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중앙대학교광명병원장 서울대 의대, 전 서울대 의대 이비인후과 과장,  전 분당서울대병원장, 전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장, 전 이지케어텍 대표이사 사진 중앙대광명병원
이철희 중앙대학교광명병원장 서울대 의대, 전 서울대 의대 이비인후과 과장, 전 분당서울대병원장, 전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장, 전 이지케어텍 대표이사 사진 중앙대광명병원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KTX 광명역에서 내리면 높은 빌딩과 쇼핑몰 이케아와 롯데몰 사이로 지상 14층, 연면적 9만6987㎡(약 2만9338평)의 대형 병원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3월 700여 병상 규모로 개원한 중앙대학교광명병원(이하 광명병원)이다. 이 병원은 수도권 서남부 유일한 대학병원이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건설한 국내 최초 대학병원이다.

부동산 PF는 시행사가 사업 계획을 짜고,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해 설계, 공사까지 하는 개발 방식이다. 부동산 개발 단계에서 대학병원을 유치하려는 시도가 많은데, 병원이 아예 사업자로 참여했다. 광명병원이 성공하면서, PF 방식의 대학병원 분원 개원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인천 청라신도시에 짓는 청라 아산병원(KT&G 하나은행 컨소시엄), 위례신도시 길병원(미래에셋 호반건설 컨소시엄)이 대표적이다.

광명병원은 암병원과 심혈관질환센터를 따로 뒀고, 14층에는 신약임상시험센터도 마련했다. 외래 진료실은 가정의학과와 이비인후과 성형학과 등 진료과가 필요에 따라 진료실을 나눠 쓸 수 있도록 효율화했고, 중앙 엘리베이터만 22대를 뒀다. 이철희 초대 광명병원장은 “중환자를 수술, 검사실로 수직 이동시키려면 엘리베이터가 필수”라며 “설계 단계부터 이 부분을 강조했고, 전문가 조언을 구해 최적의 동선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18년째 의료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해 서울대 의대 이비인후과 교수였던 이 원장은 2004년 서울대학교병원 자회사인 이지케어텍 대표를 거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원장, 분당서울대학교병원장을 지냈다. 이후 중앙대의료원 새병원건립추진단장으로 합류해 광명병원을 개원했다. 

광명병원 개원 한 달여 만인 4월 28일 이 원장을 만났다. 평일 목요일인데도 광명병원 1층 원무과는 내원 환자로 북적였다. 이 원장은 광명병원이 지역 중증 환자를 전담하는 거점 병원이자, KTX 역세권을 활용해 전국 종합병원과 협진하는 병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개원 한 달 성과는 어떤가.
“예상보다 환자 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음식점과 비교하면 100인분 정도 준비했는데, 150명 정도 손님이 오는 상황이다. 광명 지역 대학병원은 이 지역 주민의 숙원 사업이기도 했다.”

병실이 부족한가.
“병원은 병실만 있다고 운영이 되는 게 아니다. 숙련된 의료진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교육에만 6~8주 정도 걸리다 보니 막판에 직원들이 고생했다.”

추진단이 출범하고 개원까지 3년 이상 걸렸다. 에피소드는 없었나.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을 개원한 경험이 있지만, 건축 단계부터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말 많이 배웠다. 건축비를 줄이려고 많은 전문가를 만나 조언을 구했다. 병원 로비에 보이는 화강석도 건축비를 낮추려고 따로 주문한 것이다. 건설사에서 처음에 대리석을 제안해 왔는데, 너무 비쌌다. 그런데 인천공항 제2터미널을 벤치마킹하러 방문했을 때 화강석을 발견했다. ‘저거다’라고 생각했다.”

건축비를 줄이려고 애쓴 이유가 있나.
“그 비용을 낮추면 진짜 환자 서비스에 쓸 수 있지 않겠나. 엘리베이터도 최고의 제품을 골라, 대수를 대폭 늘리면서 가격을 깎았다. 아마 이렇게 직접 흥정한 병원장은 처음일 것이다. 그리고 질 좋은데, 가격 저렴한 거 좋아한다. 하하.”


이 원장 말대로 광명병원은 건축비를 아껴, 최신 최고 사양의 영상의학 장비를 들였다. 이 병원에 있는 필립스 CT 장비는 X선 노출이 적어 소아·임산부에게도 쓸 수 있다. 국내에서 이 장비를 보유한 대학병원은 광명병원이 유일하다.

 

병원에 엘리베이터는 몇 대나 있나.
“22대다. (1000병상이 넘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보다 많다. 대학병원에 엘리베이터는 늘 부족하다. 병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엘리베이터 환자가 수술 시간에 늦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회의도 많이 했는데, 설계 때부터 엘리베이터를 많이 설치하는 수밖에 없었다. 건물 밖에 엘리베이터를 새로 지을 순 없지 않나.”

우수한 병원은 우수한 의료진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영입 인재가 있나. 
“광명병원 암병원장인 김이수 교수는 유방암과 갑상선암 분야 명의로 통한다. 이 밖에 췌장암 명의인 김선회 전 서울대 의대 교수, 심장뇌혈관병원의 김상욱 교수, 혈전 연구 권위자인 정영훈 교수 등이 있다. 하반기에 추가 영입이 예정돼 있다.”

추가 영입 대상이 누구인지 공개할 수 있나.
“아직 공개할 수 없다. 인재 영입도 중요하지만, 인재 육성도 중요하다. 주니어급 의사들이 해외에서 경험과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한 달짜리 연수 프로그램도 가동하려고 한다.”

한 달짜리 연수는 너무 짧아 보이는데.
“장기 연수와 별개로 단기 연수를 추가로 만든다는 뜻이다. 한 달이 짧아 보이지만, (한국 의사들은) 그 정도면 수술법 정도는 배울 수 있다. 여기에 젊은 의사들이 해외 대가(大家)와 교류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신약 임상시험센터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한다.
“암과 같은 중증 질환 치료는 임상 단계에 있는 신약을 쓸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임상에 참여해 신약을 쓰기 원하는 환자가 국내에 많다는 뜻이다. 신약 임상은 제약사가 대학병원 교수에게 직접 의뢰하거나, 임상시험수탁(CRO) 업체를 통하게 된다. 우리는 국내 CRO 업체와 협력해, 이 업체가 받은 임상을 우리 병원이 전담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지케어텍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도 얘기해 줄 수 있나.
“이지케어텍은 서울대학교병원이 전산 시스템을 고도화하려고 2001년 전산실에서 분사한 회사다. 내가 대표로 임명된 것은 2004년 11월. 취임 한 달 후인 12월이면 이 회사의 주요 사업인 병원 전산 고도화가 끝나는 상황이었다. 이대로만 있으면 기존 병원 전산실과 무슨 차이가 있나 싶어 ‘회사 한번 키워볼까’라고 생각했다.”

성과는 있었나.
“나부터 직접 병원 영업을 뛰기 시작했다. 경상대학교병원에 가서 병원장을 만나 제품을 홍보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사업을 확장해 연 매출을 4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서울대학교병원이 지분 45%인 이 회사는 2019년 국립대 자회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상장했다. 국내 대형 병원 10곳 중 5곳은 이 회사 시스템을 쓰고 있고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에도 시스템을 수출하고 있다. 

이지케어텍의 2020년 매출은 769억원이다. 삼성이나 LG CNS 등 대기업이 의료 정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판판이 깨졌다. 이 원장은 “(사업성과 관계없이) 의료 IT 전문 인력을 양성한 것이 이지케어텍 성공의 비결”이라며 “내가 계속 이지케어텍에 있었다면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로 나를 인터뷰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바이오·의료 산업 집중 육성 계획을 밝혔다. 조언이 있나.
“규제가 문제다. 금지된 것 이외에는 다 할 수 있게 풀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분배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 국무총리실 산하 정보통신전략위원회 위원으로 있으면서 연구개발비가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명지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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