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시작해 올해 15년째를 맞이한 SBS ‘TV동물농장’은 지난 2월 무려 700회를 맞은 대표적 장수프로다. PD와 AD가 한 팀이 된 8~9개의 팀이 현장을 누비고, 막내부터 메인작가까지 작가 수만 12명에 달할 만큼 공이 많이 들어가는 ‘합작품’이기도 하다. 이 팀을 총지휘하고 있는 이덕건 총괄PD를 만나 기자와 같은 열혈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다양한 제작 뒷얘기를 들어봤다.

2008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이덕건 PD는 중간에 연수 다녀온 기간을 빼면 5년여 동안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그것이 알고 싶다’, ‘모닝와이드’, ‘궁금한 이야기 Y’ 등 SBS의 교양프로그램을 두루 거친 뒤 ‘TV동물농장’으로 오게 된 그는 “사실은 동물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고 웃으며 ‘고백’했다.

“동물프로에 큰 관심도 없었고 동물을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이 프로그램을 맡게 됐었어요. 동물프로가 타 방송사에도 있었는데 소재가 고갈되다보니, 시청률이 많이 떨어지면서 방송이 폐지되던 상황이었거든요. 동물농장도 그때가 위기였습니다. 우연찮게 이 프로그램을 맡게 되면서 고민이 많았죠. 단순히 귀여운 동물을 보여주기보다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동물들의 스토리를 장기적으로 관찰하면서 보여주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동물농장도 차츰 시청률 회복이 됐죠. 모정이나 형제애, 자신을 버린 주인을 끝까지 기다리는 충성심 등을 보여주는 동물들을 통해 반성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동물들의 삶에서 그들의 스토리를 이끌어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고, 몇 배의 고생을 해야 하는 이유다.

“동물들은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절대 기존에 보여줬던 행동을 하지 않거든요. 우리는 그들이 충분히 적응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하고, 원래 했던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합니다. 사람이 빠져야 할 땐 관찰카메라를 쓰는데, 보통 서너 대씩 가져가 설치해 둡니다.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때가 많아서 정말 끊임없는 인내가 필요하죠. 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할 때도 많고 10여개의 아이템을 계속 확인만 하러 다니다가 한 주를 보내는 경우도 있고요.(웃음)”

동물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는 것도 필수적인 부분이다. 억지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면 시청자들이 더 빨리 알아채기 때문이다. 간혹 동물프로가 연출, 조작 논란에 시달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덕건 PD는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을 인위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끌고 가면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갖게 된다. 그림(촬영 화면)이 먼저 앞서가면서 그것을 받쳐줄 수 있는 글과 구성이 들어가야 신뢰와 공감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프로그램 시작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함께 해온 신동엽씨(왼쪽에서 두 번째)는 ‘동물농장 아저씨’라는 별명을 가장 좋아한다.

현장에서 숙식 해결하는 경우 많아
동물 구조현장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이는 거의 시청자 제보를 통해 이뤄진다. 동물농장 팀에는 하루에도 수십 통의 구조요청 전화가 걸려온다. 현실적으로 이를 모두 ‘응대’할 수 없으니 제작진도 발을 동동거릴 때가 많다. 이럴 땐 동물구조단체 등 시민단체들에게 연결해주기도 한다. 이 PD는 “방송 분량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더디게 구조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꼭 설명을 드리고 싶다”며 말을 이었다.

“동물이 위험에 처해 있는 현장을 확인하면 그 상황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전문가 분들에게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지 자문을 구하고,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정보를 주고받는 동안 촬영을 하면서 대기하는 것이죠. 시청자분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빨리 왜 구해주지 않고 촬영만 하고 있느냐고 오해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섣부르게 구조를 시도했다가 오히려 구조가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서 최대한 효과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구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수의사분들이 급한 상황이 되면 본인의 일도 제쳐두고 현장으로 와주시곤 합니다.”

지난 15년 동안 수많은 동물 주인공들이 화제를 모았었다. 평소 보기 힘든 다양한 동물들도 등장했다. 사람만큼 ‘사연 많은’ 동물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의 삶은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말을 하지 못할 뿐, 동물들도 우리가 느끼는 사랑과 그리움, 아픔과 괴로움을 더 솔직하게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이덕건 PD의 뇌리에 남아 있는 동물 출연자가 궁금했다.

“주인에게서 버림받고 거식증(拒食症)에 걸린 ‘준팔이’라는 고양이가 기억에 남습니다. 동물이 음식을 거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이잖아요. 몰골이 말이 아닐 정도로 말라가는데도 음식을 먹지 않았어요. 그때 배다해씨 도움을 받았는데 나중에 입양까지 해서 지금 키우고 계세요. 처음에는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다가 차츰 마음을 열고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우리가 동물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고 너무나 단순하게만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까지 사람의 정을 고파하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죠.”

2009년 추석특집으로 방송됐던 ‘하이디의 위대한 교감’ 편도 큰 반향을 불렀다. 동물들의 마음을 읽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하이디가 출연해 이상행동을 보이거나 마음을 닫은 동물들의 마음을 읽어내고 기적처럼 그들을 변화시켰다. 2년 동안 옥상 아래로 절대 내려오지 않았던 삽살개 하늘이, 4년째 엄마를 향해 공격을 계속했던 고양이 미오 등 아픔과 오해가 있던 동물들이 하이디를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마음을 열었다. 첫 방송 때부터 15년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신동엽도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으로 꼽은 바 있다. 이 PD는 “하이디를 한 번 더 방송에 섭외하려고 했는데, 방송 이후 일본 회사에 이미 전속계약을 한 상태라 성사되지 못했었다”며 후일담을 전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種)인 천재견 ‘호야’도 동물농장 시청자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것. 천재견 테스트에서 60점 만점에 58점을 받을 만큼 대단한 지능을 가진 호야는 지난해 6월 방송을 탄 이후로 스타가 됐다. 호야는 주인아저씨가 목이 마르면 냉장고를 열어 음료수를 가져오고, 배가 고프다고 말하면 과자나 빵을 가져다준다.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척척 해내는 호야는 700회 특집 방송에서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하기도 했다. 7개월 만에 만난 호야는 새로 가족이 된 동생 강아지 호돌이가 바닥에 눈 소변을 걸레로 닦는 등 믿기 어려울 정도의 영특함을 보였다.

“호야의 주인아저씨에게서 직접 전화가 왔었는데, 원하는 걸 호야가 다 가져다 준다는 거예요. 당연히 처음엔 안 믿었죠. 관찰카메라로 촬영해보니 장 보러 갈 때는 장바구니를 들고 오고, 커피 물도 끓이고, 어떤 상황을 말하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하는 거예요. 호야 견주(犬主)는 정말 호야만 생각하고 있어요. 호야랑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 교감을 나누고 관심을 가져 주시더라구요. 정말 개가 이렇게까지 똑똑해질 수 있구나, 동물에게도 환경이 이렇게 중요한 거라는 걸 많이 느꼈죠. 호야는 지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것은 견주 분의 관심과 환경입니다. 이런 부분이 호야와 같은 천재견을 만든 것이라 생각합니다.”

동물행동교정가인 ‘이웅종 소장님’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애견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웅종 소장(이삭 애견훈련소 대표·천안연암대학 전임교수)은 방송을 통해 다양한 ‘문제견’들의 행동을 바꿔줬다. 방송에서 한동안 볼 수 없어 궁금했는데 워낙 스케줄이 많아져 섭외가 어렵기 때문이란다. 요즘 출연 중인 이찬종 소장은 역시 동물행동교정 전문가로 활동하는, 이웅종 소장의 친동생이다.

‘TV동물농장’에는 오랜 동안 함께하고 있는 스태프들이 적지 않다. 무려 10년 가까이 몸담고 있는 이도 있을 정도다. MC를 맡고 있는 신동엽씨도 프로그램 시작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함께 했다. “‘동물농장 아저씨’로 불리는 신동엽씨도 ‘동물농장’은 끝까지 하겠다고 할 만큼 애착이 큽니다. 우리가 1년에 한번 정도 MT를 가고 도중에 스태프들이 바뀌거나 할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신동엽씨가 적극적으로 회식을 주도하고 스태프들하고 잘 어울리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최근엔 야생동물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등장한다. 한국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야생동물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자는 취지에서다. 이 PD는 “고라니, 까치, 멧돼지 등 사람의 기준으로 해가 된다고 ‘유해조수(有害鳥獸)’라고 부르면서 보호하지 않는 동물이 있다. 하지만 모두 생명인데 그 기준을 사람이 정해놓고, 포획하면 돈을 주는 행위 같은 것은 생각을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근 동물복지에 관한 적극적인 법안 개정 등을 위해 여야 의원 39명과 시민단체, 언론계 등이 힘을 모아 지난 7월6일 국회에서 ‘동물복지국회포럼’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덕건 PD 역시 포럼에 뜻을 함께 했다. 동물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로서 그는 책임감이 큰 듯했다.  “동물농장을 보면서 동물을 키우기 시작했다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우리 프로그램이 반려견을 많이 양산해낸 거죠. 하지만 그만큼 유기견들에 대한 책임감도 큽니다. 동물은 그저 예쁘다는 생각에 섣부르게 키우면 안 됩니다.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고,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한 일입니다. 실은 제 딸도 오래 전부터 강아지를 키우자고 조르고 있지만 저나 집사람이나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섣부르게 결정하기가 힘들어 못 키우고 있거든요. 많은 동물들의 사연을 접하니 오히려 엄두가 안 나더라구요.(웃음)”

조성아 기자 / 사진 : 백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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