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31일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구치소에서 집필 활동에 매진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년여간 SK그룹은 최 회장의 빈자리로 인해 그룹 차원에서 적지 않은 경영 공백의 여파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대외 활동을 하지 못했던 최 회장이 집필을 통해 그룹 안팎에 자신이 전하고픈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 아니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최태원 회장이 옥중에서 집필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지난해 1월부터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최 회장이 경제학 관련 이론 등에 대해 글로 쓰고 있으며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라는 것이 골자다. 좀더 구체적으로, 총 2권으로 구성될 책은 한국 내의 사회적 기업의 탄생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한 권으로, 또 다른 한권은 SK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알기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대학생 및 일반 독자들을 겨냥한 내용이 담길 예정이라는 이야기다.

SK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 회장께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계신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오래 전부터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또한 수감 중에도 그간 여러 관련 서적과 자료를 읽고 공부해 왔다는 것. 최태원 회장은 얼마 전 설에도 옥중에서 경영서적을 탐독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되기 전에도 최 회장은 매해 설 연휴기간에 경영관련 책을 통해 경영 구상을 점검하곤 했다.

앞서의 SK그룹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 사회공헌 활동 등에 관한 포럼에 자주 참석해 관련 업계의 전문가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었고 차곡차곡 공부를 해오셨다”며 “그동안 보고 듣고 읽은 이야기들과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 2012년 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국 우시에 있는 하이닉스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2012년 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국 우시에 있는 하이닉스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경영서적 탐독하며 시간 보내
SK는 그동안 사회적 기업 확산을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왔던 것이 사실이다. ‘사회적 기업’과 ‘인재 양성’을 골자로 하는 나눔 경영 전파에 힘쓰고 있는 SK는 일회성 기부나 이벤트보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그룹의 목표로 내세워 왔다. 또한 사회적 기업 육성에 앞장서고 있는 것에는 무엇보다 최태원 회장 본인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한다.

최태원 회장은 2012년 4월 ‘2012 사회적 기업 포럼’에 참석해 “유능한 사회적 기업가가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거나 기존 사회적 기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더불어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에게 의무적인 책임감을 요구하는 대신, 자발적 참여를 할 수 있도록 능동적인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최 회장의 생각이라고 한다.

출간될 경우 ‘경영 메시지’로 해석될 가능성
이렇듯 오래 전부터 고민해온 사회적 기업에 관해 출간을 전제로 집필한 것은 아니지만, 책으로 낼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분량의 글을 쓴 것은 사실이라는 것. SK 관계자는 “옥중에서 신앙생활과 함께 심신을 단련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책을 많이 읽고 쓰신 것인데, 단행본 형태로 낼지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이 기독교에 심취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03년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으로 7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을 당시 기독교에 귀의했다고 한다. 이번에도 신앙생활과 글쓰기로 큰 위안을 얻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이 그룹을 비운 지난 1년여의 시간 동안 그가 느낀 바와 생각이 정리되어 있는 내용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활자화된다면 이는 그룹 내에서도 최 회장의 ‘경영 메시지’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최 회장이 2012년 의욕적으로 인수한 SK하이닉스의 사업 부문에 대해 그룹 내 최 회장의 공백은 아쉬움으로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14조1650억원, 영업이익 3조38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의 수감으로 중요 결재를 직접 하지 못하고 있는 등 그룹 내에서는 적지 않은 공백을 느껴왔던 게 사실이다.

SK하이닉스 출범식에서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를 키우기 위해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기도 하다. 하이닉스는 SK에 인수된 뒤 체질개선 및 투자 확대, 업황 개선 등이 맞물리면서 ‘최태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4월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의 2013년 1분기 실적을 보고받고 크게 기뻐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동안 여러 사업 분야에서 최 회장의 ‘빈자리’를 크게 느껴왔던 SK가 최 회장의 옥중 집필을 통해 새로운 기지개를 켤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최태원 회장은 옥중에서 각종 경영 서적을 탐독하며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책으로 출간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사진은 지난해 1월31일 징역 4년을 선고받기 직전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는 모습.
- 최태원 회장은 옥중에서 각종 경영 서적을 탐독하며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책으로 출간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사진은 지난해 1월31일 징역 4년을 선고받기 직전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