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00만명이 넘는 사용자(지난 4월15일 기준)를 확보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무료 문자로 시작해 히트를 친 카카오는 지난 4월9일 유료 콘텐츠 장터인 ‘카카오페이지’를 선보였다. 전자책, 음원, 웹툰, 요리방법, 교육 동영상과 같은 스마트폰용 디지털 콘텐츠를 유료로 사고파는 플랫폼이다. 콘텐츠 저작권자는 반드시 유료 콘텐츠만 올릴 수 있고 카카오와 수익을 나눠 갖는다. 카카오페이지가 모바일 게임처럼 카카오에 막대한 현금을 벌어다줄지 주목된다.

카카오페이지는 누구나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 등록하고 사고팔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이다. 스마트폰용 앱을 별도로 개발하지 않아도 카카오가 제공하는 저작 도구를 이용해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고 막대한 트래픽을 바탕으로 유통시킬 수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무료로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익숙한 한국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시도다.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를 돈 주고 사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콘텐츠 제값 받기’ 움직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해 11월 카카오페이지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콘텐츠가 제값을 받는 수익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과거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업체들은 성장 초기에 뉴스·영상·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를 헐값에 가져와 사용자에게 무료로 보여줬다. 콘텐츠를 무료로 뿌리면서 사용자 트래픽을 끌어 모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를 비롯한 콘텐츠 업체들은 유료화 전략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검색하기 쉽고 찾아보기 편리하게 콘텐츠를 정리해서 보여주는 포털에 익숙해진 소비자들도 유료 콘텐츠는 외면해왔다.

하지만 카카오는 86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가입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무료로 콘텐츠로 유인할 필요가 없다. 이미 확보한 가입자를 중심으로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콘텐츠 저작권자에게 제값을 돌려줄 수 있는 기회가 온 셈이다. 김범수 의장은 지난 2012년 1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년 안에 수익을 내는 콘텐츠 파트너사 100만개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기반의 모바일게임인 애니팡을 통해 무섭게 성장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기반의 모바일게임인 애니팡을 통해 무섭게 성장했다.

게임 대박으로 적자 우려 잠재워
2010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은 2011년부터 빠르게 가입자를 모았다. 당시 한 건에 20원, 30원 하던 단문 문자메시지(SMS)를 무료로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카카오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문자메시지 길이에 제한도 없었다. 여러 명의 친구들과 ‘그룹채팅방’을 만들어 문자 이용료 차감을 걱정하지 않고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시장에 이렇다 할 경쟁자도 없었다.

카카오톡은 서비스 출범 이후 단숨에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로 올라섰고 2012년 6월에는 5000만명, 2012년 12월에는 7000만명 가입자를 돌파했다. 하지만 가시적인 수익모델이 없었다. 서비스를 지속할수록 적자가 늘어 2009년 17억원, 2010년 40억원, 2011년에는 153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은 2009년 300만원, 2010년 3400만원에 불과했고 기업계정인 ‘플러스친구’를 공개한 2011년에도 17억원 정도의 매출을 내는 데 그쳤다. 2012년 들어 텐센트와 위메이드로부터 920억원 투자를 받기는 했지만 지난해 8월까지도 적자를 내고 있었다.

카카오도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카카오톡 기반 사진 소셜네트워크인 ‘카카오톡스토리’, 무료통화 서비스 ‘보이스톡’ 등을 시작했고, 2012년 6월부터는 사이버머니인 ‘초코(1초코=100원)’를 도입했다. 문자를 보낼 때 쓰는 ‘이모티콘’을 유료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7월 ‘게임하기’를 선보이면서 카카오의 ‘애니팡 신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박을 쳤다. 카카오톡의 게임하기 이용 방법이 복잡하고 모바일 메신저가 ‘게임 플랫폼’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처음에 받았지만, 카카오에 올라온 모바일 게임들은 초반부터 무섭게 성장했다.

‘애니팡’은 39일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캔디팡’은 20일 만에 1000만을 달성했다. 카카오는 무료로 게임을 서비스하되 친구 사이에 경쟁심 등을 유발해 유료 아이템을 판매했다. 카카오 게임을 통한 월 매출은 8월 47억원, 9월 138억원, 10월 400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카카오의 수익구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카카오를 서비스한 지 2년7개월 만에 내는 흑자였다. 카카오는 흑자를 기록한 기념으로 올해 안에 직원 350명 모두를 하와이로 보상 휴가를 보내주기로 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수년 안에 수익을 내는 콘텐츠 파트너사 100만개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수년 안에 수익을 내는 콘텐츠 파트너사 100만개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무료 문자’에서 시작한 카카오는 이제 ‘모바일의 포털’로 성장했다. 카카오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도약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카카오는 게임 이외에도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타일(쇼핑), 카카오폴(투표), 카카오앨범, 카카오플레이스 등 다양한 방향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 내부의 서비스뿐 아니라 다른 유용한 앱을 카카오톡 안에서 쓸 수 있는 ‘채팅플러스’도 도입했다. 카카오톡에서 친구와 채팅을 하다가 기록할 내용이 필요하면 ‘솜노트’라는 외부 앱을 가져오고,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드로잉톡’이라는 앱을 가져와 여는 식이다.

이처럼 외부의 서비스를 카카오 플랫폼에 심는 방식은 기존 대형 포털과 차별화되는 카카오만의 ‘상생’ 철학이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 대표는 “카카오톡은 생태계를 황폐화하면서 이익을 내는 데만 집중하는 포털과는 근본적으로 기업 철학이 다르다”며 “카카오톡은 다른 회사들과 상생하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게임이 잘된다고 해서 카카오가 직접 게임을 개발해 출시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카카오톡 플랫폼에서 애니팡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애니팡 개발사인 선데이토즈도 막대한 매출을 올렸다. 포털 네이버가 애니팡과 유사한 게임인 ‘라인버블’을 직접 만들어 자사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에 출시한 것과 비교된다.

물론 카카오의 플랫폼 영향력이 커지면서 카카오를 모바일계의 ‘슈퍼 갑(甲)’으로 보는 눈도 있다. 지금도 카카오 게임을 비롯한 선물하기, 플러스 친구 등에도 입점하려는 업체들이 하루에도 수백건씩 몰려들고 있다. 카카오에 입점하려는 게임업체들 간에는 기준과 절차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모바일 게임업체 관계자는 “카카오에 게임을 넣기 위해서 며칠을 기다려야 겨우 미팅 날짜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존재감 부족…올해 승부 내야
카카오는 해외시장에서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는 올해 안에 일본에서 네이버 ‘라인’을 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일본 내 가입자 수도 정확히 밝히지 못하는 상태다. 카카오는 일본 최대 포털인 야후재팬과 제휴를 맺고, 일본에서 TV광고도 시작하면서 가입자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는 동남아 지역에서도 현지 유명 배우들과 손잡고 가입자 층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네이버의 메신저 ‘라인’은 이미 해외에서 1억3000만명의 가입자를 모으면서 카카오를 큰 폭으로 추월했다. 하지만 국내 모바일 메신저 회사들도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만 두각을 나타낼 뿐 미국과 유럽에서 성공하려면 페이스북 메신저나 왓츠앱 같은 쟁쟁한 경쟁자를 뚫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가운데 메신저 시장에는 유무선 연동 바람이 불고 있다. PC용 메신저의 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모바일로, 모바일 메신저의 강자는 PC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르면 5월부터 공식적으로 PC버전 서비스에 들어간다. 카카오의 유무선 연동이 이뤄지면 메신저 영역에서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게 될 전망이다. 유선 메신저는 페이스북과 MS, 구글이 이미 더욱 잘하고 있는 분야이고, 국내 유선 메신저는 ‘네이트온’이 이미 절대적 강자이기 때문이다.

조성완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올해 국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가 글로벌 서비스로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선진국 시장에서 IT 기업들의 벽을 넘어서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이 조만간 의미 있는 점유율을 차지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그야말로 ‘국민 메신저’로만 남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