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사 오비코바(왼쪽) 오로보로스 공동 창업자 겸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 패션 커뮤니케이션· 프로모션학, 전 ‘데이즈드(Dazed)’ 매거진 패션스타일리스트, ‘포브스 30세 이하유럽 예술&문화인 2022’ 선정 폴라 셀로 오로보로스 공동 창업자 겸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영국 골드스미스런던대 사회학, 영국 런던예술대패션과, 전 샤넬 아카이브 어시스턴트, 전 ‘보그’패션스타일리스트, 전 아마존 스튜디오 디자이너, ‘포브스 30세 이하 유럽 예술&문화인 2022’ 선정 사진 오로보로스
알리사 오비코바(왼쪽) 오로보로스 공동 창업자 겸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 패션 커뮤니케이션· 프로모션학, 전 ‘데이즈드(Dazed)’ 매거진 패션스타일리스트, ‘포브스 30세 이하유럽 예술&문화인 2022’ 선정
폴라 셀로 오로보로스 공동 창업자 겸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영국 골드스미스런던대 사회학, 영국 런던예술대패션과, 전 샤넬 아카이브 어시스턴트, 전 ‘보그’패션스타일리스트, 전 아마존 스튜디오 디자이너, ‘포브스 30세 이하 유럽 예술&문화인 2022’ 선정 사진 오로보로스

한 유튜버가 가상 패션 부티크인 ‘드레스X(DressX)’ 사이트를 방문해 럭셔리 가상 패션 브랜드 ‘오로보로스(Auroboros)’의 옷을 둘러본다. 그가 고른 오로보로스 옷은 1050달러(약 137만원). 형광 노란색과 분홍색이 뒤섞여 있는 옷으로, 미래 세계에서 온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내 유튜버는 구매한 옷을 입기 위해 몸에 딱 붙는 검은색 옷을 입고 밖에 나가 사진을 찍는다. 왜 방금 산 옷이 아닌 검은색 옷을 입고 느닷없이 사진을 찍느냐고? 유튜버가 산 옷은 현실의 옷이 아닌 가상 옷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사진에 방금 구매한 오로보로스 옷을 합성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이 유튜버 인스타그램에는 “팝스타 마돈나가 무대에서 입었을 법한 옷”이라는 댓글이 수두룩 달린다.

위 묘사에서 눈치챘듯, 2018년에 설립된 오로보로스는 꽤 특이한 옷을 만든다. 이들이 만드는 옷은 현실 세계의 옷이 아니다. 가상 세계의 옷이다. 오로보로스 옷은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SNS), 아바타, 영화, 비디오 게임 등 디지털 세계에서 입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스냅챗 필터로 우리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데, 이제 그 영역이 패션으로도 넘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 가상의 옷은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로도 발행된다.

주류 패션 업계는 이미 오로보로스를 알아봤다. 세계적인 명품 루이비통의 모회사인 LVMH는 오로보로스에 ‘지속 가능성 상’을 수여했다. 요즘 사람들은 SNS에 뽐내기 위해 옷을 마구잡이로 사고 버리곤 하는데, 가상 패션을 이용하면 옷 낭비 없이 SNS에 게시하기 위한 의류를 판매, 구입할 수 있어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LVMH는 이어서 오로보로스에 170만달러(약 22억2500만원)를 투자했다. 

이 가상 패션 브랜드는 누가, 왜 만들었을까. 오로보로스는 1995년생 폴라 셀로(Paula Sello)와 1998년생 알리사 오비코바(Alissa Aulbekova)의 도전이다. 이들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미래의 이것(The future of)’에 출연해 “(가상 패션은) 자기표현의 수단이 될 뿐 아니라 재료비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20대 여성 공동 창업자는 세계적인 패션 스쿨을 졸업한 인재로, 샤넬 등 유명 패션 업계에도 몸담았다. ‘이코노미조선’은 7월 11일 두 공동 창업자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 모델이 오로보로스의 옷을 입은 모습. 2 한 유튜버가 검은색 옷을 입고 사진을 찍은 뒤, 오로보로스의 옷을 합성해 입고 있다. 사진 오로보로스
1 모델이 오로보로스의 옷을 입은 모습.
2 한 유튜버가 검은색 옷을 입고 사진을 찍은 뒤, 오로보로스의 옷을 합성해 입고 있다. 사진 오로보로스

오로보로스는 한국 독자에게 생소한 브랜드다. 소개해달라.
폴라 셀로 “우리는 메타버스의 대표적인 명품 패션 하우스다.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혁신과 장인정신 그리고 과학 기술을 융합해 패션을 새로운 차원의 웹 3.0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지속 가능성과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면서 패션의 경계를 넓혔고 업계에서 이를 인정받고 있다.”

알리사 오비코바 “우리는 전통적인 명품 패션 구매자들과 디지털 수집가 사이의 간극을 NFT 등으로 이어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번 가을에는 ‘메스머(Mesmer)’라는 NFT 컬렉션을 발표한다.”

오로보로스는 어떻게 시작됐는가.
알리사 오비코바 “우리는 런던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우연히 만났다. 서로의 미학과 스타일에 끌렸다. 우리는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세대의 패션 문화가 부족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우리는 현재의 패션이 21세기 기술적 발전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재앙적인 환경과 사회적 조건에 계속 갇혀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우리는 둘 다 패션 산업에 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우리가 그 변화를 주도하자고 뜻을 모았다.”

어떻게 가상 패션이라는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나.
폴라 셀로 “오로보로스는 물리적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모두 만족시키고 싶다. 그래서 과학과 기술을 융합해 미래를 위한 패션을 다시 상상했다. 우리는 물질적 비용 없이 비현실적인 재료와 환상적인 요소로 무한한 상상력을 지닌 가상 의류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혁신적인 디자인을 재발명하고 시장에 도입해 커뮤니티와 NFT를 구입한 사람들에게 이전 어느 기성 패션 브랜드보다 훨씬 더 흥미롭고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제공할 것이다.”

오로보로스를 운영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폴라 셀로 “기술과 패션이 혼합된 회사의 젊은 여성 창업자로서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에 우리는 기술 분야에 대표성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의 독특한 관점이 시장에서 수요가 많다는 점도 알게 됐다. 우리는 미래를 건설할 뿐만 아니라 패션 테크 분야의 리더가 됐다는 것도 함께 알게 됐다.”

알리사 오비코바 “사업 초기에, 아이디어를 발표했는데 반응이 부정적이었을 때 좌절했다. 앞서나가는 아이디어가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때 종종 과소평가되는 것 같다. 그러나 곧 우리를 진정으로 믿어주는 지원 단체와 개인을 찾음으로써 극복했다.”

둘 다 1990년대생으로, 20대 중․후반이다. 젊은 창업자가 가진 강점은.
알리사 오비코바 “우리는 인터넷 시대 초입에 태어나서 하이브리드 라이프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우리 세대가 회복력이 좋고 진화와 적응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유연성과 긍정성도 있다. 물론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과거 세대에게 배우고 있지만, 그보다 틀에서 벗어난 생각으로 도전하는 것이 우리에게 더 유리하다.”

폴라 셀로 “오로보로스는 ‘다음 세대를 위해 새로운 세대가 만든 브랜드’다. 우리는 90년대생 구성원으로서, 미래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나가고 있다.”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1990년대생 창업자들의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고 보는가.
알리사 오비코바 “그렇다. 우리는 NFT 행사 등에서 영감을 주는 많은 젊은 기업가를 만났다. 모두 열정이 있었다. 또 현재 세계에 심오한 변화를 주고 싶어 하는 욕구가 우리 세대 젊은 기업가의 공통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폴라 셀로 “1990년대에 태어난 기업가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기술과 함께 자랐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적응력이 뛰어나다. 기성세대와 구별되는 점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 세대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거대한 변화를 실행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지속 가능성을 향해 노력하고 있다.”

젊은 나이와 독특한 사업 아이디어는 투자 유치에 장점이 됐나.
알리사 오비코바 “그렇다. 우리는 오로보로스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윤리, 독특한 사업을 제시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욕망과 관점을 잘 이해했다. 현재 디지털 패션과 웹 3.0에는 기회가 널려있다. 우리는 런던 패션 위크에서 디지털 컬렉션을 선보이는 첫 번째 브랜드로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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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Web) 3.0 1990년대 초반 ‘웹 1.0’ 시대를 거쳐 구글·아마존·메타(옛 페이스북)·유튜브를 필두로, 소셜미디어(SNS)와 공유 활동이 이뤄지는 ‘웹 2.0’ 시대가 이어졌다. 이때 ‘크리에이터(창작자)’가 웹 생태계로 들어왔다. 그러나 웹 2.0은 거대 플랫폼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웹 3.0’에서는 블록체인을 통해 데이터 소유권을 개인이 갖는다. 이를 바탕으로 누구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