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가명·15) 양은 하루 5시간 이상을 스마트폰 사용에 허비한다. 한시라도 휴대폰이 손에 없으면 불안하고 초조하다. 휴대폰이 울린 것 같은 착각도 자주 한다. 이는 스마트폰 중독자에게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3 인터넷 중독 실태 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네 명 중 한 명이 김 양과 같은 스마트폰 중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스마트폰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게 도와주는 앱이 나와 화제다. 바로 스터디헬퍼(Study Helper)다. 스터디헬퍼는 ‘이이제이’(以夷制夷·오랑캐로써 오랑캐를 견제함) 전략처럼 ‘스마트폰 중독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앱이다.
자기주도 학습을 도와주는 스터디헬퍼의 원리는 간단하다. 스마트폰 기능을 사용자가 스스로 잠그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오랜 시간 공부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준다. 먼저 앱을 켠 후 화살표를 아래로 당기면 ‘새 목표’를 추가할 수 있다. 목표 이름을 정하고 사진 추가를 누르면 그 목표에 맞는 이미지가 뜬다. 그런 다음 설정 버튼을 누르면 공부할 때 필요한 앱을 최대 여덟 개까지만 선택할 수 있다. 그 외 모든 앱은 모두 기능이 잠긴다. 불필요한 알림 메시지나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도 모두 차단할 수 있다. 하드모드를 설정하면 아예 모든 기능을 잠글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스터디헬퍼는 사용자가 지금까지 얼마나 공부했는지를 체크해주는 기능도 있다. 날짜별, 과목별 공부 시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수험생에게는 시간 관리에 도움이 된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스터디헬퍼는 수험생들 사이에 시험 기간 ‘필수 앱’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국민 공부앱’으로 자리매김했다. 출시 3개월 만에 동종 앱 1위로 발돋움하는가 하면,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 교육 카테고리 4위에 올랐다. 이는 테드(TED)나 다음사전보다도 높은 순위다.

스마트폰 중독을 스마트폰으로 해결
처음 아이디어를 낸 이들은 현재 고려대 재학생인 설태영(29·국문), 이준형(27·철학) 씨 두 사람이다. 학교 선·후배이자 룸메이트였던 두 사람은 당초 함께 대입 공부법 관련 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출판사 사정으로 결국 출간은 무산됐다.
“원고를 모두 써놓은 상태였던 터라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결심! 공부 도우미’(http://blog.naver.com/study_helper)라는 블로그였어요. 여기에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를 해야 성적이 올라가는지 그 비결을 공유했어요. 수험생들의 고민을 듣고 상담도 했습니다.”(이준형 대표)
지난해 8월 두 사람이 함께 문을 연 이 블로그는 얼마 되지 않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고대생이 운영하는 공신 비법 공유 블로그’라는 소문이 나면서 매일 수험생 수천 명이 방문한 것이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에는 한 공중파 TV 아침 방송에 출연해 수능 당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행동 요령까지 알려줄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그런데 블로그에서 수험생들과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었어요. 상당수 수험생들이 스마트폰 중독에 빠져 있었다는 겁니다. 공부할 때 집중이 안 된다는 거예요.”(이준형 대표)
결국, 두 사람은 스마트폰 중독을 차단하는 앱을 개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지인의 소개로 카이스트(KAIST) 해킹 동아리 곤(GoN)에서 활약하고 있던 유차영(22·카이스트 수리과학) 씨를 ‘삼고초려’ 끝에 합류시켰다. 그렇게 교육 프로그램 전문 기업 ‘탐생’은 탄생했다. 탐생은 ‘탐구생활’의 준말이다.
탐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기주도형 학습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두 사람은 명문대 재학생 30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도 벌였다. 이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성적을 올리는 지름길은 자기주도형 학습’이라는 것이었다. 스터디헬퍼를 수험생 스스로 공부 시간과 양을 컨트롤 할 수 있게 프로그래밍 한 것도 그 때문이다.
“기존 교육용 앱은 부모나 교사가 강제로 스마트폰 사용을 차단하는 형태였어요. 그러나 저희가 내린 결론은 스마트폰 사용을 강제로 금지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점이었습니다. 유해 요소를 자연스럽게 차단하면서, 블로그에서는 수험생들에게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가르쳐준 것이 우리 사업의 중요 포인트였던 겁니다.”(설태영 대표)
실제로 지난 3월 탐생은 서울 성북구청 자기주도학습센터를 찾아가 중학생 열 명을 대상으로 스터디헬퍼를 활용한 학습법을 지도했다. 교과 내용은 일절 가르치지 않았다. 오로지 스터디헬퍼만을 활용해 학습 시간을 측정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식으로 강좌를 진행했다. 그 결과 7월까지는 학생 열 명 중 다섯 명이 전교 10등 안에 들었다. 두 명은 전교 1등을 차지했다. 이들은 모두 스터디헬퍼 사용 전에는 성적이 중간 정도에 머문 학생들이었다.
탐생은 9월에는 그루핑(Grouping)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같은 목표를 가진 사용자들이 그룹을 이뤄, 서로 공부량을 비교해볼 수 있는 기능이다. 그룹 멤버끼리 공부법이나 족보를 교환할 수도 있다.
현재 스터디헬퍼의 충성 고객(Royal customer, 앱을 삭제하지 않고 꾸준히 사용하는 고객) 비율은 30%로, 동종 앱의 세 배 수준이다.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 평점은 5점 만점에 4.4점이다.
앞으로 탐생은 수익 모델도 구체화시킬 생각이다. B2B사업의 일환으로 강의 서비스나 공간사업과 연계하는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나아가 교육용 하드웨어를 개발해 현재 시제품을 테스트 중이다. 이 대표는 “계획대로라면 내년에는 매출액이 40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