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펌 쉐퍼드멀린(SheppardMullin)은 지난해 3월 법률시장에 관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첫 번째 해외 로펌이다. 전 세계 16곳에 지사를 두고 있는 쉐퍼드멀린은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지난해 9월25일 한국에 사무소를 열었다. 쉐퍼드멀린은 한국 시장 진출과 함께 국내 대형로펌인 화우와 업무적 협력 관계를 맺었다. 법률시장이 단계적 개방을 하도록 되어 있어 아직은 제약이 많지만, 향후 양 회사가 공식적으로 손을 맞잡는다면 시너지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쉐퍼드멀린 한국사무소 김병수 대표와 화우 이상훈 고문을 함께 만났다.

화우는 이병헌, 전지현 등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다. 쉐퍼드멀린은 할리우드 시장 법률 자문을 돕게 될 것이라고 한다.

트랜드포머, 트와일라잇, 미션임파서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할리우드 영화들이다. 이들 영화의 제작과 배급 및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법률자문을 제공한 회사는 다름 아닌 ‘쉐퍼드멀린(SheppardMullin)’이다. 1927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된 쉐퍼드멀린은 샌프란시스코, 뉴욕, 워싱턴DC, 시카고 등 미 주요 도시 외 런던, 브뤼셀, 상하이, 베이징 등 전 세계 16개 지사를 운영하며 600명 이상의 변호사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로펌이다. ‘2012 BTI Consulting의 고객이 뽑은 로펌(미 사내변호사 대상)’, ‘2013 The Asian Lawyer의 The Asia50(아시아에 영향을 미치는 50대 로펌)’, ‘파트너변호사 43명 및 다수의 업무분야가 The Legal 500 US. 2012에서 미국 내 최고로 선정’ 등 타이틀도 여러 개다. 

미국시장에서 <포춘> 선정 1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을 고객사로 갖고 있기도 한 쉐퍼드멀린은 엔터테인먼트 분야 외 공정거래 및 지적재산권, 인수 및 파산·합병, 구조조정 등 금융 및 바이오·제약업계를 전문 분야로 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 목록엔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체이스뱅크, 마스터카드 등 금융관련 업체가 상당수이며 이외에도 야후, 오라클, 휴렛패커드, 월트디즈니, 메리어트인터내셔널, 테일러메이드, 코스트코홀세일 등 세계적 유명 기업들이 쉐퍼드멀린의 법률자문을 받고 있다.

이미 수많은 고객사를 거느리고 있는 쉐퍼드멀린이 한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배경엔 막대한 규모로 커지고 있는 한류시장과 한·미 양국에서 상대국의 현지 사정에 대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는 현재 쉐퍼드멀린을 포함, 13개 해외 로펌들이 진출해 있다. 오랫동안 한국진출을 준비해 왔던 쉐퍼드멀린 한국사무소의 김병수 대표는 “한·미 FTA로 인한 단계적 개방에 따라 2014년 3월이 되면 국내 로펌과 해외 로펌 간에 제휴로 인한 공동 수임이 가능하고 2017년 3월이 되면 전면적으로 개방돼 한국 변호사를 직접 고용할 수 있게 된다”면서 “가장 먼저 한국에 진출한 외국 로펌으로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보다 전문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트랜드포머·미션임파서블 등 쉐퍼드멀린이 법률자문
쉐퍼드멀린은 국내 로펌인 화우와 국내법의 허용 기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협업을 해나갈 예정이다. 화우의 이상훈 고문은 “국내 대형 로펌들의 경우 미국 변호사가 미국의 로펌을 중계해주는 역할을 많이 하고 있는데 화우에서는 앞으로 미국 할리우드에서 톱 자리에 있는 쉐퍼드멀린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이나 엔터테인먼트업계와 관련된 부분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양 회사의 필요가 서로 맞아 떨어진 셈”이라고 전했다.

쉐퍼드멀린은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시장에 진출한 첫 번째 외국로펌이다. 쉐퍼드멀린을 시작으로 현재 13개의 해외 로펌이 국내에 진출했다.

양 회사의 엔터테인먼트 업무는 한·미 양국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쉐퍼드멀린의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특히 할리우드에서는 톱 1~2에 꼽히고 있을 정도. 영화·음악·스포츠·패션·아트·광고를 넘나드는 분야를 두루 맡고 있는 데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할리우드 영화의 대부분은 쉐퍼드멀린에서 제작·배급·투자·마케팅 등 여러 단계에서 법률자문을 맡고 있다. 이곳에서 법률자문을 맡았던 할리우드 영화 목록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다.

화우의 문화산업팀 역시 국내 로펌 중 손꼽히는 곳으로 이병헌·전지현·김윤석·한효주·한가인·강지환 등 50~60명의 연기자와 이들이 속한 기획사들이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SBS드라마 ‘돈의 화신’을 만든 제이에스픽쳐스 역시 화우의 법률서비스를 받고 있는 상태. 여기엔 이상훈 고문의 역할이 컸다. 이 고문은 올해 처음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7번방의 선물’을 제작한 CL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그동안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이 고문은 화우가 맡는 문화산업 관련 소송에서 현장의 목소리와 경험담을 전달하고 자문하는 일을 전담하고 있다.

“대형 로펌 중 화우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강하다는 평가를 많이 듣는 게 사실입니다. 고객들과의 신뢰관계가 잘 형성돼 있기 때문에 화우 쪽에 의뢰가 집중되는 경향도 있고요. 감사하게도 최근엔 ‘7번방의 선물’이 흥행까지 되다 보니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신뢰를 많이 보내주고 있습니다.”

타국 생활을 접고 20여년 만에 가족과 함께 돌아온 김병수 대표의 한국 적응을 돕고 있는 이도 이상훈 고문이었다. 이 고문(서울대 법대)과는 서울대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원래 법학도가 아닌 경영학도였다고. 대학(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뒤 미국 텍사스주립대 경영대학원(MBA)으로 유학을 갔던 그는 이후 조지워싱턴대 로스쿨을 통해 미국 변호사가 됐다. 낯선 타지에서 인맥도 없던 그가 세 번째로 만난 로펌이 쉐퍼드멀린이었다고 한다. 2004년부터 이곳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던 중 이번에 한국사무소를 맡게 된 것.

“미국은 클라이언트들과 야구경기 등 관람”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아요. 미국하고는 정말 차이가 많이 나죠. 미국에서는 클라이언트들과 주로 농구나 야구 같은 운동경기를 보러 갑니다. 오늘 마침 LA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경기를 했는데 미국에선 그런 경기에 같이 가요. 아마 샌프란시스코 지사에 계신 분들은 오늘 클라이언트들과 그 경기 보러 갔을 거예요. 미국 내 지사가 있는 지역마다 대부분 야구팀이 있기 때문에 좋은 자리의 시즌 티켓을 삽니다. 그곳에서 저녁 식사 겸 술 한 잔 마시면서 네다섯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주말엔 거의 골프도 안 치고 무조건 가족들과 보내고요.”

김 대표는 “한국에 와서 술이 늘 수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그는 “얼마 전엔 이 고문의 소개로 연극 ‘광해’를 관람하러 간 자리에서 이병헌씨를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상훈 고문 또한 “화우에서도 쉐퍼드멀린을 통해 앞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려고 하는 한국 배우들에게 법률자문을 연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쉐퍼드멀린은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여러 대기업의 자문도 15년 넘게 맡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한화·CJ·KB국민은행·IBK기업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등이 이곳의 고객사들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국내 기업들이 현지 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이에 맞춰 준비할 수 있는 법률적인 맨파워도 부족했다”면서 “이제는 본사 및 해외 현지 법인들 안에 각 지역의 법률 문화를 이해하는 사내 변호사들 및 전문 인력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 김병수 대표는…
1966년생. 89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94년 텍사스 주립대 회계학 석사, 98년 조지워싱턴대 법학 박사. 뉴욕주·캘리포니아주·일리노이주 변호사 자격 취득. 2012년~현재 쉐퍼드멀린 한국사무소 대표.

▒ 이상훈 고문은…
1962년생. 85년 서울대 법대 졸업, 89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졸업. 2011~2012년 법무법인 에이펙스 상임고문. 2012년~현재 법무법인 화우 고문. 2007~현재 CL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2009년 한국영화등급위원회 선정 ‘올해의 좋은 영화상’ 수상.

조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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