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푸마코리아 대표  성신여대 심리학, 전 리복 인터내셔널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 전 아디다스그룹  코리아 글로벌 키 어카운트 디렉터, 전 푸마코리아  세일즈&마케팅 디렉터 6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푸마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이나영 대표이사. 푸마의 시그니처 제품인 집업 트레이닝복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이나영 푸마코리아 대표 성신여대 심리학, 전 리복 인터내셔널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 전 아디다스그룹 코리아 글로벌 키 어카운트 디렉터, 전 푸마코리아 세일즈&마케팅 디렉터
6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푸마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이나영 대표이사. 푸마의 시그니처 제품인 집업 트레이닝복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두 가지다. 꿈꾸는 걸 멈추지 마라.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딛고 일어날 힘을 길러라.”

푸마코리아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된 이나영(50) 대표이사는 리더를 꿈꾸는 젊은 여성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로레알과 리복, 아디다스의 국내 및 글로벌 지사를 거친 이 대표는 2020년 푸마코리아에 합류해 영업과 마케팅을 총괄하다 올해 4월 CEO 자리에 올랐다. 남성 중심의 스포츠 의류·용품 업계에서 여성이 글로벌 매니저가 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다.

6월 24일 서울 중구 푸마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여성들의 새로운 리더십이 빛을 발하고 있다”라며 “공정성과 투명성, 유연함”을 여성 리더의 장점으로 꼽았다.

독일에 본사를 둔 스포츠 의류·용품 브랜드 푸마는 미국에서 나이키, 아디다스에 이어 3위를 점한 브랜드다. 그러나 한국에선 입지가 부족해 새로운 성장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푸마는 이랜드가 1994년부터 라이선스 브랜드로 운영하다가 2008년 직접 진출로 전환했다.

이 대표의 미션은 푸마코리아를 정상 궤도에 올리는 것이다. 그는 “시대 정신이라는 푸마의 정체성과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한국의 문화를 조합해 2024년까지 매출을 30%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

푸마가 NBA 루키 라멜로 볼과  함께 선보인 신발 ‘MB.01’, 발매 후 나이키 조던의 매출을 넘어설 만큼 관심을 끌었다. 사진 푸마
푸마가 NBA 루키 라멜로 볼과 함께 선보인 신발 ‘MB.01’, 발매 후 나이키 조던의 매출을 넘어설 만큼 관심을 끌었다. 사진 푸마

대표이사 취임을 축하한다. 그룹의 첫 여성 CEO로서 소회를 밝힌다면.
“푸마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대 변화를 따르기 위해 글로벌 중심에서 로컬 중심으로 기업 체질을 바꾸고 있다. 그 임무를 수행할 기회를 준 푸마글로벌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현지 직원에게, 그것도 여성에게 리더 자리를 내주는 경우는 드물다. 푸마 전사적으로도 이는 첫 사례이자 하나의 도전이다.”

국내 유통업계에 여성 리더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 리더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코로나19를 겪으며 여성 리더가 지닌 공정성과 투명성, 유연한 태도 등이 장점으로 부각된 것 같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회의 등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면서 공간 제약 없이 자율성과 창의성을 활성화하는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워킹맘들의 한계가 사라졌고, 여성 리더들이 활약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여성 리더들 가운데 유독 마케터 출신 CEO가 많은데.
“유통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엔 매장에 제품을 놓고 팔면 됐지만, 지금은 소비자에게 ‘왜 우리 브랜드를 경험하고 사야 하는지’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 마케팅 환경도 달라졌다. 각종 소셜미디어(SNS)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니즈(요구)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 이전엔 브랜드가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됐지만, 지금은 각각의 소비자가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소통과 유연함으로 브랜드 경험을 전하는 게 중요해진 만큼 이에 강점을 가진 마케터를 선호하는 것 같다.”

푸마는 어떤 브랜드인가.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시장인 미국에서 푸마는 나이키, 아디다스에 이어 3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감이 컸던 지난해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 전년 대비 30%가량 성장한 68억1000만유로(약 9조2636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2017년부터 미국 래퍼 제이지(Jay Z)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록네이션과 협업한 데 이어, 2020년 제이지를 농구 부문 크리이에티브 디렉터로 영입하며 농구 사업에 재진출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2월에는 NBA 유망주 라멜로 볼(Lamelo ball)과 손잡고 ‘라멜로 슈즈(MB.01)’를 선보였는데, 발매 후 3주간 나이키 조던보다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조던을 이긴 브랜드는 푸마가 처음이었다. 중단했던 러닝 사업에 재투자한 것도 매출 증가 요인이다. 러닝 사업은 미국 보스턴에 사업부를 두고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푸마코리아의 방향성은.
“미국 푸마의 성공은 ‘시대 정신’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10년간의 프로젝트가 결실을 본 것이다. 신임 대표로서 조급한 마음도 들지만, 푸마코리아 역시 장기적인 안목으로 성장을 이끌어갈 방침이다. 브랜드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에 대한 투자와 소비자에 대한 이해, 시간 등 세 가지가 필요하다. 글로벌에서 거두고 있는 높은 성과에 ‘K컬처’라는 로컬 자산을 접목하는 방향으로 성장 전략을 짜는 중이다. 내후년쯤부터 성과가 날 것이라고 본다.”

현지화 전략은 어떻게 짜고 있나.
“한국 소비자들은 다양한 SNS를 통해 정보를 빠르게 습득한다. 단순히 가격 비교를 넘어 제품 자체가 지닌 기능성과 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에 한국 시장을 위한 맞춤형 전략을 짜고 있다. 의류의 경우 50%가량을 국내에서 기획·생산하고 있다. 마케팅은 축구팀 수원삼성블루윙즈 후원을 필두로 프로·아마추어 스포츠팀들과 활발하게 협력할 예정이다. 푸마코리아가 주축이 돼 국내 콘텐츠를 활용한 글로벌 캠페인도 선보일 계획이다. 방탄소년단(BTS),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 한류의 세계적인 성공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본사에서도 한국의 자산을 활용해 아시아 시장을 리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실 BTS 신인 시절, 그들의 가능성을 보고 모델로 발탁한 브랜드도 푸마였다.”

현재의 자리에 오기까지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리복코리아 마케팅 담당 이사로 일하던 2014년 남성용 운동화 ‘이지톤’을 출시해 성공한 공을 인정받아 글로벌 지사에서 2년간 근무했다. 막상 가보니 동양인 여성 디렉터는 내가 유일하더라. 남성 중심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적응하느라 애먹었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을, 그리고 결국 진심은 통한다는 걸 배웠다. 그때의 경험이 리더십 변화를 가져왔다.”

CEO를 꿈꾸는 젊은 여성에게 조언한다면.
“절대 꿈꾸는 걸 멈추지 마라. 그리고 실패하고 좌절하더라도 그걸 딛고 일어날 힘을 길러라. 취미 활동이나 요가 등 좋아하는 일을 하며 회복탄력성을 길러야 한다. 나의 경우 여행을 하거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에너지를 충전한다. 전 메타(옛 페이스북) CEO 셰릴 샌드버그가 쓴 책 ‘린인(Lean in)’의 한 구절도 소개하고 싶다. 그는 책에서 C클래스 여성이 적은 원인으로 ‘남성들은 자신만만(Overconfident)한데, 여성들은 자신감이 결여(Lack of confidence)된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 세계에선 겸손함이 좋아 보이지 않으니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향후 목표는.
“푸마의 슬로건이 ‘포에버 패스터(Forever Faster)’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앞서가는 스포츠 브랜드가 되겠다는 의미다. 시대 정신을 가진 브랜드로서 시장과 유통을 빠르게 이해하고 혁신해 갈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2024년까지 30% 이상 매출 성장을 목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