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코넬대 경제학, 캘리포니아  공과대 사회과학 석사, 스탠퍼드대 정치경제학 박사,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골목길 자본론’ 저자 사진 연세대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코넬대 경제학, 캘리포니아 공과대 사회과학 석사, 스탠퍼드대 정치경제학 박사,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골목길 자본론’ 저자 사진 연세대
대전 빵집 성심당(왼쪽)과 재주상회 로컬 매거진과 로컬 푸드. 사진 성심당·재주상회
대전 빵집 성심당(왼쪽)과 재주상회 로컬 매거진과 로컬 푸드. 사진 성심당·재주상회

“오프라인의 미래는 직주락(職住樂)이다. 근처에서 일하고 살면서 (삶을) 즐길 수 있는 동네가 상권의 중심이 되고 있다.”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3월 31일 조선비즈가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주최한 ‘2022 유통산업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국 3500개 읍·면·동에 특색 있는 가게를 만들면 동네 상권이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가 찾는 관광지가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 경제도 살아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모 교수는 로컬(지역) 브랜드로 골목 상권을 살릴 수 있다고 봤다. 로컬 브랜드가 모이면 동네 정체성이 되고 하나의 문화가 되며 사람들이 찾는다는 것이다. 모 교수는 이날 발표와 이후 추가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골목 상권에서 팬덤을 형성하는 방법에 대해 풀어냈다. 

 

골목에서 만드는 ‘팬덤’

모 교수가 정의하는 로컬 브랜드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동네 가게다. 동네 가게 100~200개 중 전국적으로 유명한 가게 10개만 있어도 성공한 상권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사람들이 해당 가게를 방문하러 지역을 찾고 인근 가게까지 방문하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모 교수는 “로컬 브랜드가 되려면 (가게) 운영자가 스스로 로컬에 대한 정체성이 있어야 하고, 로컬에서 나오는 자원을 사업 모델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모 교수는 대전 성심당(빵집), 제주도 재주상회(지역 콘텐츠), 전주 한복남(한복 대여) 등을 대표적인 로컬 브랜드로 꼽았다. 

성심당은 대전에서 튀김소보로 등을 판매한다. 대전 시민이 여행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소 1위는 성심당이고 추천하고 싶은 음식은 성심당 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는 “대전의 또 다른 이름은 ‘성심광역시’라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성심당은 지역 자부심을 활용한 기업”이라며 “팬덤으로는 성심당을 이길 기업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심당의 핵심은 대전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것”이라며 “성심당 빵을 먹고 싶으면 대전에 와야 하는데 덕분에 (성심당) 주변 가게들까지 (매출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제주도 재주상회는 처음에는 로컬 잡지 ‘인(iiin)’을 만들던 곳이었다. 모 교수는 “재주상회는 지역 잡지를 만들기 위해 지역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며 “지역의 특색 있는 브랜드를 알게 돼 한데 모아 로컬 편집숍을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편집숍을 운영하며 ‘이게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운 부분이 생겼고, 직접 (지역 기반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잡지, 편집숍, 로컬 제조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고 했다.

한복남은 전주에서 한복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로 시작한 기업이다. 전주 한옥마을 등에서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도록 만들었다. 한복을 콘텐츠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진출한 것이다. 모 교수는 “전주다운 로컬 브랜드”라고 했다. 


職住樂·콘텐츠·공간 안전이 핵심

모 교수는 직주락, 콘텐츠, 공간 안전이 서울 상권을 움직인다고 봤다. 직주락은 직장과 주거와 즐거움이 결합된 형태로 골목 상권이 발전하고 지역을 살린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있고 즐거운 동네에는 청년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모 교수는 “직주락이 문화와 정체성을 형성한다”고 했다.

모 교수는 “젊은이들은 여유롭게 일상을 즐기고 이웃과 소통하는 삶을 추구하는데, 그게 바로 로컬 콘텐츠”라고 했다.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등에 여행 가면 사람들은 현지 문화를 느끼고 싶어 한다. 그건 대기업이 만들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지역 소상공인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는 “지역 경제 30%는 지역 소상공인이 차지한다”며 “지역 관광도 로컬 콘텐츠 없이는 경쟁하기 어렵다”고 했다. 

동네마다 정체성을 살려 개성 있는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게 모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가게 대신 공간, 사장님 대신 운영자라고 불러야 한다”며 “물건과 서비스 대신 콘텐츠를 팔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부자·서민 동네 구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서울의 모든 동네가 개성(personality)이 있다”며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어울리는 동네면 된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시대, 실내 환기 등 공간 안전도 중요하다고 봤다. 모 교수는 “압구정 상권이 살아난 이유는 테라스 건물 때문”이라며 “자본 있는 건물주들이 건물에 테라스, 루프톱 등을 만들었고, 환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몰렸다”고 했다. 그는 “차박(차에서 숙박), 캠핑 등 야외 활동이 모두 코로나19와 관련 있다”며 “미국 정부는 환기 시설 등을 설치하면 보조금을 주기로 했는데, 우리도 실내 공간을 쾌적하게 만들 때가 됐다”고 했다.


대기업과 로컬 브랜드 상생도

모 교수는 골목 상권에 특색 있는 가게가 모여 관광지가 되고 대기업처럼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모 교수는 “서울 연희동이 대기업이고 (골목) 가게가 계열사라고 생각한다”며 “전국 3500개 읍·면·동이 있다면 각각 동네를 브랜드로 만드는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로컬 브랜드가 확장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네 가지가 있다. △ 한 지역에서 활동하고 그곳에서 지배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거나(Local to Local) △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진출해 해당 지역에서도 특색 있는 로컬 브랜드가 되거나(Local to Multi Local) △ 한 지역에서 동일한 모델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거나(Local to National) △ 창업 초기부터 여러 지역에서 로컬 비즈니스를 하는 것(Multi Local to Multi Local) 등이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은 로컬 브랜드의 경쟁자가 되는 대신 플랫폼 역할을 하고 지자체와 정부는 읍·면·동 단위 상권 시스템을 만들고 창업 지원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는 게 모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대기업이 로컬 브랜드를 키워줄 수 있다”며 “호텔이나 쇼핑센터에 입점하는 식당도 결국에는 지역 맛집, 지역 수제 맥주”라고 했다.

모 교수는 “창업자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하다”며 “대기업은 로컬 브랜드의 판로(販路)를 개척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기업도 (자체) 콘텐츠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로컬 브랜드와 협업한다면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다”고 했다.

이현승·홍다영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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