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촌 러시아중앙아시아팀 변호사들이 서울 삼성동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한혜진 동시통역사, 정규진 변호사, 이화준 팀장, 알렉산드라 토브스티크(Alexandra Tovstik) 변호사, 조은진 변호사, 이태은 변호사.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율촌 러시아중앙아시아팀 변호사들이 서울 삼성동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한혜진 동시통역사, 정규진 변호사, 이화준 팀장, 알렉산드라 토브스티크(Alexandra Tovstik) 변호사, 조은진 변호사, 이태은 변호사. 사진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전쟁이 두 달이 다 되도록 끝나지 않고 있다. 이번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가장 큰 전쟁이기도 하지만, 미국·유럽연합(EU)과 러시아 간 ‘경제 전쟁’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EU는 러시아 투자를 원천 차단하고 현지의 자국 기업들에 철수 명령을 내렸다. 최근 모스크바에서 스타벅스와 맥도널드도 짐을 쌌다.

반면 러시아는 자국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본국으로 보내는 것인 ‘과실 송금(fruitage remittance)’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응수하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들의 과실 송금 통로가 막히면서, 우리 경제에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과실 송금 문제, 위안화로 해결”…기업들 숨통 터줘

통상 과실 송금은 루블화를 달러화로 환전한 뒤 자국 화폐로 바꾸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오직 루블화 송금’만 원칙으로 내세우면서 기업들은 그야말로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심정이다. 러시아 정부가 이달 7일, 한국을 포함한 48개 국가를 ‘비우호국’으로 지정하면서 경제 제재를 강화한 여파다.

이화준 법무법인 율촌 러시아중앙아시아팀 팀장은 초·중·고교는 물론 모스크바대 법대 학부와 석사를 현지에서 졸업한 ‘러시아통’으로, 율촌 모스크바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다. 또 한·러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러시아 연방 국제상사중재원 중재인을 맡고 있다. 율촌은 국내 대형 로펌 가운데 유일하게 현지에 사무소를 두고 7년째 운영하고 있다.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 팀장을 3월 24일 서울 삼성동 율촌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응 방안과 예비책을 준비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들의 법률 자문 의뢰 업무가 쏟아지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을 비합리적인 러시아 정부의 정책으로부터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율촌에 유독 일거리가 쏟아지고 있는 이유는 미국과 EU 기업들이 대(對)러시아 투자를 중단하면서 세계적 로펌인 베이커 맥킨지(Baker&McKenzie), 미국계 다국적 로펌인 화이트앤드케이스(White&Case) 등 글로벌 대형 영미계 로펌들도 함께 철수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빅(Big) 4 회계법인으로 알려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어니스트앤드영(EY), 딜로이트(Deloitte), KPMG도 러시아에서 함께 발을 빼면서 투자 관련 이슈뿐만 아니라 세무 이슈까지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팀장은 “예를 들어 국내 모 기업은 3000억원 정도 들여 러시아 기업을 인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투자주관사 은행들까지 중간에 그냥 그만두고 나가버린 상황”이라며 “현지 기업들이 러시아 로펌 자문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니 저희한테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1분기 러시아중앙아시아팀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다섯 배 이상 껑충 뛰었다.

특히 러시아중앙아시아팀은 과실 송금 차단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면서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현대자동차루스, 롯데루스, 삼성루스 등 국내 대기업 현지법인들의 주재원들은 현지에서 급여를 받아도 국내로 송금을 못 하고 있었다.

이에 중국 위안화, 홍콩 달러화, 캐나다 달러화 등 하드커런시(기축통화)로 환전해 송금하는 방법을 법률적으로 자문했다. 그는 “현지 은행마다 기준이 ‘데일리(매일)’로 바뀌고 있는 데다 본국 송금을 하려면 현지 소·도매상 등으로부터 수금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달러화나 유로화는 거래가 힘들기 때문에 위안화 등 대체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를 기회로” 현지 진출 꿈꾸는 기업들 자문도

아울러 전쟁을 계기로 오히려 러시아 현지로 진출하려는 ‘소비재 산업’ 관련 기업들의 문의도 크게 늘었다. 러시아는 소비에트 시절 공동주택 정책을 실시, 주거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따라서 소득 대비 구매력(Buying Power)이 높은데 자국 소비재 품질은 떨어진다는 점에서 한국 소비재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 팀장은 “모스크바 현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공장 부지로 검토하는 기업도 생겼다”면서 “특히 소비재는 미국과 유럽산이 줄어들면서 이때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을 높이겠다는 기업들이 많다. 화장품이나 샴푸, 주방·세탁세제 등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도시락이나 마요네즈 등 식음료 사업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팀장은 러시아 현지 재외국민과 현지로 진출해 있거나 진출하려는 자국 기업에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법률로 보호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 러시아 정부는 반도체 일부 소재 등 특수광물 수출제한 품목을 발표할 당시, 러시아어로 자국에만 발표해버리면서 기업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에서 규제 관련 정책을 발표하는 시각이 통상 오후 5시인데 그때 한국은 밤 11시”라며 “쏟아지는 업무에 피곤하지만, 해외에서 피와 땀을 흘려 ‘외화벌이’를 하는 한국 기업들을 위해 법률 전문성을 갖고 지원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미호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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