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을 연구, 분석할 때 국내외 경제학자들이 즐겨 이용하는 통계지수 중 하나가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Case-Shiller Home Price Indices)다. 칼 케이스 웰즐리대 교수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함께 만든 이 지수는 미국 20개 주요 도시 중 주택이 2회 이상 거래된 경우 직전 실제 매매 가격과 차이를 지수화시킨다. 이 때문에 케이스-실러지수는 현 미국 주택시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가장 객관적으로 설명해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국내에도 케이스-실러지수처럼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한 주택지수가 개발돼 화제다. 민간경제연구소인 김광수경제연구소가 개발한 케이-세리(KSERI)지수는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데이터를 근거로 전용면적 60㎡, 85㎡ 아파트 가격지수를 통계로 만들었다. 조사범위는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주요 대도시의 2006년 전과 2006년 후에 신규입주한 아파트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 2006년을 기준점으로 삼는 이유는 이때부터 국토부가 실거래가를 조사해 발표했기 때문이다. 또 전용면적 60㎡와 85㎡를 삼는 이유는 이 평형대 아파트가 전체 아파트의 75%를 차지하고 있어 가격 흐름을 가장 객관적으로 알 수 있어서다.

“국내에서 주택가격지수를 발표하는 곳은 국토해양부, KB국민은행, 그리고 민간 부동산정보제공업체 정도일 겁니다. 그런데 국토부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받은 설문조사(호가·呼價)를 기초로 작성되고 있어요. 가령 요즘 같은 시장 상황에서 강남구 전체에서 한 달간 부동산을 거래하는 곳이 전체 130여 곳에 불과한데 이들 집값이 얼마인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요. 더군다나 호가 위주로 조사하니 시장을 왜곡시킬 수밖에 없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식적으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주택가격지수 통계를 내지 않는 나라는 아마 우리밖에 없을 거예요.”

일부에서는 지난 수십년간 지속된 호가 조사 역시 적정 가격을 제시해야만 가격이 성사되는 주택 중개시스템 특성상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적다는 반론을 편다. 그러나 김광수 소장의 생각은 다르다.

“정확하게 얼마에 거래됐는지가 아닌 개인 짐작만으로 시장을 조사하고 더군다나 이를 근거로 정부가 정책을 편다는 것은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아요. 부동산 중개업자 입장에서는 집값이 하락하면 거래가 줄고 중개수수료도 떨어지기 때문에 가격 하락폭을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죠.”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통계를 내는 것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른다. 일반 호가 조사는 매번 결과를 산출해낼 수 있기 때문에 꾸준한 데이터 축적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실거래가 위주 조사는 실제 거래가 없는 날도 통계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지수로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데이터 보정을 어떻게 하는지가 지수 신뢰도를 높이는 관건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 케이-세리지수는 표준주택 실거래가에서 거래 소멸 등을 보정하는 기법으로 통계 오류를 최소화시켰다.

“실거래가를 근거로 소형(전용면적 60㎡)과 중형(85㎡)을 구분하면 KB국민은행 통계가 얼마나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지 잘 보여줘요. 가령 서울시만 해도 소형과 중형아파트는 지수 변화 수준이 전혀 다른 모습이에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가격 하락폭이 상당히 큰데 호가로 조사하는 KB국민은행 조사는 그래프 기울기가 완만하죠. 개별 구로 내려가면 두 통계의 변화 차이는 더욱 확연해요.”

김광수경제연구소 케이-세리지수는 전용면적 60㎡ 소형아파트와 전용면적 85㎡ 중형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반면, KB국민은행 통계는 전 평형을 합산해 지수화시키기 때문에 지수 변동 폭이 크지 않다. 김 소장은 “소형은 실수요를 파악할 수 있고 중형은 투기적 수요를 판단할 수 있어 이 두 평형을 표준형 주택으로 설정하는 것이 시장 가격 동향을 파악하기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경기 위기 쓴 소리 외친 대표 소장 경제학자

지수를 개발한 김 소장은 케이스-실러지수를 개발한 로버트 실러 교수와 여러 가지 닮은꼴이 있다. 실러 교수가 세계 경제가 요동칠 때마다 월가 탐욕에 대해 일갈한 미국의 대표적 비관론자라면 김 소장은 2000년대 초반 국내 경제가 거품 논란에 휩싸이자 착시현상을 우려하며 정부를 향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은 국내 대표 소장 경제학자다. 연구소를 설립하기 전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직전 노무라경제연구소 서울지점에서 일하던 그는 국내 종금사가 무분별하게 차입경쟁을 벌여 외환위기를 불렀다는 내용 등을 담은 보고서를 주요 경제 관료들에게 돌렸다. 2000년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자비를 들여 김광수경제연구소 회원으로 가입해 정기보고서를 받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다.

이런 이유로 김 소장의 주장은 주류 제도권에서는 외면받고 있지만 재야에서는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간 20만원부터 300만원에 달하는 회비를 내야 보고서를 받아 볼 수 있는 데도 인터넷 포럼 회원수만 1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탄탄하다. 이번에 개발한 케이-세리지수 역시 유료 판매가 원칙이다.  

김 소장은 2000년대 중반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무리한 부양책으로 집값이 오름세를 기록하자 부동산 거품론을 주장하며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부동산 시장 거품이 한국경제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그의 고언은 이제 모든 이코노미스트나 경제학자들이 우려하는 바가 됐다.

“아직도 집값이 바닥일 거라고 맹신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바닥이라는 근거가 도대체 어디 있습니까. 우선 저출산으로 집을 구매해야 하는 수요가 절대적으로 줄고, 현재 주택수요의 70%가 50대인데, 이들이 처분하려는 수요를 받쳐줄 젊은 세대가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있어요. 더군다나 소득마저 줄고 있으니 집값이 어떻게 오를 수 있겠어요.”

김 소장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 최소화되는 게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는 길이라고 본다. 규제는 다 풀되 시장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하는 게 정부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저는 지금 우리가 물가라는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봅니다. 인플레가 우려될 정도죠. 그런데 정말 걱정스러운 건 성장잠재력이 줄고 있다는 거예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평균 성장률이 2.9%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정부가 한 조치는 빚내서 경기를 떠받친 게 전부였어요. 빚내서 이 정도밖에 성장하지 못했다는 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부동산 시장에 낀 거품도 여전하다고 봅니다.”

약력  1959년 광주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동대학원 경영학 석사, 도쿄대 박사과정 수료, 일본증권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노무라경제연구소 서울지점 연구부장. 2000년~현재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

 

 

송창섭 기자 / 사진 : 신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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