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직원을 새로 뽑을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시해야 할까. 기업마다 채용 기준과 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나 기업이 자체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점도 분명히 있다. 신원 및 평판 조회와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대행하고 있는 ‘퍼스트 어드밴티지(First Advantage)’ 정혜련 대표를 만나 그 중요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미국 애틀랜타에 본사를 두고 있는 퍼스트 어드밴티지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수십 개의 사무소를 가지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한국 사무소는 지난 2008년 설립됐다.

“신입이든 경력 사원이든 한 사람을 잘못 채용하게 되면 회사 입장에서는 타격이 매우 큽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사전 고용 심사라는 개념이 정착됐어요. 작은 규모의 회사라도 직원을 채용할 때 저희 회사와 같은 외부의 전문 기관에 직원 신원 조회를 의뢰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국내에도 점점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퍼스트 어드밴티지의 일본 사무소에서 일하다가 한국 사무소가 설립되며 책임자로 오게 된 정 대표는 일본에서 일하던 당시 한국 시장의 잠재력이 높아질 것임을 예상했다. 한국 기업들의 외국인 채용 비중이 크게 늘고 있고, 외국에서 학위를 따고 거주하다가 들어온 한국인 근무자들도 많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세계 각지에 지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어느 국가에서 온 분이라고 해도 해당 국가에서 신용 조회 및 범죄 이력 조회 등이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 회사의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나라별 개인정보 관련 보호 기준에 맞춘 조회
“중요한 사항인데, 평판 조회 과정에서 개인 정보 보호와 관련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나 개인 정보 보호 관련법이 있고, 그 기준에 맞춰서 진행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거든요. 즉 그 나라에서 적용되는 기준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인데, 우리 회사는 국가별 조회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습니다.”

퍼스트 어드밴티지와 같은 평판 조회 전문 기업을 통해 사전에 알아볼 수 있는 ‘정보’는 상당하다. 학력 및 경력, 신용 및 파산 정보 조회는 물론 범죄 이력 및 음주 운전, 도로교통법 위반 등에 이르는 내용까지 조회가 가능하다. 조회 서비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최종적으로 한 개인에 대해 만들어지는 보고서가 적게는 3~4페이지에서 7~8페이지 정도에 이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는데요. 한번은 한 글로벌 기업에서 현직 간부로 있는 직원에 대해 조회하고 싶다고 의뢰를 하셨어요. 평판 조회 이전에 개인 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 당사자만 하게 되면 눈치를 챌 수밖에 없어서 전체 직원에게 조회 동의서를 모두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그분에 대한 조회만 했어요. 비용 문제도 있으니까요. 조회 결과 그 분은 이력서에 기재했던 대학 및 대학원 졸업이 모두 거짓이었고, 결과적으로 고졸 상태였습니다. 저희로서도 진짜 충격적이었죠. 심지어는 그 회사에 다니기 이전에 경쟁사이자 글로벌 회사인 직장을 두 군데나 다녔었는데 그 사실을 계속 숨겨왔던 겁니다. 더욱 황당했던 것은 회사에서 당사자를 불러 왜 그랬느냐고 물어보았더니 본인도 언젠가 탄로가 날 것에 대비해 이력서에 기재한 내용에 대해 변호사에게 미리 컨설팅을 받았다고 하더랍니다. 이력서상에 매우 교묘하게 써놓고, 훗날을 대비해 소송 등을 당해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았던 거예요. 하지만 학력이나 경력에 비해 업무 역량이 크게 떨어지다 보니 회사에서도 이상하게 여겨 저희 회사에 의뢰를 하셨던 거죠.”

조회를 해보면 학력이나 경력을 속이거나 부풀리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학력 조회는 졸업 증명서나 학위 등 기초적인 것만 확인해도 진위 여부를 알 수 있지만, 대다수의 회사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허위 자격증을 이력서에 기재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심지어 위조 여권 소지자가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신원 뿐 아니라 경력·인성도 검증

퍼스트 어드밴티지에서는 신원 등에 대한 조회뿐 아니라 직원의 업무나 인성에 대한 조회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주로 경력 사원의 경우에 해당되는데, 이전 직장의 상사나 동료들로부터 당사자에 대한 평판 조회를 하는 것이다. 

“지원자로부터 자신에 대한 평판을 물어볼만한 전 직장 상사 등을 추천받아 전화로 인터뷰를 합니다. 추천해준 인사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면 다른 분을 추천받습니다. 직장을 옮기면서 전 직장에 알리기를 꺼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럴 때는 사전에 지원자와 충분히 상의를 해서 인터뷰 대상자를 결정합니다. 저희가 전화로 수십 분 동안 물어보는 경우도 있어서 귀찮아하실 만도 한데 성의껏 응답해 주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비용은 조회 단계에 따라 3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다양하다. 조회 내용이 패키지로 묶여 있지만, 한 두 가지 사항에 대한 조회만 의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골드만삭스·JP모건·모건스탠리 등 금융권의 외국계 기업 대부분과 글로벌 기업 상당수가 퍼스트 어드밴티지의 클라이언트(고객사)다. 정 대표는 “아직까지는 외국계 기업이 고객사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외국계 기업이 국내 기업에 비해 직원 평판 조회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채용 이전에 미리 평판 조회를 하는 것이 만일의 사태에 대한 장기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정혜련 대표는…
1975년생. 1999년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졸. 2011년 카네기 연구소 ‘데일 카네기 최고 경영자과정’ 수료, 2013년 카이스트 창조경영 CEO과정 수료, 2003~2008년 퍼스트 어드밴티지 근무. 2008년 3월~현재 퍼스트 어드밴티지 한국 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