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아 양유 대표 고려대 광고학 석사 사진 양유
오경아 양유 대표 고려대 광고학 석사 사진 양유

“단순 식품 개발보다는 새로운 원료 개발, 특히 바이오 식품과 접목 가능한 비즈니스를 지향한다.”

푸드테크 기업 양유의 오경아 대표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전화 및 서면 인터뷰에서 회사 비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올해 1월 5~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 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2’에는 푸드테크(Food Tech·첨단 기술 이용한 식품 제조 및 유통 고도화) 분야가 신설됐다. 양유는 이 분야에 한국 기업으로서는 처음 참가했다. 양유는 이 자리에서 미국 법인 자회사 ‘아머드 프레시’가 개발한 ‘비건 치즈’를 선보였다. 

이어 양유는 2월 6~8일 미국 최대 식품박람회 ‘2022 윈터 팬시 푸드쇼’에도 참여해 비건 치즈를 선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비건 치즈는 뛰어난 맛의 ‘대체 유제품’으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며 “현장을 방문한 바이어의 호평 속 글로벌 유통망을 보유한 체인 브랜드나 북미 전체를 아우르는 대형 마트 등과 입점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스페셜티 푸드 협회(SFA)가 주최하는 이 박람회는 식품 시장 분석가와 연구원, 유명 셰프 등 3800명의 회원으로 구성, 전 세계 식품 트렌드와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다.

오 대표는 “최근 ‘비건’은 ‘채식주의자’라는 본래 의미를 넘어 패션이나 뷰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환경을 생각하고 보호하려는 마케팅으로 발전했다”며 “비건 치즈 사업은 더 큰 시장으로 도약을 가능하게 한 비즈니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다양한 ‘아머드 프레시 비건 치즈’ 제품들. 사진 양유
다양한 ‘아머드 프레시 비건 치즈’ 제품들. 사진 양유
‘아머드 프레시 비건 치즈’의 체다 슬라이스를 활용한 샌드위치. 사진 양유
‘아머드 프레시 비건 치즈’의 체다 슬라이스를 활용한 샌드위치. 사진 양유

양유는 어떤 기업인가.
“양유는 2001년 마케팅 에이전시로 출발했다. 롯데주류, 롯데칠성, CJ제일제당, 동아오츠카, 빙그레, 광동제약 등 국내 주요 식품 기업의 마케팅 업무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와 자체 개발한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해 나갈 수 있다는 비전을 갖게 돼 2018년 푸드테크 기업으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 당시 자체 개발한 빅데이터 플랫폼 ‘핀셋(Pincette)’을 통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퓨전 디저트와 냉동 화덕피자 시장의 가능성을 주목하게 됐다. 대표 제품 ‘티라미수 크림떡’ 등을 판매하는 퓨전 간식 브랜드 ‘청년떡집’, 냉동 화덕피자 브랜드 ‘우주인피자’를 만들었고, 가장 최근에는 급성장하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에 주목, 펫푸드 브랜드 ‘맘앤대디’를 선보였다.”

비건 식품 개발을 시작한 계기는.
“대체 식품에 대한 고민은 2020년 7월 초 비건 치즈 개발을 진행하면서 시작했다. 우주인피자를 미국으로 수출하려는 과정에서 피자에 들어가는 동물성 치즈 수출이 어려웠던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에 비건 화덕피자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존 비건 치즈는 맛과 식감이 부족해 우리 제품에 사용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또 자사 브랜드 청년떡집이 이미 식물성 기반 크림을 쓰고 있었기에 (비건 치즈가) 제품 연관성이 있다는 측면도 고려했다. 사실 비건 치즈 비즈니스는 전 세계적으로 대체 식품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주목받는 분야였다. 청년떡집을 운영하며 쌓은 식물성 떡에 대한 노하우를 통해 맛과 식감은 물론 영양까지 고루 갖춘 대중적인 비건 치즈를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로 대체 식품 시장 공략에 나서게 됐다. 비건 치즈 사업이 양유가 더 큰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다음 비즈니스라는 확신을 갖고 몰입했다.”

어떤 비건 제품을 개발 중인가.
“이미 자사 브랜드 청년떡집은 식물성 기반의 크림을 썼다. 이 노하우를 기반해 맛과 식감, 영양까지 고루 갖춘 대중적 비건 치즈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머드 프레시 비건 치즈는 아몬드 밀크를 기초로 자체 개발한 키믹스(핵심 배합 원료)를 통해 자연 치즈와 동일한 방식의 발효 과정을 거쳐 생산한다. 아몬드 밀크로 비건 치즈를 만든 것은 전 세계 최초다. 현재 관련 두 가지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제품은 슬라이스, 슈레드, 포션, 스프레드, 카망베르, 부라타, 파마산 등 7종이고, 플레인, 딸기, 블루베리, 시트론, 갈릭 허브, 인절미 등 9가지 맛으로 구성됐다. 이 밖에 청년떡집의 비건 떡, 우주인피자의 비건 치즈피자 등 자사 브랜드 내 비건 신제품도 준비하고 있다.”

타사의 기존 비건 치즈 제품과 차별점은.
“다른 비건 치즈와 가장 큰 차이는 ‘발효’다. 기존 비건 치즈는 코코넛 오일에 전분을 이용해 동물성 치즈 모양이나 향을 모방하다 보니 치즈 특유의 풍미가 부족했다. 이에 실제 치즈에서 일어나는 발효를 구현하기 위한 원료, 특히 유산균 발효와 단백질 개발에 공을 들이지만, 식물성 유산균은 거의 증식하지 않거나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이와 차별화한 양유의 핵심 기술은 네 가지 유산균을 섞어 동물성 발효와 유사한 기능을 발현하는 것이다. 발효하는 과정을 거쳐 치즈를 생산하기에 일반 동물성 치즈와 맛과 식감이 거의 같다. 최근 핵심 제조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도 완료했다. ‘아몬드를 활용한 식물성 치즈의 제조 방법’과 ‘식물성 유산균 발효 아몬드 밀크의 제조 방법’ ‘식물성 아몬드 치즈 프리 컴파운드의 제조 방법’ 세 가지다. 이는 국내 최초로 아몬드 밀크로 비건 치즈를 만든 제조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이로써 양유는 비건 시장에 뛰어든 지 약 1년 6개월 만에 국내 유일의 독자적인 제조 기술 특허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CES 2022 ‘푸드테크’ 분야에 참가했다. 해외 시장 반응은 어땠나.
“국내 비건 시장은 해외 시장에 비하면 아직 시작 단계다. 식물성 기반의 대체 식품 개발을 통해 비건의 대중화에 앞장서고자 참가하게 됐다. ‘CES 2022’와 ‘2022 윈터 팬시 푸드쇼’를 치르며 비건 치즈를 직접 맛보게 하면 좋을 것 같아 샘플링과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해 큰 호평을 받았다. 연이은 두 번의 세계 최대 박람회 참가로 제품 경쟁력과 혁신 기술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현재 유수의 기업과 협업 제품 개발을 논의 중이다. 앞으로도 미국, 유럽, 싱가포르 등에서 인지도 확산을 위해 다양한 글로벌 행사에 계속 참여해 신제품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최근 비거니즘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여파로 동물권,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비건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주목을 받으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도 증가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육식을 하지 않는 완전 채식’을 의미하는 비건이 본래의 의미를 넘어 패션이나 뷰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환경을 생각하고 보호하려는 마케팅으로 발전했다. 자원 고갈이나 환경 파괴,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등을 연구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한 비건에 대한 관심과 성장은 지속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 목표는.
“사명 ‘양유(亮流)’에는 ‘밝은 곳으로 흘러 널리 퍼져나가겠다’라는 의미가 담겼다. 비건 치즈를 시작으로 ESG 경영에 더 집중해 궁극적으로 사회, 환경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선목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