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파롤스로이스 전기화 사업부 고객 지원 디렉터 영국 셰필드대 전기공학 석사, 전 롤스로이스 헝가리지사장·전기비행기 개발 프로젝트(ACCEL) 총괄,사업 개발 부사장 사진 롤스로이스
매튜 파롤스로이스 전기화 사업부 고객 지원 디렉터 영국 셰필드대 전기공학 석사, 전 롤스로이스 헝가리지사장·전기비행기 개발 프로젝트(ACCEL) 총괄,사업 개발 부사장 사진 롤스로이스

“2026년이면 롤스로이스의 전기 추진 시스템을 탑재한 에어택시가 하늘을 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롤스로이스에서 AAM(Advanced Air Mobility⋅선진 항공 모빌리티) 사업을 총괄하는 전기화 사업부의 매튜 파(Matheu Parr) 고객 지원 디렉터는 11월 11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롤스로이스는 벤틀리, 마이바흐 등과 함께 고급 수제 차의 대명사로 일컬어진다. 그런 롤스로이스가 지금은 ‘에어택시’라고도 불리는 AAM의 전기 추진 시스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사실 롤스로이스는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 전투기와 민항기의 엔진을 만들어온 항공 엔진 분야의 실력자다. 1970년대 자동차 부문이 분리 매각된 뒤엔 항공 엔진 사업에 집중했다. 그런 만큼 AAM 분야에 적합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AAM은 전력을 동력원으로 하기 때문에 더 오래, 더 멀리 비행하려면 엔진 역할을 하는 전기 추진 시스템의 성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롤스로이스는 올해 7월 AAM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대자동차그룹과 손잡고 AAM에 탑재할 연료 전지와 추진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이르면 2026년에 전기 추진 시스템을 탑재한 AAM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파 디렉터는 AAM 사업이 친환경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의 핵심 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AM의 전기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도 친환경 사업의 일환”이라며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다양한 한국 기업과의 협업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전체 연구개발(R&D) 비용에서 친환경 기술 개발이 차지하는 비중을 기존 10%에서 70%로 늘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롤스로이스가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으로 투자한 금액은 11억8000만파운드(약 1조9210억원)로, 이 가운데 70%만 투자해도 1조3400억원이 넘는다. 다음은 일문일답.


워런 이스트(왼쪽)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7월 18일(현지시각)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서 AAM 기체 개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워런 이스트(왼쪽)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7월 18일(현지시각)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서 AAM 기체 개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AAM이란 개념이 생소하다. 무엇인가.
“이미 잘 알려진 UAM(Urban Air Mobility·도심 항공 모빌리티)이 도심 속을 비행하는 단거리용 기체를 말한다면, AAM은 여기에 도시와 도시를 오가는 장거리 목적의 RAM(Regional Air Mobility·지역 간 항공 모빌리티)까지 포괄한 개념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공식 명칭으로 2020년부터 사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협업 진행 상황을 알려줄 수 있나.
“현대차그룹의 연료 전지를 기반으로 한 ‘E-파워트레인(동력 전달 장치)’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양사 엔지니어들이 (생산 시설이 있는)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협력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현대차그룹 실무진을 만났는데, 진전 상황이 있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세계 최고 항공 엔진 제작사인 롤스로이스가 현대차와 손을 잡은 이유는.
“롤스로이스는 현대차와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우리가 엔진 및 모터에 강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연료 전지 시스템 분야는 우리의 주력 분야가 아니다. 이 기술력은 현대차가 더 앞서 있다. 현대차는 이미 수많은 전기차에 연료 전지를 성공적으로 탑재한 기업이다. AAM에 연료 전지를 탑재하는 과정에서도 현대차의 관련 노하우와 기술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단순 기술 협업을 넘어, 대량 생산 체계에서도 현대차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7000대의 AAM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가운데 절반이 한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운용될 것이다. AAM 생산 기지는 현지에 마련될 텐데, 현대차의 제조업 노하우가 AAM 기체를 대량 생산하는 데 필요하다고 본다.”

AAM 상용화는 언제쯤 가능할까.
“롤스로이스는 2026년 AAM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뿐 아니라 영국의 AAM 전문 기업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 브라질 항공기 제작사 엠브라에르와 협업 중이다. AAM 상용화를 위해선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우선 전기 추진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한 기술이 마련돼야 하고, AAM이 뜨고 내릴 수 있는 인프라가 형성돼야 한다. 국가마다 상용화 시점은 다르겠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2026년부터 AAM이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AAM이 소비자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 이미 전 세계 많은 도시는 다양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도시의 가장 큰 문제는 인구가 계속 늘어난다는 점이다. 운송 수단에 대한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개발을 목표로 하는 AAM은 현존하는 대중교통 수단보다 안전성이 뛰어나다. 소음도 적고, 속도도 빠르다. 일반 헬리콥터 대비 안전성은 1000배 높으며 이착륙 시 발생하는 소음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AAM은 전기 비행체이기 때문에 운용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게 장점이다. 향후 AAM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정착한다면 한국의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의 가격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기업이 뛰어든 AAM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전 세계적으로 300개가 넘는 기업이 AAM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AM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체를 개발한 뒤 비행 성능을 성공적으로 인증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 재정 안정성이 필수다. 최대 10억달러(약 1조368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다. 또 업계 내 인재들을 확보하고, 전 세계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AAM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역량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결국 최종적으로 시장에 살아남는 기업은 10~15개에 불과할 것이다.”

2021년 세계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넷 제로(Net Zero)’를 이행하기로 결의했다. 롤스로이스는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롤스로이스는 단계적으로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IATA보다 앞선 2020년에 넷 제로를 실현하겠다고 이미 선언한 바 있다. 친환경 사업은 기술적 난관이 많은 분야지만,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관련 시장도 커질 것이고, 상업적으로 롤스로이스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현재 롤스로이스 전기화 사업부 내 500여 명의 엔지니어가 엔진의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과 동시에 동물성·식물성 기름을 원료로 한 지속가능항공연료(SAF)를 사용하는 엔진의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체 연구개발 비용의 10%를 지속 가능 기술, 즉 친환경 기술에 투자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 비중을 점차 늘려 2030년에는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외에 협업을 원하는 다른 한국 기업이 있나.
“AAM 시장은 기업 간 협업의 기회가 상당히 많은 분야다. 롤스로이스가 현대차와 손을 잡은 것처럼 이전 항공우주 분야에서 보지 못했던 수준의 협업이 가능하다. 이번 방한 기간에 많은 한국 기업 관계자를 만났다. 한국의 다른 기업들과도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함께 일하고 싶다.”

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