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로마제국과 바이킹 관찰하고 싶어”
⊙ “정치에서 배운 것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사람을 규합하는 기술”


-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신작 〈터미네이터:제니시스〉.

자신을 슈퍼스타로 만들어준 〈터미네이터〉의 제5편 〈터미네이터:제니시스〉에서 나이 먹은 터미네이터로 나오는 아널드 슈워제네거(68)와의 인터뷰가 6월 26일 비벌리힐스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있었다.
  
거구의 슈워제네거는 악센트가 있는 굵은 음성으로 큰 제스처를 써가며 사생활에 대해서까지 거침없이 대답했는데 시종일관 농담과 함께 위트와 유머를 구사했다. 인터뷰를 즐기는 것 같았다. 허연 이를 드러내고 “허 허 허”하고 웃으면서 장난하듯이 굴었지만 대답은 정치가 출신답게 달변이었다.
  
요즘 운동선수들의 체력관리자인 헤더 밀리간(39)을 새 애인으로 만나서 그런지 슈워제네거는 아주 행복해 보였는데 대답에서도 “나는 운이 좋고 행복하며 모든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 드린다”고 두세 차례 강조했다. 모처럼 재미있고 즐거운 인터뷰였다.
  
—영화에서처럼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느 시간대로 가고 싶은가요. 당신이 무엇이든지 고칠 능력을 지녔다면 고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인류 역사의 시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피라미드 건설도 보고 로마제국과 바이킹도 관찰하며 또 미국의 건설을 역사적 관점에서 구경한다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일 것입니다. 무엇이든지 고칠 능력이 있다면 전쟁과 에이즈, 암, 에볼라 등에 의한 죽음과 같은 비정상적 죽음을 없애고 싶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자연사하도록 말입니다.”
  
—영화에서 나쁜 터미네이터 T-1000으로 나오는 한국의 슈퍼스타 이병헌을 한 손으로 죽였는데 한국에서 그를 만나면 뭐라고 말할 것입니까. 그리고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 느낀 인상이 어땠습니까.
  
“이병헌을 만나면 ‘내가 다시 돌아온다고 그랬잖아’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는 〈터미네이터〉 영화의 아주 멋있는 새 식구입니다. 역을 매우 훌륭하게 해냈는데 그의 정확성과 속도감을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따라서 한국 여행을 학수고대하고 있지요. 나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을 포함해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 무역 업무차 한국을 방문, 당시 대통령과 도지사들도 만났지요. 그래서 한국에서의 이 영화 선전과 함께 서울을 다시 보는 것을 매우 기대합니다(7월 초 실제 한국을 방문했다-편집자주). 왜냐하면 나는 한국 사람들을 매우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발전으로 터질 것만 같은 나라입니다. 사람들은 중국이 빠르게 발전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서울을 차로 돌아보면서 한국 사람들이 해낸 사회기반 구조를 보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곳에서도 그런 구조를 보고 싶습니다. 그것은 정말로 거대한 안목이며 그 능력은 대단하다고 해야 옳겠지요.”
  
—한국에서 술 많이 마셨습니까.
  
“물을 말하나요? 난 물 많이 마십니다.”
  
—당신의 삶을 바꿔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지요.
  
“내 삶은 굴곡도 많았고 또 실패와 잘못도 많았지만 난 내 삶이 복 받고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바꿀 생각이 없지요. 내 인생은 축복을 받았고 난 행복해요. 그 누구의 것과도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난 늘 하느님과 미국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 기회의 나라에 온 것은 내 인생의 기본적이고 중요한 한 부분이지요.”


-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이던 2010년 9월 방한해 KTX를 탑승해 보는 등 한국의 인프라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정치든 할리우드든 사람에 의존해야 한다는 공통점”

—정치인으로서 한 자랑스런 일이 무엇인지요.
  
“난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도 생각하지만 남을 위해 무슨 좋은 일을 할 것인가를 늘 생각합니다. 그렇게 자랐지요. 난 주지사 시절 자랑스러운 일을 많이 했습니다. 배우 노릇 그만하고 공익을 위한 일을 하자고 생각했지요. 우선 환경보호를 위한 강력한 법규를 마련했습니다. 녹화와 에너지 재생산을 위한 것으로 그 방면에 대해선 세계적으로 모범이 될 만한 업적입니다. 그리고 줄기세포법도 통과시켰고 캘리포니아를 위한 사회기반 구조 작업도 했고요. 또 정치개혁과 함께 선거구도 재조정했습니다. 난 정치에 지금도 관심이 많아요. 내년이 대통령 선거라 지금 너도나도 후보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데 내가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나도 뛰어들어 캘리포니아 지사 후보 출마 때처럼 대중을 사로잡을 자신이 있습니다.”
  
—요즘 가족 관계는 어떤지요.
  
“우리 가족 관계에 매우 만족합니다. 거기엔 마리아(전처 마리아 슈라이버)의 공이 큽니다. 우린 상호 이견도 있었고 또 난 큰 실수도 저질렀지만 아이들 키우는 면에서는 합심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무슨 때가 되면 모두 서로 방문을 하고 함께 즐깁니다. 아이들은 아주 잘 자라고 있지요.”
  
—과거의 잘못에서 배운 것은 무엇인지요.
  
“쓰러졌다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한두 번은 쓰러지게 마련이지요. 그러나 강자는 일어나고 약자는 그대로 주저앉아 있게 마련입니다.”
  
—막강한 주지사직에서 배우로 돌아온 기분이 어떤지요.
  
“공직에서 떠났다고 해서 힘을 잃은 것은 아닙니다. 난 아직도 환경문제와 정치개혁, 그리고 신체단련 및 줄기세포 연구 등 내가 주지사 시절 한 일에 대해 계속 관여하고 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은 전 세계적인 것으로 난 하루 24시간 중 단지 6시간만 자고 나머지 18시간은 이런 일들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배우가 됐다고 해서 옛일들을 버린 것이 아니지요.”
  
—새 애인에 대해 말해 주세요.
  
“그녀는 훌륭한 여자로 아주 좋습니다.”
  
—정치와 할리우드를 비교할 수 있는지요.
  
“없습니다. 단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사람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과 기술은 일취월장하고 있는데 당신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난 기술 발전에 전적으로 찬성입니다. 그것은 에너지 자원 개발과 의료문제 등 모든 면에서 좋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 영화처럼 기계가 자의식을 갖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지옥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기술을 남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 관여할 것입니까. 힐러리가 대통령이 될 것으로 봅니까.
  
“아직 일러 내가 어떻게 개입할지에 대해선 말할 수가 없습니다. 힐러리가 되든 누가 되든 미국에 흑인 대통령이 나왔듯이 불원 여자 대통령이 나올 것은 분명합니다.”
  
—정치에서 배운 것은 무엇인지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사람들을 규합하는 기술입니다. 거기서 타협이 나오지요.”
  
—당신의 어려운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요.
  
“긍정적이 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당신이 저지른 과오를 가능한 한 많이 수정하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것을 얼마나 즐겼는지요.
  
“제작비 1억7000만 달러짜리 영화에 나오긴 처음입니다. 규모와 여러 면에서 내가 공직을 나와 만든 다른 영화와 완전히 다른 영화입니다. 이 영화 이전의 것들은 일종의 준비운동이라고 할 수 있지요. 비로소 이 영화로 서서히 다시 본격적인 배우가 되는 셈으로 다시 나의 과거 팬들을 불러모아야 합니다. 시간이 걸리겠지요. 그러나 꼭대기에 있는 것보다는 정상에 오르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재미있지요.” 


- 1984년 개봉한 〈터미네이터1〉은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공화당은 포괄적인 정책을 갖고 있어 이견 있어도 모두 참여 가능”

—아들 패트릭(22)도 배우가 되려고 한다는 말이 사실인지요.
  
“내 유전자 탓인가 봅니다. 그 아이는 자기를 주연배우라고 믿습니다. 100% 뚜렷한 안목을 갖고 있습니다. 내 주위의 사람들은 웃으면서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 아이는 자신만만합니다. 패트릭은 최근 데뷔영화에서 주연급으로 나왔는데 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USC에서 사업경영과 경제 및 마케팅 공부도 마칠 것입니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번 돈을 잘못 투자해 망했다는 것을 잘 알아요. 그러나 난 한 번도 투자에 실패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패트릭도 내 경험에서 배우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뛰어난 사업가예요. 피자가게를 비롯해 여러 가지에 투자했지요. 난 그가 자랑스럽습니다.”
  
—자녀들에게 어떤 충고를 합니까.
  
“아이들이 조언을 원하면 해주긴 하겠지만 그들 스스로가 생각하고 결정해야 해요. 내 아이들이 성공 열쇠가 무엇이냐고 나에게 물어오면 부모 말 듣지 말고 네가 정열적으로 느끼는 것을 하라고 말해 주겠어요. 요즘 너무나 많은 아이가 그냥 4년제 대학에 가서 졸업을 하고 나면 무엇을 할지 몰라 멍한 상태지요. 아무 계획 없이 부모 말만 들어서 그런 것입니다. 결정도 부모보고 해 달래요. 따라서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합니다. 부모는 힌트만 주면 돼요. 내 아버지는 야간 축구 코치였는데도 나에게 꼭 축구장에 가라고 하신 적이 없습니다. 단지 ‘나 오늘 코치 하는데 오고 싶으면 와라’고 하셨지요. 그러면 당연히 아버지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축구장엘 갔지요.”
  
—왜 공화당 팬입니까.
  
“로널드 레이건과 닉슨은 각기 캘리포니아 지사와 대통령이었을 때 강력한 환경보호책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깨달은 지도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공화당 역사상 가장 훌륭한 지도자도 테디 루스벨트였습니다. 언제나 공화당의 정책에 찬성하는 것은 아닌데, 공화당은 포괄적인 정책을 갖고 있어서 이견이 있는 사람들도 모두 참여할 수가 있습니다. 나는 언제나 충실한 공화당원으로 남을 것인데 그중에서도 극우파 쪽입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머지않아 당신이 없어도 컴퓨터로 당신을 만들어 연기하게 할 수가 있게 됐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실물 그대로 연기할 순 없어요. 이 영화 만드는 데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컴퓨터실에서 보낸 줄 압니까. 내 얼굴 표정과 턱의 선과 몸의 모든 부분을 컴퓨터로 스캐닝하느라고 수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컴퓨터로 내 연기나 표정을 나와 똑같이 만들어내기란 불가능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1984년 〈터미네이터〉 제1편의 나도 컴퓨터가 아니라 나와 체형이 거의 똑같은 보디빌더가 한 것입니다.”
  
—마침내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는데 그에 대한 소감이 어떤지요.
  
“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남을 돕기를 좋아하는데 당신이 무언가 필요할 때는 누구의 도움을 받는지요. 정신을 고양시키기 위해 명상이라도 합니까.
  
“나는 1970년대 1년 반 정도 명상을 하루에 두 번씩 했습니다. 영화 출연과 보디빌딩, 학교에도 가야 해 업무과다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때였지요. 그때 어느 사람의 소개로 명상센터에 가서 명상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를 아주 평온하게 만들어주더군요. 거기서 배운 것은 내일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고 오늘 할 일에만 정신을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그 뒤로 나는 이 신조를 지금까지 지키고 있습니다. 오늘도 이 인터뷰만 성공적으로 끝내자고 다짐했습니다. 너무 많은 일을 뒤죽박죽 섞어놓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내 생활의 첫째 신조입니다. 다음으로 나는 내 주위에 나를 진심으로 염려해 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친구와 애인과 자식과 가족들이지요. 언제나 나를 염려하고 후원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나는 받을 때보다 줄 때가 더 편안합니다.”


- 필자와 아널드 슈워제네거.

 

朴興津
⊙ 71세. 서울대 사범대 독어교육과 졸업.
⊙ 《한국일보》 기자, 인천과 이천서 교직. 《미주한국일보》 부장·편집국장 역임.
    現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LA영화 비평가협회(LAFCA) 회원.

월간조선 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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