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가(仁山家)는 오로지 ‘명품죽염(竹鹽)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만 갖고 사업을 벌여, 오늘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견 건강식품 기업으로 성장했다. 죽염을 비롯해 유황오리 엑기스, 마른 명태 엑기스, 다슬기 진액, 쑥, 홍화씨 등은 세계 어느 시장에 내놓아도 품질 면에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그러나 인산가 제품에는 소비자들이 생각지 못한 중요한 정신이 담겨 있다. 바로 자연치유(自然治癒)라는 인산(仁山) 김일훈(金一勳·1909~1992) 선생의 의료 철학이다. 먼 나라 재료로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래서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농림축수산물(農林畜水産物)로 처방한다는 점에서 인산 선생의 의료 철학은 후대에 많은 감동을 선사한다. 인산 선생의 유지(遺志)를 이어 인산가를 경영하고 있는 김윤세 회장을 만나 인산가의 다양한 활동을 들어봤다.
김윤세 인산가 회장은 죽염만 꾸준히 섭취해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죽염은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 성분 면에서 훨씬 앞선다고 강조했다.
김윤세 인산가 회장은 죽염만 꾸준히 섭취해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죽염은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 성분 면에서 훨씬 앞선다고 강조했다.

경남 함양군 함양읍내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전북 남원 방면으로 내달리다 보면, 오른쪽으로 삼봉산(三峰山)이라는 명산(名山)이 나온다. 소백산맥의 줄기로 지리산과 인접해 있는 삼봉산은 행정구역상으로 경남 함양군과 전북 남원시와 걸쳐 있다. 주요 선각자들이 오르다 깨달음을 얻었다는 ‘오도재’도 인근에 있다. 남원 방면으로 가다가 흥부마을 전 ‘상죽림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길 안쪽으로 들어가면 마치 커다란 고찰(古刹) 입구처럼 웅장한 일주문(一柱門)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그리고 편액(扁額)에는 ‘三峰山 仁山家’(삼봉산 인산가)라고 적혀 있다. 이곳은 국내 대표적인 죽염제조기업 인산가가 운영하는 인산연수원이다.
인산가는 국내 죽염산업의 역사를 써온 선구자(先驅者) 기업이다. 대량생산을 위해 죽염을 산업화시킨 곳이 바로 인산가다. 1987년 인산가의 전신인 인산식품이 처음 대량생산에 성공시킨 죽염은 오늘날 현대인의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죽염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된 죽염생산업체는 2013년 말 현재 전국적으로 59곳에 달한다.

아홉번 고열처리 된 천일염, 죽염으로 재탄생
인산가에서 생산되는 죽염은 현(現) 김윤세 회장을 포함해 4대째 전해지고 있는 집안의 비기(秘技)다. 함경도 일대에서 유의(儒醫)로 이름을 날리던 김윤세 인산가 회장의 증조부 김면섭 선생이 대나무통에 약소금을 넣어 구운 것을 손자인 일산 김일훈 선생이 바닷소금으로 확대, 발전시킨 것이다.
평범한 바닷소금(천일염)은 인산가에 들어갔다 나오면 ‘명품(名品) 소금’으로 탈바꿈한다. 비결은 아홉 번에 걸쳐 굽는 고열처리 과정에 있다. 인산가 죽염 제조 과정을 설명하면 우선, 간수(바닷물에서 소금결정체를 분리하고 남은 물)를 뺀 천일염을 잘게 부숴 대나무통에 넣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입구를 황토로 막아 무쇠 가마에 넣고 소나무 장작으로 아홉 번에 걸쳐 고열로 구우면, 음식 맛을 내는 천일염은 어느새 사람을 살리는 약(藥)으로 바뀐다. 인산가는 섭씨 1600도의 고열(高熱)에 구워진 죽염을 잘게 용기(用器)에 집어넣는 일까지를 모두 사람 손으로 직접 한다.
김 회장은 선친인 김일훈 선생의 죽염 제조 비법(秘法)을 대중화시킨 인물이다. 인산가가 오늘날 중견 건강식품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는 김 회장의 공로가 컸다. 그래서일까. 김 회장은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죽염을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김 회장과의 인터뷰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그의 설명은 일반인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바꿔 놨다. 대표적인 것이 ‘소금은 몸에 좋기 때문에 많이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의 주장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저염(低鹽) 식사’가 열풍처럼 번지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다.

“옛말에 ‘사람 몸은 소천지(小天地)’라고 했습니다. 우리 몸의 80%가 바로 수분인데, 대부분 소금물이에요. 그래서 사람 몸에서 빠져나오는 모든 수분의 맛이 짠 겁니다. 우리 몸이 영하 50도에 있어도 얼지 않고, 반대로 영상 50도에 있어도 견디는 것은 바로 우리 몸속에 있는 소금물에 정답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장사꾼이 장사가 잘되면 뭐라고 하나요. ‘짭짤하다’고 하잖습니까. 반대로 어떤 사람이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죠.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싱거워?’라고 하지 않나요. 결국 우리말 속에 이미 소금이나 짜게 먹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담겨져 있는 겁니다.”
하지만 현대 의학에서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은 성인병의 최대 적으로 알려져 있다. 나트륨은 비만, 고혈압, 동맥경화 등 주요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김 회장은 “이온수지막으로 불순물과 중금속 등을 제거한 ‘정제염’과 옛 방식 그대로 바닷물로 만든 ‘천일염’은 성분부터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쓰이고 있는 소금은 대부분 정제염이다. 포항, 울산 등 동해안을 중심으로 중화학공업이 발달하면서 공업용수를 얻기 위해 바닷물에서 염화나트륨을 빼내기 시작했고, 이것이 오늘날 시중에 쓰이고 있는 정제염(精製鹽)이라는 것이다. 지난 2008년 3월28일 염관리법 개정으로 천일염이 식품으로 분류되기 전까지 역대 정부는 오로지 정제염만을 식품으로 인정했다. 결국 성인병을 일으키는 것은 정제염이지, 천일염(天日鹽)과 같은 천연 소금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인체에 해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건강 증진에 도움을 준다는 게 김 회장의 주장이다.

“선친(인산 김일훈 선생)께서는 ‘대한민국 천일염은 지구 전체에서 가장 훌륭한 의약품인 데 (이것이) 몸에 해롭다니 무슨 소리냐’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요사이 서울 강남 부유층 사이 프랑스 게랑드 소금(Gros Sel)이 인기인데, 이게 바로 천일염이에요. 그런데 오히려 미네랄 등 몸에 좋은 성분 함유량은 우리 천일염이 훨씬 높아요. 그런데 우리 죽염은 이런 천일염을 여러 차례 더 가공한 것이니, 얼마나 더 좋겠습니까. 고온의 가공과정에서 불순물은 모두 없어지죠. 요사이 정부가 한식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는 데, 정작 소금과 같은 기초식품은 수입산이 우리 식탁을 점령해가고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우리 기초식품 재료 중에서 세계화된 사례가 있나요. 그런 면에서 저는 우리 죽염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프랑스 게랑드 소금의 성공을 보세요.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1. 김윤세 회장은 60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암벽 등반, 트레킹 등으로 건강을 관리한다.2. 김윤세 회장(왼쪽)에게 인산의학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고(故) 인산 김일훈 선생.
1. 김윤세 회장은 60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암벽 등반, 트레킹 등으로 건강을 관리한다.
2. 김윤세 회장(왼쪽)에게 인산의학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고(故) 인산 김일훈 선생.

“정제염과 죽염은 성분이 하늘과 땅 차이”
김 회장에게 있어 인산 선생은 선친이기에 앞서, 존경하는 의료인이자 선각자다. 그가 <불교신문> 기자로 활동한 것이나, 선친의 구술(口述)을 정리해 <신약(神藥)>과 <신약본초(神藥本草)>를 펴낸 것도 세상을 구하는 인술(仁術)을 펼치려 했던 인산 선생의 정신을 잇기 위해서였다.
“지난 1992년 돌아가신 아버님은 살아생전 정말 대단한 분이셨습니다. 한 번은 ‘세상이 2000년대 접어들면 길을 가다가 쓰러져 죽고 자다가 피를 토하고 죽는 무명 괴질(怪疾)이 창궐할 것’이라고 예견하신 적이 있었어요. 지금 보세요.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지만, 한 해 돌연사(突然死)로 죽는 사람이 상당하지 않습니까. 늘 상신병(常神病)을 걱정하셨던 것도 생각이 나네요. ‘훗날 사람들은 마치 뭔가에 홀려 혼이 다른 데 빠진 것 같은 병에 걸릴 것’이라고 내다보셨는데, 지금 현대인의 정신 질환 중 하나인 매스미디어 중독이 바로 상신병이 아닌가 싶네요. 스마트폰 중독에 빠져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심각한 문제예요.”

인산 선생의 독창적인 의술에 바탕을 둔 인산의학은 자연치유(自然治癒), 자가치유(自家治癒)가 핵심 요소다. 인위적인 처방 없이 우리 몸 스스로가 내성을 키워 질병을 물리치도록 하는 항상성(恒常性) 향상에 주안점을 둔다. 그러면서 약재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사용한다. 인산 선생이 죽염을 강조한 것도 천일염 자체가 바닷물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서다. 죽염 외에 인산 선생이 살아생전 강조했던 신약은 유황오리, 마른명태, 다슬기, 홍화씨, 마늘, 무엿 등 다양하다. 하나같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치료법이 매우 독창적이라는 특징도 갖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인산의학은 약식동원(藥食同源·‘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뜻)과 맥이 닿아 있다.
가령 인산 선생은 독사에게 물려 독이 사람 몸 안에 퍼지게 되면 마른 명태를 고아먹을 것을 강조했다. 또 ‘민물고둥’이라고 불리는 다슬기는 간을 해독하는 데 최고의 명약이다. 간암 치료에도 특효가 있다는 게 인산가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인산 선생은 생전에 마늘을 구워 죽염에 찍어 먹는 것도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버님의 신약 실험을 돕기 위해 남한산성에서 서울 수유리까지 버스를 서너 번씩 갈아타며 비린내 나는 독사를 비닐봉지에 넣어 가져다 드린 건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됐지만, 그때는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선친께서 개발하신 오핵단은 이렇게 생겨난 거죠. 지금 와서 보면 아버님께서는 병도, 의료인도, 약도, 처방도 필요 없는 세상을 꿈꿨다고 봅니다. 결국 인산의학의 핵심을 한 단어로 설명하면 ‘무위’(無爲)인 겁니다.”
현재 김 회장은 매월 경남 함양군 인산연수원에서 열리는 힐링캠프를 비롯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인산의학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광주대 대체의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소문을 듣고 죽염 효능과 인산의학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강연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인산가는 지난 10월15~16일에는 우루과이,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10여 개국의 주한 외교사절들을 초청해 인산연수원에서 다채로운 죽염 체험 행사를 가졌다. 

프랑스 소금보다 미네랄 성분 함유 많아
최근 국내외 의학계에서는 죽염의 효능에 대한 임상 실험이 한창이다. 대표적으로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 연구팀은 최근 세계 최초로 죽염이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시켜 암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지난 10월12일 전라남도가 주최한 ‘2014년 소금박람회’에서 발표한 데이비드 멕커렌 교수의 주장도 우리 정부의 저염식(食) 정책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날 열린 심포지엄 기조 발표에서 멕커렌 교수는 “소금의 하루 적정 섭취량은 7.1〜13.9g”이라며 “최근에 나온 여러 결과를 보면 적정량 이하를 섭취할 경우 오히려 심혈관 질환과 사망률이 증가하고 다른 여러 가지 건강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멕캐렌 교수는 미국 내과협회 회원이자 미국 고혈압 협회 창립 멤버다.
이러한 국내외 연구에 대해 김 회장은 “소금을 많이 먹으면 건강이 나빠진다는 잘못된 생각이 바르게 바뀌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면서 “천일염이나 죽염과 같은 미네랄이 풍부한 소금은 맛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김치 등 발효식품에 첨가되면 발효 과정에서 건강에 좋은 성분들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탁자를 둘러보니 죽염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곱게 빻은 죽염가루부터 그보다는 약간 큰 고체 형태의 죽염까지 다양하다. 실제로 김 회장의 건강관리 비결은 암벽 등반, 트래킹과 더불어 꾸준한 죽염 섭취다. 인터뷰 때 내온 커피 맛이 독특했다. 첫맛에서 커피 원두 특유의 고소함이 느껴진다면 뒤로 갈수록 커피 맛을 잡아주는 짭짤함이 커졌다. 지금까지 수많은 커피를 마셔봤지만 이토록 특이한 커피 맛은 처음 경험했다.
“어때요. 커피 맛 괜찮죠. 커피에다 죽염을 약간 타니 이런 맛이 나오네요. 우리 인산가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간혹 내드리는데 꽤 반응이 좋아요. 죽염이 쓰이는 데가 이렇게 많습니다. 이런, 귀한 손님 오셨다고 이렇게 죽염을 많이 쓰다니…. 몸에 좋은 거 많이 드시라는 걸로 생각하세요.(웃음)”  



▒ 김윤세 회장은…
1955년 충남 논산 생, 81년 <불교신문> 기자, 87년 인산식품(인산가 전신) 설립, 92년~현재 인산가 대표이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