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호인 구글 최고데이터분석 전략가 퍼듀대, 하버드대 MBA, 전 펜실베이니아대와튼스쿨 선임연구원 사진 닐 호인
닐 호인 구글 최고데이터분석 전략가 퍼듀대, 하버드대 MBA, 전 펜실베이니아대와튼스쿨 선임연구원 사진 닐 호인

어느 주말에 한 젊은 여자가 신발 매장을 찾았다. 판매원이 “무엇을 찾냐”며 다가왔지만, 여자는 매장을 한 번 둘러본 뒤 가게를 나왔다. 그 뒤에도 여자는 무려 다섯 번이나 매장을 찾았지만 구매를 하지 않았다. 판매원이 완전히 지쳐 포기할 무렵, 마침내 여자는 450달러(약 60만원)나 하는 구두를 사 갔다. 여자가 구두를 산 것은 첫 방문 후 무려 2주나 지난 뒤였다.

사실 이 고객은 해당 신발 브랜드 홈페이지를 262차례나 방문한 끝에 구두를 샀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가 그토록 사이트를 자주 방문한 사실과 그 이유가 무엇인지 눈치채지 못했다. 구글 최고 데이터분석 전략가인 닐 호인(Niel Hoyne)이 쓴 ‘컨버티드(Converted): 마음을 훔치는 데이터 분석의 기술’은 고객이 남긴 흔적을 통해 잠재 고객을 실제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호인은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사실 우리가 홀린 듯이 무언가를 구매할 때 그것이 우리의 의지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거기에는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행동 패턴을 분석한 마케터들의 전략이 작용했다”고 했다. ‘컨버티드’는 고객의 조회 수, 클릭률에서 실제 매출로 전환하는 행위를 뜻하는 마케팅 용어다. 다음은 호인과 일문일답.

 
오늘날 판매자와 구매자의 대화 방식은 예전과 달리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판매자가 이러한 시류를 읽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경쟁에 뒤처진 기업에는 하나의 공통적인 패턴이 있었다. 그들은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고, 즉각적이고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데만 집중했다. 하지만 기존 방식을 모조리 뜯어고치는 것은 너무나 파괴적인 선택이다. 고객과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해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도입하거나 대대적인 부서 조정 같은 극단적 방식을 도입할 필요는 없다. 그저 결과를 통해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두 개의 광고 캠페인이 있는데, 하나는 일회성에 그친 반면 다른 하나는 자기 브랜드를 위해 더 많은 소비를 해 줄 장기적인 미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회사가 무엇을 선택할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변화의 최우선 단계는 기업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인식하는 것이다. 그다음엔 변화를 위해 특정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개개인에게 어떠한 이득으로 돌아올 것인지, 새로운 기준과 목표를 위해 어떻게 점진적으로 변화를 시도할 수 있을지 전 회사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

당신은 책에서 (고객에게) 질문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고객에게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인가.
“개인 정보가 중요해진 시대에 ‘(유용하면서도) 안전한 질문은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몇십 년이나 사용한 낡은 설문 조사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바람직한 질문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담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 정보를 왜 필요로 하는가? 고객이 우리 회사 제품에 쓰는 돈과 경쟁사 제품에 투자하는 돈은 얼마나 차이가 나나? 고객의 ‘지갑’과 관련한 질문 외에도 나는 기업들로 하여금 고객에 대해 더 폭넓게 탐구하라고 장려한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질문 못지않게 질문하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언제 고객에게 다가가야 할까? 그들이 거북해서 뒷걸음치지 않을 때는 언제인가? 조사에 따르면, 가장 좋은 때는 고객이 막 제품을 구매하고 난 이후다. 계산대에서 돈을 치르거나 홈페이지에서 구매 확정 버튼을 누르고 난 직후가 그 제품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는 최상에 이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고객과 대화에서 힌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떻게 힌트를 간파해서 고객의 니즈를 예측할 수 있을까. 
“판매자와 고객의 대화 프로세스는 대부분 직접적이고 간단하게 끝낸다. ‘그 물건을 어디서 샀어요?’ ‘돈은 얼마나 지불했나요?’처럼. 단순한 거래 데이터만 수집할 뿐 고객의 행동 양식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 대화에 함축된 복잡 미묘한 뉘앙스를 분석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대화에서 중요한 상당 부분들이 (데이터로 수집되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고객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해 제법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다. 스프레드시트로 비추어 생각하자면, 첫 번째 칸에는 대개 고객의 이메일 주소나 성(姓), 이름 등을 기입한다. 두 번째 칸에는 고객의 현재 소비 파워 및 미래 잠재 구매력 등을 기입한다. 요즘엔 세 번째 혹은 네 번째 칸에 사소한 힌트를 기입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고객들이 하는 사소한 행동이 어떻게 그들의 가치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힌트를 주는 정보들, 고객의 사소한 행동 패턴을 알려주는 정보들 말이다. 예를 들어 쿠폰 코드를 사용하는 고객과 (브랜드의) 앱을 다운로드받아 사용하는 고객은 똑같지 않다. 이러한 가정에 기반을 두고 개별 고객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고객은 특정 판매원과 전화 서비스를 선호하는가, 이 고객은 할인율에 영향을 많이 받는가, 혹은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약 1~2주 정도 뜸을 들이고 다른 비슷한 물건을 파는 홈페이지를 몇 군데 들른 다음에 구매를 결정하는가 같은 사소한 양상들에 대해 말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이런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머신러닝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머신러닝과 관련해 회사가 자주 하는 실수가 무엇인가.
“많은 회사가 AI(인공지능)나 머신러닝이라는 용어를 들으면 겁을 먹는다. 막대한 초기 비용과 숙련 직원들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사실이긴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이러한 역량을 구축하려고 시도해 보기도 전에 ‘그런 건 필요 없어’라고 단정 짓는 실수를 범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실책은 AI 등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로 회사에 필요한 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수집한 모든 데이터를 통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에 골몰하는 것이다. 때로는 후자가 최우선 과제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우선 가치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그다음엔 ‘수집한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까’에 연연하지 말고 데이터를 수집·분류해야 한다.”

어느 회사에나 기존 고객을 계속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고객이 멤버십 탈퇴를 하거나, 회원 계정을 없애기 전에 그들이 떠날 수 있다는 경고를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나.
“우선 누가 고객인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구독 서비스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기존 고객이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갖춘 기업이 드문 것 같다. 지난 6개월, 혹은 1년간 구매 활동을 하지 않은 고객을 고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물론 그런 고객도 1년이라는 공백 기간 뒤에 당신의 브랜드나 제품에 상당한 소비를 할 수 있다. 그러니 고객에 대한 정의와 그들의 충성도 계측 방식은 각각의 구매 패턴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또한 이런 점을 생각해 보라. 이번 달에 어떤 고객이 제품을 구매할 확률이 90%로 나왔다고 하자. 언뜻 봐선 매우 충성도 높은 고객처럼 보인다. 그런데 지난달 확률이 99%였다면, 그리고 다음 달은 80%로 나왔다면? 수치가 점점 작아지는 것은 그의 마음이 이탈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럴 때 기업은 그 고객을 붙들어두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


Plus Point

‘컨버티드’가 밝힌 
고객 마음 훔치는 마케팅 팁

1고객의 이름만 불러도 지갑이 열린다. 이메일 마케팅을 할 때 제목에 수신자 이름을 기입하면 이메일을 열어볼 확률이 20%, 컨버티드 확률이 31% 늘어나고, 구독 취소율은 17% 줄어든다.

2사람들은 희소한 것을 더 가치 있다고 느낀다. 또한 손실과 이익이 같더라도 이익의 기쁨보다 손실의 상실감을 두 배나 더 크게 받아들인다. ‘긴급! 객실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경고: 현재 15명의 예비 고객이 이 페이지를 보고 있습니다’ 같은 메시지가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다.

3고객을 단어·통계·이미지 같은 자극에 노출시키면 즉각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다. 팝업 광고에서 ‘게이머를 위해 만들었다’라는 문구 대신 ‘당신은 게이머입니까?’라는 문구를 쓰자 참여 버튼을 클릭하는 사람이 2.3배 늘었다.

오윤희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