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25일 ‘2010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의 오프닝 행사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120개국 2000여 명의 귀빈들이 기적 같은 광경을 목격했다. 갑자기 무대 위로 나타난 물고기와 새들이 가야금 선율에 맞춰 군무를 추는 광경이 연출된 것. 홀로그램 영상이 빚어낸 마술로, 국내 디지털디자인 회사 디스트릭트의 작품이다.
“3차원 홀로그램 영상에 동작과 음향을 감지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을 접목시킨 ‘4D 공연’입니다. 이 방면에선 디스트릭트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최은석(38) 디스트릭트 사장의 거침없는 소개다.
디스트릭트가 활동하는 곳은 주로 대규모 옥외 행사장이다. 신제품 출시장, 패션쇼 등 현란한 시청각 효과를 요구하는 곳들이다. 디스트릭트의 역할은 디지털 기술에 미디어아트를 접목시켜 전시·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6월 삼성전자 ‘제트폰’ 런칭 행사에선 홀로그램 프레젠테이션을 연출해 관객들의 혼을 빼놓기도 했다.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광경으로 세계 최초의 시도였다는 평가다.
디스트릭트가 홀로그램 영상만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초대형 특수빔으로 건물 전체를 3D 영상 캔버스로 활용하는 ‘하이퍼 파사드’, 스마트폰·디지털카메라·터치스크린패널 사이에서 자유자재로 이미지를 옮길 수 있는 ‘유니버설 프레임’도 이 회사가 제공하는 디지털 솔루션이다. 360도 전 방향에서 시청이 가능한 구(球)형 디스플레이 ‘하이퍼 스피어’는 디지털기기 제품군의 하나다.
독특한 것은 직원 140명이 모두 연구 개발(R&D) 인력이라는 점이다. 직원 모두가 석박사급 고급 인재라서가 아니다. 임직원 모두가 순환제로 솔루션 및 제품 개발에 참여하며 누구든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 최근엔 회사 사이트와 상설전시관의 방문객들에게서도 아이디어를 얻고 연구개발비를 후원하고 있다. P&G 등 세계적 혁신형 기업이 활용하는 ‘연결 개발(C&D)’ 개념이다.
원래 웹디자인 회사였던 디스트릭트가 디지털디자인으로 사업을 전환한 것은 2004년. 최 사장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컴퓨터 사업을 하던 애플이 MP3P 아이팟과 음원 거래터 아이튠스로 성공을 거둔 뒤였습니다. 잡스가 본업에만 안주했다면 하지 못했을 일이었죠. 그때부터 저도 디자인 대상을 웹에서 다른 디지털 분야로 눈을 돌렸습니다.”
2008년까진 기술 투자와 연구 개발에만 집중했다. 홀로그램 등 디스트릭트의 무대가 세계적으로도 미개척 분야라 한동안 성과를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 사장은 올해가 본격적인 성장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이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든든한 고객군이 확보된 상태다. 올해 매출 목표도 지난해 100억원에서 두 배가량 올려 잡았다.
“기술적 역량과 예술적 감성을 모두 발휘하는 ‘디지털디자인계의 애플’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약력 1973년생. 1999년 조선일보 인터넷 대상. 2002년 런던국제광고제 인터렉티브 미디어 부문 수상. 2005년 독일 IF디자인어워드 인터페이스 부문 수상. 2006년 런던국제광고제 금상. 2000년~현재 디스트릭트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