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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펄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성형외과임상교수 겸 의학경영대학원 교수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석사,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성형 및 재건외과 전공의, 전 퍼머넌트 메디컬 그룹 CEO 사진 로버트 펄
로버트 펄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성형외과임상교수 겸 의학경영대학원 교수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석사,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성형 및 재건외과 전공의, 전 퍼머넌트 메디컬 그룹 CEO 사진 로버트 펄

“디지털 의료 기술은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고 비용 부담을 줄여 환자 삶의 질을 향상한다.”

로버트 펄(Robert Pearl)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교수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원격 의료 서비스의 장점과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펄 교수는 1999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최대 의료 그룹인 퍼머넌트 메디컬 그룹(The Permanente Medical Group)을 이끌었다. 퍼머넌트 메디컬 그룹과 보험 회사인 카이저 헬스 플랜(Kaiser Health Plan)으로 이뤄진 카이저 퍼머넌트(KP· Kaiser Permanente)는 1945년에 설립된 미국 최대 의료 서비스 제공 기관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의료 서비스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원격 의료 서비스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원격 의료 시장 규모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500억달러(약 66조원)에서 2025년 2780억달러(약 367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퍼머넌트 메디컬 그룹은 미국 원격 의료의 선도 기업으로 통한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다양한 원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 기업의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환자 중 90%가 이 서비스를 다시 이용하고 싶다고 답했을 정도로 환자의 만족도도 높다. 펄 교수는 “원격 의료 서비스는 환자의 질병을 빨리 파악하고 불필요한 의료 비용을 줄인다”며 “이미 만성 질환자들이 원격 의료로 더 자주 편리하게 의사 진찰을 받아 다른 합병증을 예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조선’은 최근 펄 교수와 서면으로 원격 의료 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얘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떤 원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나.
“5가지의 원격 진료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연중무휴 원격 케어(24/7 virtual care)’는 사전 예약 없이 환자가 KP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웹사이트에 접속해 증상을 진단받는 실시간 서비스다. 의사가 환자의 증상에 따라 치료를 빨리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해주고 환자의 필요에 따라 진료도 한다. 응급 상황보다는 정기적으로 의사의 진찰을 받는 환자에게 적합하다. 

대면 진료의 온라인 버전인 ‘비디오(화상) 진료(video visit)’는 환자가 의사나 간호사를 선택하고 예약한 뒤 진찰을 받는 서비스다. 환자들은 줌(Zoom) 화상회의를 하듯이 원격 진료와 약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전화 진료(phone appointment)’는 환자가 예약한 날짜에 의사나 간호사가 전화를 거는 진료 방식이다. 경미한 증상이면 환자 상태에 맞는 의료 정보를 보내주고, 심각한 상황일 때는 의사나 간호사가 몇 시간 안에 이메일로 치료 방법을 알려주거나, 진료 예약을 도와준다. ‘연중무휴 콜센터(24/7 advice)’는 환자가 의료 면허가 있는 전문가에게 전화해 건강에 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다. 

마지막으로 ‘이메일 진료(email)’는 과거 진찰을 받았던 의사나 간호사에게 증상 관련 사진을 찍어 이메일로 보내면 영업일 기준 2일 안에 답변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카이저 퍼머넌트의 모든 원격 의료 서비스는 모든 카이저 보험 가입자에게 제공된다. 또 건강 검진이나 검사를 받은 회원들은 법으로 공유가 금지된 질병의 검사 결과를 제외하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의료 기술을 도입한 계기는.
“2004년 전자건강기록(EHR) 도입이 계기가 됐다. EHR은 환자의 모든 건강기록이 저장돼, 모든 의료진이 환자를 케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의료진은 EHR로 검사 예약, 처방전 입력, 다음 진료 예약, 환자에게 메시지 보내기 등을 할 수 있다. 유방암 검사 같은 특정 검사들은 환자들이 바로 예약할 수 있다. 이후 10년간 카이저 퍼머넌트는 원격 의료 서비스 범위를 넓히는 데 주력했다. 밤, 낮 관계없이 의사에게 즉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연중무휴 원격 케어’ 서비스가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다.”

원격 의료에 필요한 기술은 직접 개발하나. 
“EHR은 미국 의료 소프트웨어 기업 에픽 시스템스(Epic Systems)에서 구매했지만, 현재 소속 의사가 사용하는 원격 의료 플랫폼 마이닥터온라인(‘My Doctor Online’)을 포함한 많은 디지털 도구(digital tools)는 퍼머넌트 메디컬 그룹과 카이저 헬스 플랜의 IT 팀이 협력해 개발했다.”

원격 의료의 장점을 꼽으면.
“우선 비용 측면에서 대면 서비스보다 경쟁력이 있다. 카이저 의료기관에서 대면 진료를 받으면 진료 비용의 20%가 대면 진료 수수료(co-payment)로 지불된다. 하지만 카이저 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원격 의료를 받으면 이 수수료를 내지 않아 의료비를 아낄 수 있다. 의사 입장에서도 대면 진료보다 원격으로 진료했을 때 시간을 아낄 수 있어 많은 환자를 진찰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다.”

원격 의료를 불신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 같다.
“그렇다. 실제 많은 환자가 처음엔 원격 의료를 의심한다. 기술을 사용하기 어렵거나 의사가 적절한 진찰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원격 의료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진행해온 카이저 퍼머넌트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환자 중 90% 이상이 다음 진료 때도 이용하고 싶다고 답했다. 더 편하고 빠르게 진찰을 받을 수 있고 대면 진료에 준하거나 더 좋은 품질의 케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영향도 컸을 텐데.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지나면서 카이저 병원 환자의 60%가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이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비대면 진료 만족도는 팬데믹 이전의 대면 진료에 대한 만족도 수준과 비슷했다. 환자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코로나19 위험성이 줄어들고 있는 지금도 원격 의료 이용률은 30% 정도다. 현재 미국의 원격 의료 이용률이 평균 10~15%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원격 의료 전망과 개선이 필요한 점은. 
“원격 의료는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고 비용 부담을 줄여 환자 삶의 질을 향상할 것이다. 이미 원격 의료는 만성 질환 환자들이 긴 대기 시간 없이 더 자주, 편리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의료 비용을 낮춰 합병증을 예방하고 있다. 원격 의료의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헬스케어 시스템과 수가제다. 대부분 미국 보험은 행위별수가제(fee-for-service)를 채택하는데, 의사들은 진료의 가치가 아니라 진료 횟수에 따라 보상받는다. 즉,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횟수에 집착하게 된다. 이는 과잉 진료로 이어져 환자의 비용 부담을 키운다. 또 다른 장애물은 의사들 사이의 통합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동료들과 단절돼 최신 기술 없이 혼자 일하는 의사는 환자 치료를 위한 협업을 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많은 환자가 낮은 품질의 치료를 받고 불필요한 합병증을 앓게 된다. 의술은 환자의 편안함과 질병 예방, 뛰어난 기술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 문화를 요구한다. 의료비 선불과 동료 의사 간 협력은 원격 의료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기본 구성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