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연 지아이비타 대표  경희대 의대 학·석·박사,  현 경희의료원 진료센터장, 현 로봇수술학회 회장, 현 대한의료기술혁신학회 부회장,  현 복강경 대장수술연구회 회장 이길연 지아이비타 대표가 3월 14일 서울 반포동 사무실에서 로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명지 기자
이길연 지아이비타 대표 경희대 의대 학·석·박사, 현 경희의료원 진료센터장, 현 로봇수술학회 회장, 현 대한의료기술혁신학회 부회장, 현 복강경 대장수술연구회 회장
이길연 지아이비타 대표가 3월 14일 서울 반포동 사무실에서 로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명지 기자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유행하기 이전인 2019년 1월 영국에서는 쇼핑몰의 ‘건강지수’와 관련한 연구가 발표됐다. 런던 주요 쇼핑몰마다 건강 검진소를 두고 방문객들의 혈압 등을 측정했더니, 런던 근교의 대형 할인점 방문객은 소규모 상점이 늘어선 런던 도심 번화가(하이스트리트) 방문객과 비교해 혈압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쇼핑몰 특성에 따라 방문객들의 건강 상태가 확연히 달랐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계기로 영국에서는 쇼핑몰 순위를 매길 때 ‘건강’도 척도에 넣는다고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로디(ROTHY)’를 개발한 지아이비타 이길연 대표는 이런 영국 사례를 언급하며 “앞으로 쇼핑몰과 디지털 헬스케어의 결합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디지털 헬스케어가 ‘병원’과 ‘환자’ 중심으로만 논의됐다면, 앞으로는 일반 건강 관리 분야로 빠르게 확장될 것이란 뜻이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암병원 진료센터장인 이 대표는 3년 전 벤처 회사를 창업해 ‘로디’를 개발했다. ‘로디’는 스마트워치와 연결해 사용하는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스마트워치로 수집된 개인 정보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사용자가 고쳐야 할 생활 습관을 알려준다. 로디는 지난해 삼성전자 한국총괄에서 우수 비즈니스 모델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대표를 3월 14일 서울 반포동 지아이비타 본사 회의실에서 만났다. 


삼성전자와 협업한 ‘로디’에 대해 설명해 달라.

“스마트워치로 건강 개선에 필요한 사용자 정보를 얻어 생활 습관을 고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수면 관리인데, 수면 패턴 정보를 통해 수면무호흡증을 잡아낸다.”

수면 관리 외에 어떤 기능이 가장 인기 있나.
“국내 39세 이상 성인 4명 중에 1명은 당뇨 전 단계(경계성 당뇨)라고 한다. 이런 경계성 환자는 살부터 빼야 한다. 앱에 5㎏ 감량을 목표로 설정하면, 첫 1~2주는 별다른 지시 없이 생활 습관을 관찰하게 된다. 그 후에 ‘아침마다 걷네요. 거기서 10분씩 더 걸으세요. 당신이 똑같이 먹는다고 가정할 때, 10분 걷기만 더 해도 한 달에 0.8㎏씩 6개월 안에 5㎏ 감량할 수 있어요’라고 제안한다.”

진짜 살이 빠지나.
“내가 경험자다. 이걸 하고 3년 동안 10㎏을 감량했다. 한 달에 0.5㎏씩 특별히 한 것 없이 앱이 제안한 대로 움직였더니 빠졌다.”

기계가 제안한다고 다 따르지는 않는다.
“물론 말을 듣고 안 듣고는 개인 책임이다. 그래도 현재 상황을 알려주는 데 의의가 있다. 지인들에게 로디를 나눠줬더니 두 가지 반응이 오더라. ‘내가 이렇게 뚱뚱해?’와 ‘이렇게 하면 진짜 살 뺄 수 있어?’였다.”

그래도 ‘건강 관리’는 귀찮은 일이다.
“그런 ‘귀찮은 일’을 덜어주는 게 로디가 하는 일이다. 수면장애가 있는 경우 수면일지를 써야 하는데, 스마트워치를 차고만 있으면 데이터가 자동으로 축적된다. 혈당도 스마트워치로 측정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서울시에서 스마트밴드 5만 개를 보급하는 ‘건강 사업’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
“기계가 다르다. 염가의 보급형 모델은 6개월 이상 착용하는 사용자가 10명 중 2명도 되지 않는다. 반대로 고가의 제품을 착용한 경우 2년 착용률이 92%에 이른다. 사람들에게 ‘건강을 위해서 스마트워치를 사라’고 하면 안 산다. ‘예쁘고, 멋있어 보여서 스마트워치를 구입했는데, 부수적으로 건강도 좋아지더라’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의료는 매우 보수적인 분야다. 디지털 헬스케어로 수익 창출이 되나. 
“당장은 의사, 병원, 보험 환자 위주로 디지털 헬스케어가 돌아간다.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하지만 큰 그림을 그리고 접근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떤 기회가 있다는 건가.
“잠재 위험군을 타깃으로 잡아야 한다.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이 당뇨 전 단계라고 했다. 삼성생명 가입 고객이 800만 명이라면, 200만 명은 관리가 필요한 잠재 위험군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을 디지털 헬스케어로 관리하면 보험사는 손해율이 떨어져 이득이 된다. 나아가 이런 고객을 관리하는 보험도 만들 수 있다.”

어떤 보험을 만들 수 있나.
“보험 상품에 건강 관리 인덱스를 도입하는 것이다. 보험 가입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주고, 생활 습관을 개선한 것이 수치로 확인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방식이다.”

국내 대형 유통 업체와도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다.
“영국에서 걸을 수 있는 쇼핑가가 있는 지역의 주민은 만성질환이 적다는 연구가 있다. 걷기 좋은 공간을 둔 백화점은 건강(he-althy) 쇼핑센터라는 인식이 생겼다. 여기에 디지털 헬스케어 개념을 접목해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 구상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워치 사용자가 최근 6개월 동안 조깅했다면, 사용자가 백화점에 들어섰을 때 나이키 매장을 알려주면서 ‘새 운동화가 필요해’라고 제안하는 식이다.”

현직 대학병원 의사인데, 벤처 창업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 차기 정부에서도 K바이오 육성을 내걸었다.
“정부 주도 지원금을 늘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지금도 정부 지원 프로그램은 많다. 그 대신 민간 투자를 어떻게 받는지를 좀 가르쳐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투자자를 상대하는 것이 쉽지 않았나.
“투자자들은 일단 ‘이 사업은 안 돼’라는 생각을 깔고 사람을 만난다.” 

해프닝도 있었나.
“건축하는 사람들이 여유 자금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건축가 모임을 소개받아 투자 설명회를 한 적도 있다. 모 증권사 투자 심사역이 ‘회사에 팀은 있어요’라고 묻는데, ‘투자금 주면 팀 만들게요’라고 답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또 경희대의료원에 1억원을 쾌척했다. 이유가 있나.
“교수 신분을 유지하면서 사업을 하고 있다. 병원에 할애할 시간을 떼서 내 사업을 하는 것이니까 당연히 병원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억원은 시작이고, 목표는 매년 두 배씩 기부금을 늘릴 생각이다.”

최근 시리즈A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
“투자가 끝난 건 아니다. SK증권이 주관기관으로 참여해 45억원 투자를 받았고, 4월 중 후속 투자가 예정돼 있다.”

투자금은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훌륭한 인재를 뽑는 데 쓰려고 한다. 올해 삼성에서 데이터가 엄청나게 들어온다. 거기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이끌어 내려면 미리 준비해 놔야 한다.”

이 대표는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회사도 강남 한복판으로 옮기고,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환경과 문화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사무실은 층마다 개별 전화부스를 뒀고, 바깥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통창의 휴게실에 안마의자와 빈백을 뒀다. 

인재 영입에 성과는 있나.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대기업이나 훨씬 잘나가는 스타트업에 있던 사람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사람들이 점점 우리 회사의 매력에 빠지고 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