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철 하나은행 신탁사업본부장  전 하나은행 법조타운 골드클럽 PB센터장, 전 하나은행 PB본부 포트폴리오 매니저, 전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장, 전 하나은행 클럽원(Club1)PB센터장   허지윤 기자
이재철 하나은행 신탁사업본부장 전 하나은행 법조타운 골드클럽 PB센터장, 전 하나은행 PB본부 포트폴리오 매니저, 전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장, 전 하나은행 클럽원(Club1)PB센터장 사진 허지윤 기자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자산 덩치가 커지면서 신탁 시장도 커지고 있어요. 자산가들도 고민은 많지요.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보유 자산을 관리할 수 있을지, 사업체를 어떻게 자녀에게 승계하고, 가족 간 분쟁 없이 재산을 매끄럽게 넘겨줄지 등등.”

신탁(信託)은 ‘믿고 맡긴다’는 말 그대로 금융(신탁) 회사에 고객이 자산을 맡겨 금융사가 투자·운용·관리·처분해주는 자산 관리 서비스다. 금융 상품에 투자해 자산을 운용하는 것은 물론 리빙트러스트(Living Trust·유언대용신탁)를 활용해 본인 또는 가족 유고 시를 대비할 수 있다. 

국내 신탁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신탁회사 60곳의 총수탁액은 1년 전보다 12.3% 늘어난 1166조7000억원이다. 2017년(775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고객이 신탁회사에 맡긴 자산 규모는 4년 새 50.5% 커진 셈이다.

신탁 시장에 몰리는 돈이 늘고 있는 배경은 뭘까.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최근 만난 이재철 하나은행 신탁사업본부장은 “자신의 재산을 생애주기에 따라 사후에도 안전하게 운용, 관리되기를 원하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면서 “신탁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특히 고액 자산가에게 신탁은 재산 증식부터 상속까지 갈등 없이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2009년 콘서트를 준비하던 시기에 사망한 미국 팝가수 마이클 잭슨이 재산을 신탁회사에 맡겨 상속 대상과 재산 분배 비율, 지급 시기까지 정해 운용해 사후에 계획대로 어머니와 자녀, 자선단체에 재산과 수익금을 배분, 기부한 게 대표적인 ‘상속 신탁’의 예다. 마이클 잭슨은 수익의 20%를 어린이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상속세, 병원비, 장례비, 변호사비 등을 뺀 뒤 나머지 50%는 어머니에게, 나머지 50%는 당시 7~12세로 미성년자였던 자녀 세 명에게 각각 동등하게 돌아가도록 했다.

이 본부장은 “신탁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반 금융 상품을 통해 자산을 굴려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후는 물론 사후까지 안전하게 자산을 운용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된다”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신탁 서비스가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한국신탁은행·서울은행(2002년 12월 하나은행과 합병)으로 이어지는 ‘신탁 종주은행’ 지위를 물려받아 업계에서 신탁 선구자로 불린다. 2010년 법무부의 유권해석을 거쳐 국내 최초로 유언대용신탁을 도입했고, 올해 최초로 고액 자산가용 미술품 투자 신탁과 비대면 금(金) 현물 신탁 상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하나은행의 신탁사업을 이끄는 그는 은행 내 신탁자금운용 펀드매니저, PB본부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거쳐 법조타운 골드클럽 PB센터장, 아시아선수촌PB센터장, 클럽원(Club1) PB센터장을 역임한 자산관리전문가다. 다음은 이 본부장과 일문일답.


은행 신탁은 어떤 사람들이 이용하나.
“일반 대중 손님(고객)보다는 보유 재산을 잘 굴리려는 니즈(요구)가 큰 자산가들이 신탁을 많이 이용한다. 정기예금에 만족하지 못한 손님들, 은퇴 이후에도 고정 수익을 기대하는 손님도 이용한다.”

일반 펀드 대신 신탁을 선택했을 때 어떤 이점이 더 있는가.
“일반 펀드는 내가 돈을 내면 다른 사람들과 합쳐져 운용된다. 운용사에서 운용을 자율적으로 한 결과를 받는 형태이다 보니 그 안에 어떤 자산이 들어갔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반면 신탁은 일반 상품과 달리 은행과 손님 간 일대일 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손님이 돈을 맡길 때 어떤 자산을 어떻게 운용할지 등을 직접 지시한다. 펀드보다 운용 면에서 훨씬 투명하다.”

손님이 지불하는 수수료 등을 감안했을 때도 신탁을 이용하는 게 수익률 면에서 나은 건가.
“상품 및 서비스에 따라 수수료가 다르지만, 대개 맡긴 돈의 0.5% 수준이다. 신탁을 이용하는 손님들은 개인이 직접 운용했을 때 여러 노력과 불편함, 불리함을 감안하면 수수료를 내고 맡기는 게 더 낫다고 보는 거다. 수익률도 개인이 돈을 굴리는 것보다 더 높은 경우가 많다.”

건물주가 신탁사에 건물을 맡기면, 개인이 직접 운영할 때보다 돌아오는 임대료 수익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건물 소유주의 큰 고민거리가 세금, 임차인 확보, 건물 보수 문제 해결, 건물 매도 시점 등이다. 개인이 직접 건물을 관리하고 거래하면 중개소를 껴야 하고, 건물 관리를 위해 별도의 관리인을 둬야 하는 등 여러 골칫거리가 있다. 신탁을 이용하면 은행은 계약과 동시에 이를 관리해준다. 은행이 보유한 네트워크와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적기에 매각할 수 있다. 수수료를 내더라도 개인이 직접 하는 것보다 신탁에 맡겨 관리하는 게 훨씬 이점이 크다고 보는 거다.”

신탁 투자 상품이 다양한데, 최근 자산가와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투자처는.
“변동성이 큰 장세이다 보니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고정금리형 자산과 함께 주가연계신탁(ELT· Equity-Linked Trust), 상장지수펀드(ETF), EMP(ETF Managed Portfolio),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채권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ELT는 증권사에서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을 신탁 계좌에 담아 판매하는 형태의 상품이다. 원금 손실 위험은 있으나, 현재 수익률 면에서 은행 예·적금 금리보다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로 꼽힌다. 섹터별로 분산 매수할 수 있는 ETF 관심도 여전히 크다. ‘중국 ETF’는 중국 경기 저점을 통과했다는 진단과 함께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따른 수익률 상승 기대감이 있다. 반도체 등 ‘기술주 ETF’도 최근 가격 조정이 이뤄져 가격 메리트(이점)가 있다는 점에서 다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금 현물 신탁 상품을 비대면 거래할 수 있도록 확대 개편했다. 소비자가 직접 금을 매입하는 직접 투자와 비교해 금 현물 신탁은 어떤 장점이 있나.
“금은방 등 민간 시장에서 개인이 직접 거래할 때는 가격이 부르는 게 값인 데다 금의 진위에 대한 위험도 있다. 이에 비해 금 현물 신탁은 한국거래소(KRX)에서 거래되는 순도 99.99% 이상의 금 현물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한국조폐공사가 보증하는 고품질의 금 현물을 1g 단위로 투자할 수 있다. 매수한 금은 한국예탁원에 안전하게 보관돼 도난 또는 분실 위험 없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 매매 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과 보유 금 현물을 매도 시 부가가치세(10%)도 면제돼 절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금 투자 시 필요한 자세는.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와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수단으로서 ‘중장기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금도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매매 차익을 실현하려는 식의 단기 투자로 접근하기 어렵다. 예·적금, 주식, 펀드, 부동산 등과 함께 투자자산 포트폴리오 일부로 구성하기를 권한다.”

금리 변동기 재테크 방향에 대해 조언해달라.
“본인의 투자 성향, 자금 스케줄, 목적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진부한 얘기일 수 있으나,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분산투자다. 시기, 자산, 금액 등을 적절하게 배분해 위험을 통제하면서 평균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신탁의 경우 ELT, ETF, 채권에 분산투자하면서 생애주기에 맞춰 리빙트러스트를 활용하기를 제안한다. 신흥국 주식·펀드 투자 시 글로벌 긴축 상황인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유동성 회수 기조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국 봉쇄 등으로 가중된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코모디티(commodity), 즉 원유, 원자재, 농산물을 생산해 수출이 가능한 신흥국의 경우 어려운 시기를 잘 버틸 수 있다. 다만 각국의 정치·사회 요소가 증시에 미칠 영향도 크기 때문에 이슈를 살펴야 한다.”

허지윤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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