트먼트 본사에서 윤 대표를 만나 국내 벤처 투자 시장의 현주소와 방향성 및 유망 산업에 대해 물었다. 윤 대표는 올해도 유동성 확대로 벤처 투자 시장의 활황이 지속되는 한편 VC들의 실적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스타트업 가운데서는 암호화폐 생태계에 투자하는 회사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투자 성과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2021년은 올해와 내년에 좋은 회수 실적을 낼 수 있도록 텃밭을 만들고 씨를 잘 뿌린 한 해였다. 1년간 2500억원의 신규 투자를 집행했는데, 국내 VC 중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 외에도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투자 재원을 많이 마련했다.”

올해와 내년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예정된 기업은.
“대표적으로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가 있다. 현재 장외 시장에서 컬리 주식이 9만~1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20배의 수익이 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차전지 양극재 기업 에스엠랩은 올해 7월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관 투자자 가운데 우리 회사의 지분이 15%로 가장 많다(DSC인베스트먼트가 13%를, 자회사인 액셀러레이터 슈미트가 약 2%를 보유하고 있다). 두나무의 경우 총 500억원을 투자했고 현재 지분 가치는 1600억원이 됐다(두나무는 지난해 11월 하이브의 투자를 받을 당시 기업 가치를 20조원으로 평가받았으나, 현재 장외 시장 시가총액은 13조5000억원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계속되는 동안 이커머스 스타트업이 급성장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는 어떨까.
“과거에는 식료품을 사기 위해 집 앞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 가거나 혹은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했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이커머스가 거의 유일한 선택지가 됐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과거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지난 2년간 이커머스의 편리함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뿐 아니라 중장년과 노년층도 마찬가지다. 다만, 지금까지는 이커머스 기업들이 골고루 동반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1~2등 업체만 살아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들은 여러 개 이커머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대신 손에 익은 서비스만 이용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최근 특정 섹터에 국한된 버티컬(vertical) 커머스의 기업 가치가 크게 오르고 있다. 
“이커머스에서도 큐레이션(콘텐츠를 수집해서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백화점처럼 다양한 상품을 모아 놓고 판매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보가 너무 많아 원하는 것을 고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 버티컬 커머스는 동일한 목적을 가진 소비자들의 방문을 유도하기 때문에 전문화가 용이하며 훨씬 더 효율적이다. 요즘은 버티컬 커머스가 특정 카테고리에서 1위에 오른 뒤 영역을 넓히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필연적으로 영역을 넓혀야만 한다면 어느 방향으로 넓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여성 소비자들을 겨냥해 보석류를 판매하는 플랫폼의 경우, 구매자층이 겹치는 명품 가방으로 상품군을 확장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올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본격적인 긴축 정책에 돌입한다. 긴축 국면에서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가 조정받을 것으로 보는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유동성을 회수하는 시기에는 정책 자금을 벤처 펀드에 투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모태펀드(정부 부처에서 출자해 조성하는 펀드로, VC의 벤처 펀드에 재출자된다)의 규모는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책 자금이 줄어든다 해서 벤처·스타트업 시장이 침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규모 민간 자금이 계속 VC 업계로 흘러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VC들이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높은 성과를 내자, 은행과 보험사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벤처 펀드에 대한 출자를 늘리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도 유동성 확대로 VC 간 경쟁이 치열할까.
“올해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그와 함께 VC 사이의 양극화도 심해질 것이다. 정책 자금은 70~80개 VC에 골고루 배분되는 반면 민간 자금은 상위권 VC에 몰린다.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사에 돈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같은 현상은 VC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늘 반복돼왔다. 우리나라에서는 통계적으로 VC 3개 중 2개가 문을 닫았다.”

눈여겨보고 있는 산업이나 섹터는 무엇인지.
“인류는 지구가 탄생한 이래 수억 년간 눈에 보이는 세계에 살아왔지만, 지금의 10~20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도 존재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앞으로 가상세계는 얼리어답터(신제품을 남들보다 빨리 구매해 사용하는 사람)만의 영역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제반 기술은 물론 경제, 사회, 문화 시스템 등 모든 것이 변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며 선제적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상세계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공부와 연구가 필요하다. 인기 있는 테마라는 이유로 아무런 준비 없이 투자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가상세계의 도래에 앞서 주목해야 할 투자처를 꼽는다면.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은 이미 선발 업체들이 독과점한 상태다. 필연적으로 가상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하는 NFT(대체불가능토큰·Non-Fungible Token)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회사에서도 두나무의 자회사이자 NFT 거래소인 람다256에 30억원을 투자했다. 이커머스와 마찬가지로 가상 자산 섹터에서도 이 같은 버티컬 서비스에 돈이 몰릴 것이다.”

바이오는 지난 몇 년간 가장 인기 있는 테마 중 하나였으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앞서 상장한 바이오 기업 중 기술적 성과를 내지 못한 회사가 많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겪고 있는 혹한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본래 바이오산업은 임상 1, 2상을 거쳐 3상 통과의 성과를 내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분야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약이나 바이오 제품은 일정 기간 인체를 대상으로 시험을 해봐야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바이오 스타트업이 겪고 있는 기업 가치 조정은 VC 입장에서는 적정한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에 투자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DSC인베스트먼트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가.
“현재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는 기존의 전통적 VC뿐 아니라 글로벌 VC,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이 대거 진출해 있지만, 초기 투자를 잘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DSC인베스트먼트는 대형사로서는 드물게 초기 투자에 특화돼 있다. 그것이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이다.”

노자운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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