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 시대에 기업들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서민들이 많다. 이순신을 벤치마킹하면 이러한 경제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조선시대 명장 이순신 장군을 주제로 한 드라마와 책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그를 통해 새로운 경영 기법을 찾은 경영학자가 있어 눈길을 끈다. 지용희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61)가 주인공이다.

지 교수는 중학교 역사시간에 선생님으로부터 ‘이순신 장군이 자살했다’는 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충격을 받은 후 이에 대한 자료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경영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이순신의 정신을 경제전쟁을 헤쳐 나갈 코드로 확신했다. 그래서 지 교수는 이순신을 경영학과 접목시켰으며 더욱 부지런히 장군의 흔적을 좇았다. 한산도만 5번을 답사했고, 진도와 남해 등 전적지를 수도 없이 돌아다녔다.

 IMF 위기를 맞으면서 이러한 이순신에 대한 확신은 더욱 굳어졌다. OECD 가입을 자축하고 고도성장을 자랑하던 우리에게 IMF 위기는 날벼락과 같았다. 그는 “IMF 위기는 결국 경제전쟁에서 진 것을 의미했으며, 우리에게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갈 영웅이 필요했다. 이순신은 오늘날과 같은 경제전쟁 시대에 가장 이상적인 벤치마킹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정유재란과 같은 IMF 재란은 일어나지 않을까. 이러한 불안감이 이순신을 다시 찾게 하고 있다고 지 교수는 말한다. 지금 많은 이순신을 살리지 않으면 또 다시 경제전쟁에서 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지 교수는 올 초 ‘이순신리더십연구회’도 만들어 역사학자뿐만 아니라 경영학자, 기업가들과 이순신의 정신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이 알려지면서 삼성그룹 사장단, LG전자 등 대기업과 공기업 등을 대상으로 200여 차례 강의도 했다. 그리고 <경제전쟁시대 이순신을 만나다>라는 책도 썻다. 지 교수는 이 책에서 이순신의 전략을 기업 경영과 연계해 설명하고 있다.

 지 교수는 치열한 경제전쟁 시대에 이순신의 전략이 기업 경영의 중요한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시대를 초월한 리더십은 걸출한 21세기형 CEO 자질로, ‘난중일기’를 남긴 기록 정신은 지식 경영으로, 우리의 문제를 풀어갈 키워드가 된다는 것이다. 또 뛰어난 정보 수집과 활용,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전략과 전술은 오늘날 경제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라는 얘기다.

 지 교수는 “이순신은 해전에서 학익진이라는 새로운 진법을 실현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군사들을 훈련시켰다. 한산대첩의 승리는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라며 먼저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다는 것. 경영의 기본 원리에 충실하지 않으면서 유행처럼 바뀌는 기법을 좇는 것은 모래 위에 화려한 누각을 짓는 것과 같다. 어렵고 급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순신이 군사, 물자, 무기, 식량 등이 부족한 상태에서 왜군을 물리친 것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외국의 대기업을 물리친 것과 다름없다고 지 교수는 평가한다.

 “많은 기업들이 돈도, 시설도, 연구도 없다. 그래서 기술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고난과 역경이 있더라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이순신은 부족하고 어려운 것이 많은 가운데서 끊임없는 연구와 학습으로 탁월한 능력을 쌓았다. 부족한 것이 있다고 해서 포기한다면 경쟁력은 생기지 않는다.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와 노력이 있어야 경쟁력이 생긴다.

 지 교수는 ‘이순신 리더십’이 기업가 정신의 표상이라고 자신한다. 청렴결백, 솔선수범, 자기희생, 겸손, 공정성을 지금의 기업가들이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먼저 기업의 리더인 경영자가 솔선수범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이를 극복하고 기업을 키워 나갈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또 지 교수는 “리더는 ‘신뢰와 존경’을 기반으로 하는 역할 모델(Role Model)이 되는 것”이라며 “리더라면 일뿐만 아니라 팀워크, 사람들과 관계 등에서 모두 귀감이 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순신이 바로 그러한 역할 모델이라는 것이다.

 지 교수가 가장 먼저 꼽는 이순신 경영의 기업가 정신은 경영의 투명성 확보다. 경영이 투명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다. 초일류 기업들에는 ‘변칙’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 교수는 “위급한 전쟁 와중에서도 이순신은 빈손으로 군사와 물자를 모았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적으로 그를 믿었고 연전연승한 능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이순신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에너지회사인 엔론과 일본의 자동차회사인 미쓰비시를 예로 든다.

 엔론은 창업 15년 만에 분식 회계와 이를 숨기기 위한 로비, 임원들의 부정과 도덕적 해이 등으로 투자자, 금융기관, 고객의 신뢰를 잃어 파산했다.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도 소비자의 리콜 은폐 사건으로 다임러크라이슬러에 경영권을 결국 넘겨야 했다.

 기업을 정직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다. 한 번 상처 받은 신뢰는 기업을 위태롭게 한다.

 다음으로 혁신이다. 이순신은 기술자는 아니었지만 거북선을 제조하고 각종 신무기를 개발했다. 적의 강점을 무력화하고 우리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으로부터 혁신은 시작된다. 경제학자인 슘페터도 기술 혁신은 경영자의 의지라고 하지 않았던가.

 기업이 근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혁신을 해야 한다. 신제품 개발, 품질 향상, 새로운 경영 기법의 도입 등에서 혁신을 추진해 3차원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혁신 추진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해야 4차원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지 교수는 이순신의 기록 정신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충분한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한다. 이순신은 7년간의 전쟁 와중에서도 ‘난중일기’를 남겼다. 여기에는 전쟁에 관련된 많은 기록뿐만 아니라 당시 사회상에 관한 자료까지 담겨 있다.

 특히 지 교수는 경영자는 핵심 역량을 갖추라고 주문한다. 이순신은 7년 전쟁 동안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병법에 뛰어났으며 이길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 만들었다.

 지 교수는 “이순신의 정신과 자세, 리더십, 전략과 전술로 무장한다면 기업들이 어떤 경제전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 용기와 혁신 의지, 역량을 갖춘 경쟁력이 무기가 될 것이다”고 자신한다.

 지 교수는 특히 자만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순신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임진왜란에 철저히 대비한 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겸손한 마음가짐 때문이다. 오만과 자만은 경쟁에서 뒤지게 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자만을 경계하기 위해 가장 까다롭고 불평 많은 고객들을 우대하고 오히려 이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지 교수는 내년부터는 기업인과 학생들과 함께 이순신 전적지를 중심으로 답사여행도 계획하고 있다. 그를 자주 만날수록 그의 정신은 경제전쟁 시대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