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 연세대 전기공학, 시카고대 MBA,  전 신한금융투자·전 골드만삭스증권 근무,  전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이사 사진 하나벤처스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 연세대 전기공학, 시카고대 MBA, 전 신한금융투자·전 골드만삭스증권 근무, 전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이사 사진 하나벤처스

하나벤처스는 금융지주에서 만든 벤처캐피털(VC) 중 업력이 가장 짧은 축에 속한다. 2018년 10월 설립돼 작년 가을 세 돌을 맞았다. 3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KB금융그룹 계열 KB인베스트먼트와 비교하면 ‘자식뻘’ 나이다.

그럼에도 하나벤처스는 불과 3년 반 만에 여타 VC에 절대 뒤지지 않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운용 자산(AUM) 5200억원을 달성했고, 올해는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AUM 1조원은 보통 대형 VC를 정의하는 기준이 된다. 투자한 회사는 110개에 달한다. 

하나벤처스의 성과는 양(量)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된 웹툰 플랫폼 타파스에 투자해 10배의 수익을 올렸고, 게임 업체 로얄크로우는 중국 빅테크 텐센트에 인수됐다. 그 외에 최근 기업 가치 1조6000억원을 인정받은 전자책 및 웹툰 플랫폼 리디, 한우 유통 스타트업 설로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왓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 등에도 초기 투자했다.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는 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증권에서 고유계정 운용을 총괄하다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VC 심사역의 길로 들어섰다. 최근 서울 삼성동 하나벤처스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그는 올해 스타트업 시장이 지난해와 같은 호황을 누리기는 어렵다며, 이익을 빠르게 실현할 수 있는 기업에 선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설립 후 실적은 어떤가.
“설립 2년 차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고, 3년 차였던 작년에는 영업이익 90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역사가 깊지 않아 투자금을 완전히 엑시트(회수)한 건이 많지는 않다. 포트폴리오사 가운데 타파스가 지난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되며 10배의 수익을 냈고, 전자책 리더(리디북스)뿐 아니라 웹툰·웹소설 사업도 하고 있는 리디의 지분 가치가 네 배 쯤 됐다.”

운용 자산은 총 얼마나 되나.
“5200억원이다. 올 상반기 안에 8500억원을 달성할 것 같다. 벤처 펀드 결성액의 20~30%를 차지하는 민간 출자자(LP) 몫을 유치할 때 하나금융그룹 관계사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 이점 덕에 신생 VC임에도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VC 업계에 오기 전에 어떤 일을 했나.
“대학교를 다니던 1999년 창업을 했다. 소프트웨어를 따로 설치하지 않고도 웹브라우저상에서 구동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지금의 구글앱스 같은 개념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서비스가 시대를 너무 앞서나갔는지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직원도 30명 정도 채용하고 2000년에 투자도 받으며 나름 규모 있게 운영했다. 그런데 투자를 받은 바로 다음 달 나스닥지수가 폭락했다. IT 버블이 붕괴된 것이다. 결국 회사를 나와 2001년 말 증권사에 입사했다.”

IT 버블 붕괴를 경험하고 증권 업계에도 몸담았는데, 최근 증시 급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 세계 주식시장은 중간중간 조정받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우상향했다.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때문에 과도하게 풀었던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단계다. 14년간 그래왔듯 시장이 유동성 축소 때문에 일시적으로 조정받더라도 결국 다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가 약 10% 하락했지만, 이를 두고 급락했다고 표현하며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

주가지수의 10% 하락은 상당히 큰 조정 아닌가.
“단기간에 하락했으니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위험자산 투자자의 관점에서 10%는 그리 큰 등락 폭이 아니다. 보통 기대 수익률 10%는 주가수익비율(PER) 10배에 해당되는데, 구글 같은 성장주의 PER은 30배나 된다. 투자자들은 성장주의 경우 PER 30배까지는 적정한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라고 인식하지 않나.”

그렇다면 올해 스타트업 투자 환경은 어떨까.
“주가지수의 10% 하락을 ‘폭락’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조정받은 것은 맞다. 그리고 앞으로도 한동안 유동성이 완만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당연히 VC들도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재조정해야 하는지.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과감함을 조금 줄여야 할 것이다. 닷컴 버블 때는 ‘인터넷’이라는 단어만 붙여도 기업 가치가 솟았고 최근에는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와 엮이기만 하면 몸값이 급등했지만, 그 정도의 과감한 투자는 이제 어려울 것이다. 리스크에 대한 VC들의 선호도가 작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아질 것이다. ‘잔치는 끝났지만, 집에 가지는 말고 다음 잔치를 제대로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할 수 있겠다.”

올해는 어떤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이익 성장률이 높은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 VC는 대부분 미래를 보고 현재 적자가 나는 회사에 투자하는데, 이제는 해당 스타트업이 몇 년 후 이익을 얼마나 낼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흑자 전환을 위해 각 스타트업이 세우는 계획을 좀 더 까다롭게 보고 검증해야만 한다.”

하나벤처스는 콘텐츠 영역의 투자 강자다. 올해 콘텐츠 스타트업의 전망은 어떤가.
“보통 처음에는 콘텐츠를 창작하는 곳이 각광받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콘텐츠를 파는 ‘플랫폼’이 주목받는 것 같다. 지금은 창작의 영역, 플랫폼의 영역 모두 성장 및 투자 기회가 남아 있다고 본다.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는 플랫폼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디즈니플러스’가 대표적인 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가진 플랫폼이 성공할 수 있다면, 결국 디즈니나 넷플릭스 같은 대기업만 살아남게 되는 것 아닐까.
“대기업이 아닌 회사에도 아직 기회가 열려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왓챠라는 토종 콘텐츠 플랫폼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지 않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은 이미 유튜브가 독점한 영역이 됐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분야에서 넷플릭스의 위상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넷플릭스 대신 티빙이나 웨이브를 보는 사람도 많다. 아직 독점적 시장이 아닌 만큼 성장 기회도 많고 VC의 투자 기회도 남아 있다고 본다. 새롭고 참신한 포맷의 콘텐츠를 들고나온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짧은 영상에 특화된 틱톡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듯 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이커머스 분야는 어떨까. 올해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
“요즘은 이커머스 플랫폼보다는 이커머스를 효율화하는 사업에 관심이 많다. 소비자 데이터를 잘 분석해서 이커머스의 매출을 늘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 혹은 배송을 효율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많은 이커머스 업체가 이른바 ‘빠른 배송’ 때문에 계속 적자를 내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하나벤처스가 세운 올해 목표는.
“작년 한 해 동안 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새로 만들었다. 곳간이 든든해진 만큼 올해는 25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것이 목표다.”

VC 업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지난해까지는 ‘올라타기’만 해도 기업 가치가 올랐던 시장이라면, 이제는 기업 간 차별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나만의 투자 방법과 전략을 만들기에 좋은 시기가 왔다고 본다. 최근 주식시장의 조정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고, 과거 조정 및 폭락기를 겪었던 선배들과 많이 대화해보며 ‘변하지 않는 투자 법칙’이 무엇일지 공부해보면 좋겠다.”

노자운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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