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 부스키라 이노비즈 공동 창업자 및 최고연구개발책임자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전자공학 학·석사, MBA 사진 조선비즈DB
오렌 부스키라 이노비즈 공동 창업자 및 최고연구개발책임자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전자공학 학·석사, MBA 사진 조선비즈DB

올해 8월 유럽 최대 자동차 기업 폴크스바겐은 이스라엘의 라이다(LiDar) 스타트업 이노비즈 테크놀로지스(이하 이노비즈)와 40억달러(약 5조7840억원) 규모의 라이다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르면 2020년대 중반부터 8년 동안 폴크스바겐이 생산하는 차량에 이노비즈가 개발한 라이다가 탑재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그 규모가 최대 8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카메라와 라이다로 양분된 자율주행 기술 시장에서 폴크스바겐이 라이다를 선택한 이유는 높은 정확성 때문이다. 라이다는 카메라와 달리 레이저 펄스를 발사하고 반사된 신호를 분석해 주변을 인식하는 게 특징이다. 이를 바탕으로 수백만 개의 픽셀로 구성된 이미지, 즉 3차원(3D) 지도를 실시간으로 구현한다. 박쥐가 어두운 동굴 속에서 초음파를 발사해 주변을 인식하는 원리와 같다. 

라이다 기술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올해 9월 이스라엘 중부 로시 하인(Rosh Haayin)에 있는 이노비즈 본사를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이노비즈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연구개발책임자(CRO·Chief R&D Officer)인 오렌 부스키라(Oren Buskila)는 “이노비즈의 라이다는 야간 또는 안개, 폭우 등의 악천후에도 200~400m 전방을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라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노비즈는 지난해 14억달러(약 2조244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미국 나스닥에 입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부스키라 CRO와 함께 직접 시험 주행용 차량에 탑승, 라이다가 레이저 펄스만으로 전방의 주행 환경을 정확하게 그려내는 것을 차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시험 주행용 차량 전방의 자동차부터 보행자, 스쿠터, 도로 방지턱까지 카메라로 촬영한 것처럼 섬세하게 구현됐다. 화면을 확대해보니 모두 점묘화처럼 미세한 픽셀로 구성돼 있었다. 덕분에 매우 작은 물체까지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부스키라 CRO는 “BMW의 경우 내년부터 일부 차종에 이노비즈의 라이다가 탑재될 것”이라며 “현대차와도 협업을 원해,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부스키라 CRO와 일문일답.

1. 이노비즈의 라이다로 구현한 3차원 이미지. 사진 김우영 기자 2. 이노비즈가 개발한 라이다 센서. 사진 이노비즈
1. 이노비즈의 라이다로 구현한 3차원 이미지. 사진 김우영 기자 2. 이노비즈가 개발한 라이다 센서. 사진 이노비즈

이노비즈 라이다의 강점은 무엇인가.
“장애물 인식 능력이 뛰어나다. 한밤중에 검은색 도로 위에 검은색 타이어가 떨어져 있거나 움푹 파인 구멍이 있다고 상상해보라. 카메라 기반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이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라이다는 정교한 픽셀로 3차원 이미지를 구현하기 때문에 이 같은 장애물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특히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올 때 순간적으로 빛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문제없이 전방을 인식해낸다. 현재 사내에 있는 직원 500명 대부분이 연구개발(R&D) 인력일 정도로, 기술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최근 모 업체의 자율주행차가 전방에 장애물이 없음에도 차량을 급정거한 사례가 있었다.
“오경보(false alarm) 때문이다. 만약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장애물이 아닌데, 장애물로 잘못 인식해 자동차가 급정거한다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전방을 정확하게만 인식한다면 오경보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라이다는 그런 점에서 카메라보다 성능이 더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빗속에서도 문제없이 작동하나.
“물론이다. 야간은 물론 악천후에도 문제없이 작동한다. 안개가 낀 도로에서도 정확하게 전방을 인식한다. BMW와 계약한 라이다 ‘이노비즈 1’의 경우 전방 200m까지, 폴크스바겐과 계약한 후속 제품 ‘이노비즈 2’는 전방 400m 앞까지 인식이 가능하다. 이노비즈의 제품은 먼 거리도 정확하게 인식한다는 게 강점이다.”

라이다를 통해 인식한 사물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기술도 중요할 것 같다.
“맞다. 그래서 이노비즈는 사물을 인식하는 하드웨어(라이다 센서)뿐 아니라 센서가 인식한 게 무엇인지 판단하는 소프트웨어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지금도 이노비즈의 시험 주행용 차들이 온종일 이스라엘 전역을 돌아다니며 주행 데이터를 쌓고 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에 필요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있다.”

그동안 라이다는 높은 가격이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는데.
“4~5년 전만 해도 라이다 한 대 가격이 7만5000달러(약 1억원)에 달했다. 그때는 가격이 비싸고 내구성도 약했다. 성능도 지금보다 떨어졌다. 오랜 연구개발과 대량 생산을 통해 지금은 500~1000달러(약 72만~144만원) 수준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그래도 업계에서는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2025~2026년 본격적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할 텐데, 처음엔 고급 차종부터 라이다가 탑재되기 시작해 점차 저렴한 차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수요가 늘면 자연스레 라이다 단가도 내려갈 수밖에 없다.”

그럼 대량 생산도 준비하고 있나.
“이노비즈는 전 세계 네 곳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본사가 있는 이스라엘에서 소량 생산을 하고 있고, 미국 미시간주에서 이노비즈 1을, 독일에서 이노비즈 2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짓고 있는 중국 공장은 연말쯤 완공될 예정이다.”

한국 진출 계획이 있나.
“최근 폴크스바겐과 라이다 공급 계약을 체결한 뒤 미국, 일본, 유럽, 한국을 방문해 완성차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노비즈 2를 시현하는 자리를 가졌다. 빠른 주행 중에도 높은 해상도를 유지한다는 점, 먼 거리까지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도 한국 기업과 협업을 원한다. 특히 현대차에 관심이 많다. 개인적으로도 현대차를 좋아해 올해 초 아이오닉 5를 주문해 연말쯤 받을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지만, 현재 현대차와 긴밀히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경우 소비자에게 어떤 이점이 있을까.
“자율주행차는 소비자 삶의 질을 바꿔줄 것이다.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인간의 잘못된 판단과 실수로 인해 발생한다. 자율주행차가 확대되면 인명 사고가 대폭 줄어들 것이다. 도로 정체로 운전자가 허비하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고, 줄어든 시간만큼 인류는 더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자율주행차가 중요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라이다 기술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스라엘=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