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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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 신한은행 WM그룹 부부장 서강대 사회과학대, 미 에모리대 MBA,  전 신한 AI 자본시장분석팀 파트장,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부의 대이동’ ‘부의 시나리오’ 저자 사진 신한은행
오건영 신한은행 WM그룹 부부장 서강대 사회과학대, 미 에모리대 MBA, 전 신한 AI 자본시장분석팀 파트장,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부의 대이동’ ‘부의 시나리오’ 저자 사진 신한은행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시대가 돌아왔다. 현금을 가지고만 있으면 가치가 갈수록 줄기 때문에 투자는 필수이지만,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분산 투자해야 한다.”

오건영 신한은행 웰스 메니지먼트(WM⋅ Wealth Management)그룹 부부장은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개인 투자자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 재테크 베스트셀러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를 펴낸 오 부부장의 조언이다. 

6월 초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국내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5.4% 오르며,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같은 시기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8.6% 올라 40년 만에 연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6월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그 여파로 연준의 금리 인상 발표를 전후해 미국 나스닥지수가 1만565까지 하락, 연중 최저점을 찍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의 금리 인상 소식은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줬다. 코스피지수의 경우 2300까지 밀렸다. 

오 부부장은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주식 같은 위험자산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보유한 주식 비중을 조정하고, 금이나 달러, 채권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플레이션 원인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특히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영향이 가장 컸다. 미국의 경우 제로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통화 유동성을 엄청나게 키웠다. 그 결과 수요(소비) 폭발과 함께 인플레이션을 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자산 가격도 크게 올랐다. 사실 팬데믹 초기에는 유가가 급락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심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시중에 돈을 많이 풀면서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심화시켰다. 한편으로는 인플레이션이 그린혁명과도 연결돼 있다. 그린혁명은 화석연료 채굴에 대한 소극적인 움직임을 야기했고, 화석연료 공급이 줄어든 원인이 됐다. 이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인플레이션을 키웠다.”

지금과 비슷한 시기는 없었나.
“닷컴버블 때와 비슷하다. 1990년대 후반에 정보기술(IT) 기업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자산이 증대하자, 소비가 폭발했다. 그 결과 물가가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고, 임금 상승세도 뚜렷했다. 결국 미국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빅 스텝을 단행했다. 2000년 하반기로 넘어가면서 나스닥지수가 고점 대비 40~50% 정도 하락하면서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 이때부터 경기가 둔화하기 시작했고, 2001년 초반부터 경기 둔화 움직임을 읽은 연준이 긴급히 금리를 인하했다. 그런데 당시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너무 빠르게 둔화한 여파로 주가는 반등하지 못했다. 그래서 연준이 지금 ‘연착륙’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 것 같다. 시장이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시장이 최소한의 충격을 받으면서 내려오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비교한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그래서 실물경제가 둔화하는 모습만 보이면 정부가 바로바로 돈을 푸는 정책을 썼다. 정점을 찍은 게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그 결과 지난 40년간 못 봤던 인플레이션을 보게 됐다. 지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와 달리 인플레이션을 신경 쓰게 됐다. 이번에 인플레이션의 뿌리를 완벽히 뽑고 간다면 금융 위기 이후 이어진 제로금리나 양적 완화 기조가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몇 년 후 또다시 경기 침체를 겪게 돼도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돈을 풀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나 침체를 겪게 되더라도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통화 유동성 확대는 더 이상 해법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는 없나.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데 영향을 줬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미국 연준이 빠르게 금리를 올리더라도 물가가 내려오는 속도가 굉장히 느려질 것이다. 인플레이션 해결에 굉장히 큰 변수가 될 것이란 뜻이다.”

개인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주가가 내릴 땐 자산 100%를 예금에 넣고, 주가가 오를 땐 자산 100%로 주식을 사서 갖고 있는 게 최고의 투자법이다. 그런데 주식의 고점과 저점을 우리가 맞추기는 어렵기 때문에 시점을 정확하게 잡아서 자산 100%를 투자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정확히 주가가 반등하는 시점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투자 비율을 잘 설정해서 분산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주식에 60%의 자산을, 채권에 40%의 자산을 투자했다면 비교적 안전자산 성격이 강한 채권 비중을 70%까지 높이고, 위험자산인 주식 비중을 30%까지 낮추는 게 좋다. 금이나 달러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업의 대응법은. 
“지난 10년간 국내의 경우 금리가 매우 낮다 보니, 대출을 끌어서 설비에 투자하거나 사업을 확대해도 큰 부담이 없었다. 재무 운용 측면에서도 이점이 많았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이후 찾아온 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을 일으켜 설비에 투자하거나 신규 사업을 확대하는 게 어려워졌다. 대출보단 보유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말이다. 기업 자산 중 일부는 달러로 바꿔 보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상하지 못한 경제 위기가 터졌을 때 다른 자산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달러 가치가 크게 뛰기 때문에 보험성으로 리스크 대응이 되기 때문이다.”

부동산도 안전자산 아닌가. 
“사람들이 2014년 이후 부동산 가격 대세 상승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안전자산이라고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부동산=안전자산’이란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하락기도 분명 있다. 그래서 부동산을 안전자산이라 단정하긴 어렵다. 특히 부채 의존도가 높은 부동산은 금리가 오르면 타격을 크게 받는다. 그러나 금리 변동만으로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는 건 아니다. 입지나 투자 트렌드도 작용하기 때문에 여러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투자자에게 추가로 조언한다면. 
“과도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는 올라가는데, 주가는 떨어지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시기를 경험을 통해 위험에 대응하는 자신만의 투자 매뉴얼을 만들 기회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볼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