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에게도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직원들에게도 계속 물어봐야 하고요. 틀에 갇혀 있어선 지속적으로 혁신할 수 없어요.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어요. 어느 하나에 만족해선 안 됩니다.”

곽수근(63)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좋은 경영자는 더 나은 방법이 뭔가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라며 “그러다 보면 주변에서 돕기도 하고 스스로 깨닫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제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망한다는 얘기다.

곽 교수는 한국경영학회장, 서울대 경영대학장, 한국중소기업학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경제·경영 관련 포럼이나 세미나에서 가장 강연을 많이 하는 경영학자 중 한 명이다. 국내 최고의 중소기업 전문가로 통하는 그를 만난 것은 요즘과 같이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대, 어떻게 해야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해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얼마나 높은 곳에서 보느냐에 따라 미래 달라져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아니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시대다. 경영자는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한다. 경영자가 문제의 핵심을 얼마나 높은 곳에서 보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

“세계적인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에 납품을 해 성공했던 중소기업은 결국 노키아가 무너지면서 같이 망했어요. 누가 노키아가 망할 줄 알았겠어요. 경영자의 머릿속과 막상 부딪히는 현실은 너무나 달라요.”

경영자가 많이 안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다. 아는 것의 상당 부분은 주입된 것이다. 이미 검증된 방법은 낡은 것일 수 있다. 무식(無識)이 오히려 뛰어난 통찰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천재는 훌륭한 경영자가 되기 어렵다. 직원들이 모두 자신과 같은 줄 알거나 아니면 혼자서 모든 일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는 천재 경영자에게 “하루 3시간만 일하고 혼자서 놀아라”라고 충고한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일은 어렵고 그 과정은 고통스럽다. 그것은 끊임없는 탐구와 절박한 고민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남들이 하던 대로 좇아하면 성공하는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어요. 지금은 무한경쟁시대입니다. 남들 하던 만큼 했다간 당하기 십상입니다. 생각하고 일하는 방법을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명예퇴직을 한 후 그 퇴직금으로 동네에서 빵집을 하면 성공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네 구멍가게도 젊은 사람이 창의적으로 운영해야 성공할 수 있다.

요즘과 같이 변화하는 시대에는 경영자가 곧 경쟁력이다. 곽 교수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쓸 만한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교육을 통해 쓸 만한 사람을 만들고, 그렇게 키운 유능한 직원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경영자의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을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하고, 하기 싫은 일을 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경영은 ‘일하기 싫어하는 인간들 일 시키기’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항상 기계적으로 움직입니다. 남들 하던 대로, 남들 하는 만큼 하는 식이죠. 예전에는 경영자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해선 살아남기도 어려워요. 부하직원들이 머리를 싸매고 일해야 성공할 수 있어요. 월급만 많이 준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줘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회사 일에 흥이 나야 한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배를 만들게 하기 위해서는 나무를 자르고 대패질, 못질을 가르치는 것과 함께 바다를 동경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텍쥐페리의 말을 인용했다.

그가 지금까지 지켜본 기업 중에 망하지 않은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창업한 경우였다. 시장이 넓고 의존도가 낮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또 다른 공통점은 ‘틀을 깨고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갔다’는 점이다. 쉽고 편한 길을 제쳐두고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간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기업이 사회변화 선도해야
그동안 한국 사회는 너무나 빨리 외형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해외 학계에선 한국 기업이 단기간에 어떻게 빨리 성장했는지 궁금해 한다. 한국식 경영, 이른바 K-매니지먼트가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곽 교수는 “한국기업 특유의 ‘빨리빨리’, ‘오너를 중심으로 한 일사불란한 리더십’ 등이 성공요인이었다”며 “하지만 이러한 한국기업의 성공 DNA가 10년 뒤에도 먹힐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연결고리를 찾는 게 급선무다.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이 스피드경영, 차별화경영에서 생태계경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북돋아줘야 하고 협력을 해야 더 단단해질 수 있다.

“한국 기업의 경영자에게 왜 사업하느냐고 물어보면 답을 못합니다. 돈 벌기 위해서라는 말도 못해요. 돈을 벌면 행복해지나요. 우리 경영자들은 더 근본적인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합니다.”

이제는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이어선 안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대기업부터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들이 주주의 가치를 중요시하다보니 직원과 고객, 협력업체에 대한 가치를 너무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기업이 사회변화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룰, 원칙을 잘 지켜야 합니다.  파울플레이를 하는 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합니다. 그런 사회도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없어요.”

장시형 기자 / 사진 : 양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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