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럭스나인 대표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 석사, 전 씰리침대 한국 대표 김인호 럭스나인 대표가 12월 19일 서울 방배동 본사에서 바디로그의흉부 패치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럭스나인
김인호 럭스나인 대표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 석사, 전 씰리침대 한국 대표 김인호 럭스나인 대표가 12월 19일 서울 방배동 본사에서 바디로그의흉부 패치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럭스나인

올해 1월 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3’에 국내 토종 매트리스 업체가 출사표를 던졌다. 주인공은 국내 라텍스 매트리스·토퍼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럭스나인. 이번 CES에서 럭스나인은 헬스케어 매트리스 ‘바디로그(Bodylog)’를 공개할 예정이다. 바디로그는 매트리스에 장착한 자체 개발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심전도, 호흡, 체온, 맥박, 혈중 산소포화도, 낙상(落傷) 여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기록할 수 있는 의료기기다. 매트리스와 함께 제공하는 흉부 패치를 사용하면 사용자가 매트리스에 누워 있지 않은 시간까지 포함해 총 24시간 관찰이 가능하다.

매트리스 회사가 어쩌다 CES에 참가하게 됐을까. 12월 19일 서울 방배동 본사에서 만난 김인호 럭스나인 대표는 “지난 200여 년 동안 매트리스 기업들이 편안함만 추구했지만, 이제는 매트리스도 편안함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찾아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럭스나인의 미래 먹거리로 헬스케어를 낙점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바디로그로 수집된 데이터는 의료진이 환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낙상 등의 응급 상황에선 구급대를 호출할 수 있다. 현재 세계특허(PCT) 출원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등 34개국에 상표권 등록을 마친 상태라고 한다.

김 대표는 미국 매트리스 1위 기업 씰리침대의 한국법인 대표를 16년간 지낸 매트리스 전문가다. 그가 2011년 창업한 럭스나인은 코스트코와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내수 유통망을 꽉 잡으며 2022년 누적 판매량 64만 장을 돌파했다. 김 대표는 “이제 우리의 경쟁사는 매트리스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의료 기기 기업들”이라며 “CES 공개 이후 의료 기기 임상과 식약처 인증을 통해 올해 말 상용화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쩌다 CES에 참가하게 됐나.
“근대 침대 매트리스 산업의 역사는 200년이 넘는다. 그런데 오랜 시간 기업들은 더 편안한 침대를 개발하는 데만 집중했다. 럭스나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브랜드 슬로건으로 ‘편안함, 그 이상의 가치’를 선정했다. 2020년 8월부터는 매트리스로 사용자의 호흡, 맥박, 혈중 산소 포화도 같은 바이털 사인(vital sign·활력 징후)과 심전도까지 측정할 수 있는 바디로그 개발에 착수했다. 다행히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됐고, 이번 CES에서 바디로그 시제품을 선보이게 됐다. 전 세계에서 바이털 사인과 심전도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제품은 바디로그가 유일하다.”

다른 매트리스 기업도 CES에 참가하나.
“CES 헬스케어 전시관에 참가하는 국내 매트리스 기업은 럭스나인뿐인 것으로 안다. 미국 기업 한 곳도 참가하지만, 사용자의 호흡과 이불 속 온도를 측정해 수면 환경을 조절하는 기능이 전부다. 전문적인 의료 기기로서 사용자의 바이털 사인과 심전도를 확인하고 적절한 의료적 조치까지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바디로그와 전혀 다른 제품이다.”

시중에 출시된 많은 헬스케어 기기도 심전도 측정 기능을 제공한다. 바디로그만의 차별점은.
“요즘은 스마트 워치도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 한 가지 방향으로 심장의 전기신호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1 유도(Single Lead) 방식이다. 바디로그는 6개 방향으로 심전도를 측정하는 6 유도(6 Lead) 방식을 사용한다. 덕분에 정확도가 더 높다. 심전도 검사는 전 세계 병원에서 매년 3억 건이 이뤄지는데, 그 비용과 시간이 상당하다. 개인 사정으로 매번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울 경우 바디로그로 일상생활에서 심전도와 바이털 사인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까지 심전도를 측정해야 하나.
“건강 검진 항목 중에 트레드밀을 뛰면서 심전도 변화를 측정하는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를 들어봤을 거다. 일부 심장 질환은 운동 중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활동 상태에서 심전도를 확인해야 한다. 바디로그는 매트리스 외에 흉부 패치를 통해 사용자가 가만히 누워있는 안정 상태뿐 아니라 활동 중인 상태에서도 심전도와 바이털 사인을 측정한다. 안정 상태와 활동 상태의 데이터를 비교·분석해 환자의 건강 상태를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만약 환자의 활동 시간이 지나치게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면 가족이나 의료진이 환자에게 가벼운 운동을 제안할 수도 있다.”

바디로그를 병원에서 사용한다면.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한국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약 2.5명이다. 미국도 2.6명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만약 바디로그를 사용한다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수많은 환자의 건강 상태 정보를 한 곳에서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 적은 의료진으로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퇴원 후에도 환자의 바이털 사인과 심전도, 운동량, 수면 상태 등이 의료진에게 원격으로 보고돼 퇴원 후 건강 관리도 용이하다. 특히 미국에선 입원 환자의 2%, 연간 70만 명이 침대에서 떨어지는 낙상 사고를 당한다. 많은 요양원과 가정에서 일어나는 낙상 사고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고, 적기에 도움을 받지 못해 중상 또는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바디로그는 실시간으로 낙상 감지가 가능해 즉각 의료진에게 응급 호출을 할 수 있다.”

최근 주목받는 슬립테크(Sleep-Tech·숙면 기술) 분야로도 확대가 가능할 것 같다.
“물론이다. 바디로그의 또 다른 강점은 사용자의 자세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앉아있거나 옆으로 또는 엎드려 누워있는지도 측정이 가능하다. 여기에 바이털 사인 데이터까지 활용한다면 2~3년 이내에 값비싼 수면다원검사를 대체할 수 있다. 지금은 수면다원검사를 받으려면 병원에서 하룻밤을 자고, 의료진이 밤새 환자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런 방식보다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럭스나인은 종합 헬스케어를 지향한다. 슬립테크는 바디로그가 제공할 수 있는 여러 솔루션 중 하나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우리는 세상에 없는 제품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다. CES에서 바디로그 시제품을 공개한 뒤 의료 기기로서 임상을 거쳐 국내 식약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서 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2023년 또는 2024년 중 바디로그의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이때부터 우리의 경쟁 상대는 매트리스 기업들이 아니라 글로벌 의료 기기 기업들이 될 것이다. 한국 시장뿐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장 상황에 따라 기업공개(IPO), 전략적 투자자(SI)와 협업도 고려 중이다.”


Plus Point

국내 기업 470여 개 CES 출격…삼성·LG·SK 신제품·신기술 공개


이번 CES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릴 전망이다. 전 세계 173개국에서 온 3000여 개 기업이 참가한다. 주최 측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SK그룹 등 474개(12월 14일 기준) 참관사가 등록을 마쳤다. 이 가운데 237개가 스타트업이다.

삼성전자는 ‘초(超)연결 시대’를 전시 주제로 삼고 이를 구현한 ‘캄테크(Calm Tech)’를 선보인다. 캄테크란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각종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특히 이번 CES에서 46개 혁신상을 받은 삼성전자는 TV 신제품과 게이밍 모니터 등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고객 행복’을 전시 주제로 내세웠다. 28개 혁신상을 받았는데, 이 중 최고 혁신상을 받은 ‘LG 올레드 TV’와 ‘LG 올레드 플렉스’를 전시할 전망이다. SK그룹은 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관계사 제품과 신기술을, 현대모비스는 미래 모빌리티 신기술을 공개할 계획이다.

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