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25일 규모 7.8의 대지진이 네팔을 강타했다. 이로 인해 7200여명의 사망자, 1만4000명의 부상자, 81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제가 머물고 있는 이 작은 마을에서만 수백 채의 집이 무너져 내리고 24명이 사망했습니다. 살아남은 이들은 신체를 다치지 않았더라도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클랙슨 소리만 들어도 깜짝 놀라며 두려워하는 모습들입니다.”

국내 외국인노동자운동의 대부(代父) 김해성(54·지구촌사랑나눔 이사장) 목사가 13명의 자원봉사단을 이끌고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공항에 도착한 것은 지난 5월4일. 지난 4월25일 규모 7.8의 대지진이 네팔을 강타한 지 딱 열흘 만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린 그의 눈앞엔 사람 살던 곳이라고 겨우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흙더미 도시가 있었다. 네팔 정부에 따르면, 7200여 명의 사망자, 1만4000명의 부상자, 810만 명에 달하는 이재민을 발생시킨 이번 지진으로 네팔 전역에서 주택 20만 채가 완전히 무너지고, 19만 채가 부분적으로 부서진 것으로 집계됐다.

김 목사 일행은 카트만두 시 인근의 작은 마을 ‘하리싯디’로 향했다. 이곳에서 고아원을 운영 중이었던 한국인 선교사 부부에게 당분간 신세를 지기로 하고 곧바로 지진 피해 지원 업무에 투입됐다. 지난 5월7일(한국 시간) 밤 김해성 목사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카트만두 인근에서 배식 봉사를 위해 차량을 타고 이동 중이라는 그와 보이스톡으로 2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처참한 네팔 거리…도로 막혀 의료진 접근 어려운 곳도
“이곳 네팔에선 팔, 다리, 머리 등을 다쳐 붕대로 감고 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힘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무너져 내린 건물과 도로들은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입니다. 도로가 아예 없어지거나 무너져 내린 건물 파편들로 인해 대부분의 골목길들은 막혀서 진입이 어렵고요. 저 건물 잔해 너머에 누가 더 묻혀 있는지, 산사태가 일어난 지역에 얼마나 더 많은 인명피해가 있을지 가늠조차 어려운 지경입니다. 길을 가다 보면, 집들은 대부분 파손돼 겨우 대나무 막대기가 지탱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지진이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등 인구 밀집 지역에 발생해 사상자가 많고 피해가 큰 상황입니다.”

김 목사가 전하는 네팔의 상황은 처참했다. 지진이 발생한 지 열흘을 훌쩍 넘겼지만 사람 및 차량의 접근 자체가 어려운 지역이 많아 아직 그 피해규모가 완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여진(餘震)의 공포 때문에 거주민들이 반파된 집에 못 들어갔는데 이제 지진이 발생한 지 약 열흘 정도 흐르지 않았습니까? 계속된 노숙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하나 둘 자기 집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데요. 여진으로 인해 집이 무너져 내려 추가 인명피해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네팔에선 지금도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5월12일엔 규모 7.3의 지진이 또 한번 일어났다. 지난 4월27일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발생한 강진이었다. 봉사단의 안부를 묻는 필자에게 두 번째 지진 발생 이튿날인 5월13일 오전 10시(한국시간)쯤 김 목사가 답변을 보내왔다.

“어제 1시경 큰 지진이 지나가고 밤에 여진이 또 2차례 있었습니다. 저희들도 숙소 밖 마당에 자리를 깔고 잠을 청했습니다.”


- 이번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건물 파편들이 골목길을 가득 메웠다. 대부분의 집들이 붕괴되면서 수많은 네팔 국민들이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다.
- 이주민·중국동포 등을 돕는 구호단체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가운데 사진 오른쪽 끝)가 지난 5월4일 13명의 자원봉사단과 함께 네팔을 찾아 지진 피해 복구를 돕고 있다.

임시 거처 요구하는 주민-정부 대립 팽팽
지진 참사 이후 지원이 가장 시급한 부분은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다. 지진으로 대부분의 집들이 붕괴되면서 수많은 네팔 주민들이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다. 피난민들은 급한 대로 학교 시설에 임시 둥지를 틀었다. 벽돌·콘크리트로 지어진 학교 건물은 피해가 그나마 적어 빗방울과 차가운 밤공기로부터 사람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네팔 정부는 카트만두 지역에 15일간 휴교령을 내렸고 집을 잃은 네팔 주민들은 교실의 책걸상을 모두 학교 건물 밖으로 빼내 이곳을 임시피난처로 사용하고 있다. 15일 이후 학교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정부와 대안마련을 요구하는 피난민 사이에 대립이 팽팽하다.

위생문제도 만만치 않다. 화장실이 부족하기 때문에 덜 파괴된 몇몇 집을 공중화장실처럼 사용하고 있다. 지진으로 죽은 동물들의 사체가 거리와 무너진 가옥 내에 방치돼 썩어 가고 있다고 한다. 김 목사는 “동물 사체 썩은 냄새 문제가 심각하다”며 “사람들이 자기 집에 들어갔다가도 이를 견디지 못하고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25℃ 안팎에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도 이재민들의 어려움에 한몫 하고 있다.

그러나 잔해를 제거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목사에 따르면 “포클레인 같은 장비 자체도 부족하지만 포클레인도 손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골목길이 땅 속으로 사라져 진입로 자체가 막혀있기 때문이다.

“카트만두 인근 대도시 주변은 길이라도 뚫렸지 작은 마을엔 길 복구도 안 돼 있습니다. 길이 없으니까 의료진이나 식량구호팀도 못 가는 경우가 많죠. 히말라야 산지 쪽은 더 문제가 큽니다. 중국 정부의 박해를 피해 네팔 변두리 지역으로 와서 살고 있는 티베트인들도 많다는데, 일종의 망명인 신세인 이들은 피해규모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상자가 나오게 될 지…”

유네스코 등재 세계문화유산 와르르
이번 지진으로 네팔의 문화유산들도 사라졌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카트만두 더르바르 광장이었다. 200단의 계단으로 알려진 9층 다라하라 탑은 주춧돌만 남았다. 카트만두 서쪽 고르카의 명소 마나카마나 사원도 붕괴됐다. 그밖에도 판츠탈레 사원, 바산타푸르 두바르 9층 사원, 다사 아브타르 사원 등 많은 오래된 사원들이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다.

유네스코 네팔 사무소의 크리스찬 만 하트 대표는 지진이 발생한 직후 AFP에 “카트만두 파탄 박타푸르 각각에 있는 더르바르 광장에 막대한 피해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러 사원이 붕괴했고 파탄은 사원 2곳이 파괴됐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은 카트만두 더르바르 광장”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콘크리트나 벽돌로 지은 집은 그나마 덜 무너졌는데 모르타르 대신 흙을 사용한 고대방식으로 지은 건축물들의 피해가 컸다”며 “남아 있는 벽도 잔해 제거를 위해 곡괭이를 갖다 대면 와르르 넘어가버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래도 희망의 싹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네팔인들은 자신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린 대재앙 앞에서도 마냥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입니다. 재산을 잃은 것에 좌절하지 않고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웃어가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 인생에 통달한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에 네팔로 자원봉사를 떠난 김 목사 일행은 앞으로 최소 두 달간 배고픈 주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의료진들은 부상자들을 치료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김 목사 일행은 잔해를 치우고 복구하는 기본적인 피해 복구 지원 작업을 포함해 현지에 긴급 급식소를 설치하고 급식활동을 하면서 의료지원단을 구성하는 등 피해 지역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배식 활동은 한국에서 보내온 후원금으로 현지에서 음식을 사서 하는 방식으로 한다. 김 목사는 “내일부턴 네팔 정부에서 운영하던 2000~3000명 규모의 무료 급식소를 인계받아 배식 봉사를 본격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계좌 : 국민은행 813001-04-035368(예금주: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
※후원문의 : 02-849-1188
※네팔현지자원봉사 지원신청 : 02-849-9988

“최소 두 달 간 자원봉사 이어갈 것”
김 목사는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을 통해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교육 및 이주노동자 정착 지원 운동을 꾸준히 해왔으며 최근 국제재난구호활동가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2005년엔 스리랑카 쓰나미 지역에, 2006년엔 파키스탄 대지진 지역에 나가 의료지원 등을 했으며 지난해 필리핀 타클로반 태풍피해 지역에서는 두 달 동안 매일 5000명분의 식사를 제공했다. 김 목사의 네팔 재해복구 봉사 활동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이주민선교협의회’와 ‘따뜻한 하루(대표 김광일)’가 함께 수행한다.

“피해상황에 비해 구호의 손길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우리나라에도 2만7000명에 달하는 네팔 외국인노동자들이 있고 이곳 네팔에도 600여명의 한국 교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번에 저와 함께 이곳으로 자원봉사를 온 한국 자원봉사자 중엔 한국인으로 귀화한 네팔사람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지구촌 한가족시대입니다. 하나의 마음으로 네팔에 따뜻한 기도를 모아주시길 바랍니다.”

 

※ 김경민 기자
1986년생. 2010년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주간조선>에 입사해 2014년까지 취재기자로 활동했다. 탈북자 문제 전문기자로서 <주간조선>에 탈북자 인터뷰 기사를 연재했고, 다방면의 문화계 인사 인터뷰를 담당했다.

김경민 기자 / 사진 :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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