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컨 와들 ID8 대표이사 애딘버러 내피어대 MBA,  월트디즈니 전 혁신 및 창의성  부문 총괄사장, 전 글로벌 PR 부문 부사장, 전 디즈니랜드 리조트  언론·대외홍보 부문 부사장 사진 덩컨 와들
덩컨 와들 ID8 대표이사 애딘버러 내피어대 MBA, 월트디즈니 전 혁신 및 창의성 부문 총괄사장, 전 글로벌 PR 부문 부사장, 전 디즈니랜드 리조트 언론·대외홍보 부문 부사장 사진 덩컨 와들

“유통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소매 업자로 생각하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여러분은 경험 산업에 있습니다. 메타버스 덕분에 이전엔 할 수 없었던 몰입도 높은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죠. 이 기술은 앞으로 소매(리테일) 업계의 우선순위를 ‘경험’으로 옮기게 될 겁니다.

덩컨 와들(Duncan Wardle) 전 월트디즈니컴퍼니(이하 디즈니) 혁신 및 창의성 부문 총괄사장은 3월 31일 ‘2022 유통산업포럼’의 기조연사로 나서 “모든 것은 경험에 달려 있다”며 “유통 업계는 팬을 위한 몰입을 제대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와들은 ‘팬덤이 주도하는 신(新)소비혁명’을 주제로 한 이번 포럼에서 ‘유통 산업에서 창의와 혁신을 찾는 법’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디즈니랜드 리조트 홍보 부문 부사장에 이어 디즈니 글로벌 PR 부문 부사장을 지낸 후 디즈니 혁신 및 창의성 부문 총괄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ID8을 창업해 기업 혁신 분야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미키마우스가 살아남은 비결은

베티붑, 뽀빠이, 바니와 친구들…, 디즈니의 수많은 캐릭터 중 미키마우스가 살아남은 이유는 미키마우스를 직접 만나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바로 디즈니랜드 테마파크다. 1954년 디즈니의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는 경험 경제의 등장을 예견하고 영화를 극장 밖으로 꺼내 삼차원 공간으로 구현했다. 그는 고객을 ‘손님’으로, 직원을 쇼를 위해 캐스팅된 ‘출연자’로 재구성해 몰입도를 높였다.

와들은 “고객이라 불리는 것과 손님으로 대우받는 것은 확연히 다른 경험”이라며 “월트 디즈니는 ‘경험이 먼저다, 소매는 따라온다’라는 철학으로 디즈니랜드를 조성했다. 경험은 단순한 상품이나 서비스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리포터’의 지식재산권(IP)을 구매해 호그스미드 체험관을 개장한 유니버설스튜디오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해리포터가 개봉하기 전 그곳에서 팔던 코카콜라의 가격은 50센트(약 600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기념품 머그에 담아 8달러50센트(약 1만3000원)에 부가세를 붙여 판매한다. 2센트(약 25원)짜리 플라스틱 막대기 역시 덤블도어의 지팡이가 된 순간 65달러(약 7만8000원)라는 가격표가 붙었다. 결국 경험이 키워드다.” 

그에 따르면 유통 업체는 팬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끊임없이 제공해야 한다. 디즈니의 경우 끊임없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새 캐릭터를 주제로 한 놀이기구를 테마파크에 조성했다. 또 공식 팬클럽 D23을 창립하고 2년 주기로 ‘D23 엑스포’를 열어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등 디즈니의 모든 팬이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하도록 지원한다. 와들은 “이곳에선 스타워즈에 나오는 광선검(라이트 세이버)을 취향대로 만들 수도 있다”라며 “팬이 원하는 대로 광선검을 직접 만드는 경험은 그저 물건을 구매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라고 말했다.


디즈니랜드 수익의 비결 ‘매직밴드’

디즈니는 팬들과 더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고객들의 고충을 해결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디즈니랜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꼽는 가장 큰 고충은 ‘줄 서기’다. 입장할 때도, 놀이기구 탈 때도, 음식과 기념품을 구매할 때도 긴 줄을 서야 했다. 

이에 디즈니는 2014년 수십억달러를 들여 RFID(전자태그) 칩이 내장된 ‘매직밴드(MagicBand)’를 도입했다. 손목에 두른 매직밴드 하나면 디즈니랜드 리조트와 호텔을 체크인 없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원하는 놀이기구나 캐릭터 모임도 예약할 수 있다. 게다가 착용자의 취향에 맞춰 디즈니 캐릭터나 스타워즈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도 할 수 있다.

와들은 “단순히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면 입장료를 3% 올려 그만큼을 더 벌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한 덕에 매직밴드를 찬 디즈니랜드 손님은 평균 2시간의 여가 시간이 더 생겼고, 이는 역대 최대 재방문과 추천 의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제조 업체도 경험은 중요하다. 와들은 호주산 와인 ‘19크라임스(19Crimes)’를 예로 들었다. 이 와인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병 라벨을 찍으면 죄수의 사진이 움직이며 튀어나온다. 해리포터의 전단지 속 아즈카반의 죄수처럼 말이다. 실제 와인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와인이 아니라 경험을 샀다”고 답했다. 구매자 중에선 와인을 마시지 않지만, 친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와인을 산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전략적 파트너와 창의성을 발휘해 제품을 수집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와들은 제품과 서비스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Z 세대(1996~2010년 출생자)가 주 소비층으로 등장한 만큼 향후 도래할 메타버스(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시대에는 몰입형 경험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즈니는 최근 테마파크에 증강 현실 캐릭터를 구현하는 특허를 출원했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고객들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신데렐라를 만나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널드는 가상공간에서 햄버거를 제공하는 특허를 출원했다. 

그는 “메타버스의 등장으로 소매 업계에 일생일대의 기회가 오고 있다”며 “3년 후에는 원격으로 매장을 둘러보고 쇼핑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소매 업계에선 접근할 수 없는 수준으로 몰입형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 위해 성과 아닌 창의성으로 평가해야

와들은 창의와 혁신을 위해 기존의 관습을 탈피하라고 조언했다. 그가 제안한 방법은 ‘만약에’라는 가정법이다. 편견 없이 업계의 규칙을 나열하고 질문해 답을 찾는 것이다. 월트 디즈니는 1940년 영화 ‘판타지아’를 상영하면서 ‘만약 영화를 밖으로 꺼내면 어떨까?’라고 자문했고, 이는 삼차원의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에 대한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2019년 디즈니가 공개한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도 2016년 에볼라 조류독감과 사스(중증급성 호흡기 증후군)를 겪으며 했던 질문(만약 테마파크를 폐쇄해야 한다면?)에서 출발했다. 덕분에 디즈니는 코로나19로 테마파크를 폐쇄한 가운데도 2020 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매출이 6% 줄어드는 선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테마파크 매출 비중은 전년 37%에서 23%로 줄었지만, 디즈니 플러스의 매출 비중은 24%로 급증했다.

와들은 “픽사의 경우 ‘계획되지 않은 협업’을 철학으로 내세운다”며 “연구개발(R&D) 팀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분기별 성과가 아닌 창의성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작년에 시도했기에 안 된다’라는 말 대신 ‘네, 그리고’라는 긍정의 말을 쓰는 것만으로도 아이디어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은영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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