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로 불리는 충성 고객만 841만 명이다. 이들 중 34%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스타벅스를 찾는다. 열정적인 버디 고객을 기반으로 지난해 연 매출 2조4000억원을 올릴 수 있었다.”
송호섭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이사는 3월 31일 조선비즈가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주최한 ‘2022 유통산업포럼’에서 “고객의 일상을 기분 좋고 생기 있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팬덤을 만들었고, 성장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국내 인구 15% 스타벅스 회원
스타벅스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브랜드로 손꼽힌다. 100만 명의 스타벅스 고객이 매일 141만 잔의 커피를 산다. 자체 멤버십인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 수는 800만 명에 달한다. 대한민국 인구를 감안할 때 100명 중 15명은 스타벅스 회원이라는 뜻이다.
스타벅스가 브랜드 ‘굿즈(goods)’를 선보이면 이를 얻기 위한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입장하는 것)’이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연출된다. 굿즈를 얻기 위해 먹지도 않을 음료를 한 번에 수백 잔 구매하는가 하면 리셀(되팔기) 굿즈를 웃돈을 얹어 사기도 한다.
송 대표는 “지난해 2조4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지난 23년간 고객과 함께 지속 성장 중”이라면서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영감을 주는 경험과 가치를 전달하자’는 스타벅스의 미션을 충분히 따른 게 스타벅스가 성장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 구매나 단순 서비스 이용 고객이 팬이 되면 브랜드의 활동 자체를 지지하고 참여하게 된다”면서 “고객이 브랜드 제품이나 상품을 수입하고 이벤트에 참여하는 순간부터 자발적 홍보대사가 되고 꾸준한 매출 상승과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대표는 고객을 팬으로 만들기 위해 커피 솜씨, 일관성, 관심 등 8가지 약속을 정하고 이를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합리적인 가격에 적당한 품질의 물건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로 대동단결하는 팬덤 비즈니스를 열기 위한 전략이다. 그가 밝힌 8가지 약속은 구체적으로 △훌륭한 커피 경험 △안정적인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곳 △취향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 제공 △가치에 기반한 행동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믿을 수 있는 브랜드 경험 △일상의 행복감 △세심한 관심 등이다.
예컨대 스타벅스는 과한 친절이나 무관심이 아닌, 적당한 물리·심리적 거리 안에서 고객을 친절히 응대하는 ‘톤 앤드 매너(Tone and Manner·일정한 방향 내 어조·태도·소통)’를 고수한다. 고객들은 이를 두고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느낌이 들게 한다’고 표현한다. 인테리어에서도 한 가지 형식을 고집하지 않는다. 경주 지점에는 기와지붕을, 서울 소공동 환구단 지점에는 환구단 디자인을 가져와 인테리어를 꾸몄다. 애칭인 ‘별다방’이라는 이름을 아예 붙인 곳도 있다. 서울 중구 스테이트타워 매장은 공식 명칭이 별다방이다.
송 대표는 “스타벅스가 고객 개개인 삶에 완벽히 들어맞는다고 느끼도록 하고, 스타벅스에서 고객이 자신을 중요한 존재로 느끼게 하는 데 집중했다”면서 “고객을 위하면 고객은 팬이 되고 브랜드 성장을 함께 이끌어 가는 주체가 된다”고 했다.
“언제나 가까운 곳에 스타벅스가 있도록”
송 대표는 스타벅스가 매장을 확장하는 것도 고객을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2000년 10개에 불과했던 지점 수는 전국 78개 도시 1639개(2021년 말 기준)로 불어났다. 서울 등 대도시 도심에선 주요 건물마다 입점해 있다. 송 대표는 “언제라도 스타벅스를 만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최근에는 서울 근교 드라이브 시 즐길 수 있는 더양평DTR 매장,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더북한강R 지점을 통해 편안하고도 특별한 경험을 버디들에게 제공하고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이렇게 만든 팬덤은 스타벅스코리아의 탄탄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1월 ‘(신세계가 대주주인) 스타벅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불매운동을 촉발했지만, 흐지부지 끝났다. 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미국 NBC 해설자 조슈아 쿠퍼 라모가 일본의 한국 식민 지배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생겼다. 그가 미국 스타벅스 이사인 것이 알려지며 한국 내 불매운동이 시작됐지만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커피는 물론 다양한 음료를 내놓고 있는 것도 ‘스타벅스 팬덤’의 핵심으로 꼽힌다. 기본에 충실하되 화제를 양산하는 ‘이벤트성’ 음료를 대거 선보이는 것은 물론 신메뉴 개발에서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을 포함한 버디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송 대표는 “버디들이 좋아하는 커피를 내놓고 버디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만들어진 음료 메뉴들은 고객들이 자신의 취향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고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를 더 좋아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이외에도 고객들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다. 그는 “고객이 미리 취향에 따라 음료를 주문하는 사이렌오더, 고객의 이름을 불러주는 풀마이네임 서비스 등이 다 고객 만족을 위한 노력”이라고 했다.
친환경 활동 앞장서며 고객 충성도 제고
스타벅스코리아는 최근 종이 빨대를 도입한 데 이어 사탕수수 섬유로 만든 생분해성 종이,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포장재 사용 등 친환경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커피 찌꺼기를 천연 비료로 재활용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개인 컵 이용 고객에게 400원 할인 혜택 또는 ‘에코 보너스 스타(에코별)’를 적립하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에코별은 다회용 컵을 사용해 제조 음료를 구매할 경우 지급하는 일종의 친환경 리워드로 에코별 12개 적립 시 작은 크기(톨 사이즈) 음료 1잔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송 대표는 “고객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가 되려면 고객이 사랑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스타벅스는 2018년 국내 커피 전문점 최초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로 바꾸는 등 사회적 가치를 위한 브랜드의 활동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올해 더 적극적으로 고객을 브랜드 안에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가치를 고객과 공유한다는 의미를 담은 ‘같이 하는 가치(Better Together)’를 새로운 미션으로 정했다. 송 대표는 “일회용 컵 없는 매장 운영 등을 통해 고객과 함께 가치를 추구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