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예기치 않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몸값이 크게 치솟았던 화상회의 솔루션 ‘줌’, 메시지 중심의 협업 툴(기업용 소프트웨어) ‘슬랙’ 등의 기업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10월 559달러(약 81만원)까지 치솟았던 줌의 주가는 현재 80달러(약 11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 원격근무 일상화 영향으로 필수 소프트웨어로 꼽혔던 협업 툴의 코로나19 수혜가 끝나서다.
같은 협업 툴이면서도 오히려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곳이 있다. 2017년 한국인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스윗테크놀로지스(스윗)’의 올인원 협업 툴 ‘스윗’이 주인공이다. 스윗은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3월 출시된 업계 후발 주자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365, 구글 워크스페이스와 모두 손잡고 기능 연동을 제공하는가 하면, 9월 7일에는 SK브로드밴드로부터 400만달러(약 55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이에 따라 스윗의 누적 투자금은 약 450억원이 됐다. SK브로드밴드는 기업 문화, 업무 혁신을 위해 스윗 도입 등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이외에도 다른 대기업들이 스윗 도입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스윗을 쓰고 있는 기업·팀이 4만 곳에 달하지만, 대기업으로 본격 확산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회사는 고무적인 분위기다.
최근 서울을 찾은 이주환 스윗 공동창업자 겸 대표를 서울 삼성동 스윗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스윗처럼 올인원 협업 툴의 수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코로나19 때는 많은 기업이 채팅, 화상 앱 위주로 협업 툴을 쓰고 (코로나19 기간 예측이 어려워) 장기 계약도 하지 않아 영업이 더 어려웠었다”며 “엔데믹(endemic·감염병 주기적 유행) 이후 기업들이 다시 회사로 출근하거나 하이브리드화하게 됐지만 언제, 어디서나 회사에서 하는 일이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대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에 스윗을 찾는 이유는 뭘까.
“많은 기업이 일시적으로 채팅 중심으로 업무 툴을 썼었다. 지난 2~3년간의 교훈은 자체 그룹 소프트웨어에 있는 채팅 앱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채팅 앱으로 상사가 일을 시키면 이모지로 화답하는 게 전부였다. 팬데믹이 끝나고 사무실로 복귀하면서 업무 관리(워크 매니지먼트)를 이렇게 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확산했다.
우리 기업, 우리 업무 흐름 자체를 클라우드에 올릴 수 있는, 그래서 집에서든, 회사에서든 진짜 일이 잘되게 하는 걸 만들어보자는 거다. 그러려면 일을 만들고, 만들어진 일의 변화를 관리하고, 추적하고 나중에 완성된 것에 대해 수치화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 번은 더 잘해보자고 할 수 있다. 그게 워크 매니지먼트다. 이런 니즈가 팬데믹 때 채팅 앱만 가볍게 써보면서 확 커진 거다.”
스윗은 어떻게 다른가.
“올인원 협업 툴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한국식으로 생각해보면, 시장이 요구하는 여러 기능을 덕지덕지 붙일 수 있다. 제품은 무거워지고, 초기 빠르게 성장하며 생겼던 팬덤은 떨어져 나간다. 시장에서 도태되는 제품이 될 수밖에 없다.
올인원이 되기 위한 또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레고처럼 수백 개 마이크로 서비스를 다 분리하는 것이다. 스윗은 각 조직이 필요로 하는 것들만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다. 문서·채팅만 넣을 수 있고, 전자 결재를 추가할 수도 있다.”
이미 쓰고 있는 협업 툴이 있는데, 중복 아닌가.
“대기업의 99%은 MS를 쓰고 있다. 메일도, 파일도, 캘린더도, 화상회의 기능도 다 있다. 여기에 스윗을 또 도입하면 돈도, 툴도 두 배로 늘어난다. 물리적으로 5 더하기 1은 6이지만, 스윗은 1로 만든다. 기존에 쓰던 모든 앱을 스윗 안에 다 넣어버렸다. 한 앱을 쓰는 것처럼 ‘스윗’만 열면 고객사나 외부 파트너사로부터 받은 이메일은 버튼 한 번이나 드래그 앤드 드롭으로 채널·채팅 등에 공유·첨부할 수 있게 했다. ‘올인원’ 툴이지만 다 하겠다는 게 아니라 다른 툴의 사용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MS·구글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이유다.”
IT 강국인 한국에서 이런 게 그동안 왜 안 나왔을까.
“코로나19 시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Digital Transformation)’이 최대 화두였다면 지금은 그 관심이 ‘직원 경험(EX· Employee eXperience)’으로 넘어왔다. EX는 ‘IT 서비스 관리(ITSM·IT service management)’와 ‘직원 생산성’ 두 축이 모두 필요하다. ITSM은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분야 중 하나다. 우리나라 대기업 대부분이 ITSM만 전담하는 계열사가 있지 않나. 구글에도, 페이스북에도, 아마존에도 이런 특화 조직은 없다. 각 기업의 요구 사항을 맞추다 보면 서비스가 규모를 키워 성장할 계기 자체가 안 만들어진다. 직원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크지 못한 이유다.”
실리콘밸리에서 확산한 성과관리지표 ‘OKR’이 국내에서 ‘KPI’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스윗도 최근 OKR 기능을 추가했다.
“두 지표의 차이점은 ‘지속적으로 성과를 관리할 수 있는가’다. KPI는 연 단위로 정해진 지표에 따라 성과를 점수화하는 것이다. 이 지표에 잘만 맞추면 큰 성과를 내지 못해도 연봉이 오르고 승진할 수 있다. 반대로 좋은 성과를 내고도 억울한 경우가 나올 수 있다. OKR은 (짧게는 수주에서 길게는 분기에 달성할 수 있는) ‘목표(objectives)’와 이를 어떻게 달성했는지 검증할 만한 숫자를 제시하는 ‘핵심 결과(key results)’를 합친 것이다. 회사의 목표가 나의 핵심 결과가, 이것이 다시 직원의 목표가 될 수 있다. 최고경영자(CEO)부터 인턴까지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연결되고 사내 정치가 사라진다. 모두 한배를 탔기 때문이다. 또 이를 공개해야 한다. 많은 기업 구성원이 OKR 도입을 꺼리는 이유다. 업무에 따라 수치화에 대한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 핵심 결과를 설정해서 올려보라고 하면 아무도 안 올린다. ‘톱다운(하향)’식으로 내리고 ‘보텀업(상향)’으로 보완을 받는 게 좋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이 즐겁게 이를 달성할 수 있게 지속적으로 직원들과 대화하고, 잘한 것에 대해서는 확실히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