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공동대표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전 MBC 편성 PD,  ‘인테리어 원 북’ 저자 사진 아파트멘터리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공동대표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전 MBC 편성 PD, ‘인테리어 원 북’ 저자 사진 아파트멘터리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사태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인테리어 시장도 급성장했다. 정보 비대칭이 일상적인 인테리어 시장에서 기술로 혁신을 일구며 고성장 궤도에 올라탄 아파트멘터리에 팬데믹은 날개가 됐다. 아파트멘터리는 업계 최초로 가격 정찰제를 도입한 인테리어 스타트업이다. “가격을 표준화하고, 소비자에게 이를 공개하고, 시공 과정을 투명하게 했다. 서비스 판매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것들을 했더니 그게 ‘혁신’이 됐다.” 아파트멘터리를 2015년 창업한 윤소연 공동대표는 “아직도 수기 계산서를 쓰거나 현금영수증 발행이 안 되거나, 시공자가 업체에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면서 “100% 세금 신고를 한 인테리어 회사도 아파트멘터리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테리어 시장은 판매자가 구매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유리한 위치에 있어 상품의 질이 저하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말하는 대표적인 ‘레몬마켓’으로 꼽힌다. 전문정보를 소비자가 꼼꼼하게 따지기 어렵다 보니, 소비자가 거래를 주도하기보다는 끌려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수천만원을 내고 내 집을 맡겨야 하는데 업체는 많고 서비스는 천차만별이었다. 결국 ‘알음알음’이 관행이 됐다.

아파트멘터리는 이 같은 시장에 정형화된 서비스를 일정한 가격에 제공해 투명성을 높였다. ‘최저가’ 대신 ‘표준가’를 앞세워 매년 두 배 넘게 성장해, 창업 7년 만에 5만여 개 인테리어 업체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윤 대표를 지난 6월 서울 역삼동 아파트멘터리 사옥에서 만났다.


매출이 무섭게 성장했다. 동력이 무엇인가.
“거시적으로는 코로나19와 맞물리면서 인테리어 시장 자체가 굉장히 커졌다. 미시적으로는 ‘정형화된 서비스를 표준가에 제공한다’는 우리의 서비스 모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저가가 아니라 정확한 비용을 지불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됐고 그러면서 매출도 같이 성장했다.”

아파트멘터리 외에도 인테리어 플랫폼이 많다. 아파트멘터리의 차별점은.
“다른 플랫폼들의 경우, 인테리어 시공자를 연결해주거나 가격 비교를 해주는 성격이 강하다. 우리는 직접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 상담부터 애프터서비스(AS)까지 책임진다. 대중음악에 비유하자면 우리는 음원 제작사, 타 플랫폼은 스트리밍 사이트인 셈이다. 또 아파트멘터리는 견적을 잡을 때 고객의 예산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래도 이게 낫다’며 예산을 넘는 추천은 하지 않는다.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시공 과정을 10단계로 세분화하고 단계마다 무엇을 할 건지, 고객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려준다. 관련 시각 자료도 충분히 제공한다. 계약을 체결하면 상담 신청 시 사용했던 애플리케이션(앱)이 고객용으로 바뀌는데 앱을 활용해 시공자와 수시로 소통할 수 있게 했다.”

상담부터 AS까지 책임진다고 했는데, 인력을 전부 직접 고용하고 있나.
“품질 평가를 통해 실력이 검증된 시공자에게만 일을 맡기고 있는데, 내부에 고용된 형태는 아니다. 오히려 시공자들이 직고용을 원치 않기 때문에 작업의 80%가량은 우리 일을 맡아서 하는 전속팀 형태로 일하고 있다. 그 밖에 상담과 AS는 아파트멘터리 소속 매니저들이 하고 있다.”

왜 아파트인가.
“우선 아파트 인테리어 시장만 해도 너무 커서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다음엔 표준화 때문이다. 한국의 아파트는 어느 지역에 가든 평형 타입이 비슷해 표준화가 가능하다. 그런데 상업시설이나 빌라, 주택 등은 제각기 달라 표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앞으로도 아파트만 전문으로 할 예정이다.”

인테리어 서비스뿐만 아니라 리빙 브랜드와 쇼핑몰도 운영 중이다.
“리모델링을 끝냈으면 그 집에 맞는 새로운 물건들이 필요할 거라고 봤다. 거기서 착안해 침구, 수건, 생활용품 등 브랜드를 냈다. 제품 기획부터 유통까지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매출 비중을 인테리어 대 리빙 제품으로 비교하면 5 대 1 정도 된다. 인테리어 매출이 건당 수천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판매량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특히 수건 브랜드 ‘그란(THE GRAAN)’은 온라인 편집숍에서 판매 1위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숙박시설 등에서 기업 간 거래(B2B) 프로젝트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 6월부터 유의미한 매출이 나오고 있다.”

인테리어 자재 유통도 시작할 예정이라는데.
“그렇다. 관련 팀이 구성된 지 이제 석 달쯤 됐다. 사실 우리의 인테리어 서비스가 저렴하지는 않다. 때문에 우리 브랜드에 관심은 많지만,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도 많을 것이다. 그런 분들이 우리의 자재를 활용해 셀프 리모델링을 하거나, 창업 전에 내가 했던 것처럼 본인이 직접 시공팀을 꾸려서 쓸 수 있도록 하려 한다.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할 계획이다.”

말하자면 ‘아파트멘터리 유니버스’를 꿈꾸는 것인가.
“그렇다.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중개 플랫폼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아파트멘터리라는 브랜드를 키우려고 한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브랜드를 하나하나 만들다 보면 하나의 ‘유니버스’가 되는 것이다. 집을 꾸미고, 집 안을 채우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파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목표다.”

시리즈C 이후에 논의되고 있는 후속 투자가 있나.
“벌써 투자 제안이 상당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 일단은 시리즈C 투자를 마무리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이 돈을 좀 더 의미 있게 쓰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기업 가치는 1000억~200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지금까지 매년 최소 두 배씩 성장했으니 물리적으로는 3년 안에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속도는 더뎌지기 마련이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려 한다.”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내부적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투명성을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좀 더 좋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앞서 언급했듯 자재를 직접 유통하면서 단가를 낮추는 방법이 있다. 또 시공 과정 표준화를 통해 시공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인건비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사업적인 부분을 넘어서서는 업계 생태계를 바꾸고 싶다. 인테리어 업계는 생각보다 더 과거에 머물러 있다. 구두 계약도 많고 리베이트도 많다. 우리는 그걸 바꿔 가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방법이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나가다 보면 적어도 내년쯤엔 ‘아파트멘터리의 방법이 맞았구나’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