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애 SM C&C 사장은 지난해 K팝(K-Pop)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포장(정부포상)을 수상했다. 송 사장은 “‘한류’가 ‘여행업’과 만나 엄청난 산업 발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경애 SM C&C 사장은 지난해 K팝(K-Pop)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포장(정부포상)을 수상했다. 송 사장은 “‘한류’가 ‘여행업’과 만나 엄청난 산업 발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7년. 누가 봐도 직원 정도로만 보였을 나이 25세의 송경애 SM C&C(SM엔터테인먼트의 여행전문 자회사) 사장은 여성 사업가가 거의 없던 시절 직원 4명으로 여행업을 시작했다. 인종차별보다 더 심한 남녀차별을 겪으며 우는 날도 많았다. 도로에서 여자 운전사를 찾아보기도 힘든 시절이었다.

송 사장은 호텔에서 근무했던 경험과 외국어 능력을 살려 외국인 전문 ‘이태원 여행사(Itaewon Travel Service)’를 차렸다. 1988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여행업에 진출하자, 송 사장은 ‘남들과 차별화 하겠다’는 생각으로 기업체 전문 여행 서비스를 개발했다. 회사명도 기업체 출장과 인센티브 관광을 뜻하는 비티앤아이(BT&I·Business Travel & Incentive Tour)로 바꿨다.

달랑 250만원을 들고 시작한 회사는 연매출 3228억원(2013년 항공권 판매 실적 기준)에 직원수 300명의 규모로 성장했다. 1만8000개의 국내 여행사 중 항공권 판매실적 상위 5위권에 들며 유럽, 중국, 일본 등 100여개국에 걸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수많은 여행사들 속에서도 선택받고 있는 비티앤아이의 경쟁력은 ‘고객만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회사의 가치가 ‘라이트 초이스(Right Choice)’입니다. 고객이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도록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떨어지지 않는 고품격의 최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초심을 지켜 온 결과, 처음 고객이 된 회사들이 지금까지 비티앤아이를 이용하고 있어요.”

한류와 관광 접목, 한류 관광 시장은 이제 시작
비티앤아이의 사업 분야는 크게 두 개로 나뉜다. 첫 번째는 주력 분야인 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 등 기업체 출장 전문 여행이다. BMW, 한국화이자제약, 코카콜라, 듀폰, 대림산업 등 국내외 기업들이 주 고객이다.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비티앤아이 설립 초기에 계약을 맺고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여행업계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두 번째 분야는 한류와 여행을 결합한 ‘한류 관광’이다. 비티앤아이는 2013년 초 SM엔터테인먼트사의 투자를 받으면서 한류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이때 회사명도 SM C&C(Culture & Contents)로 바꿨다.

“2013년 하반기부터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을 보러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인바운드 여행상품을 서비스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류’ 하면 일본이나 중국을 떠올리기 쉽지만 한 행사에 1만명 정도가 오는데 50~60개국의 관광객들로 구성됩니다. 유럽이나 중동, 동남아에서 많이 찾고 있습니다.”

현재 전체 매출에서 한류 관광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2% 정도다. 지난해 5~7%에서  두 배 정도 상승했다. 올해 중국 등의 규제가 풀리면 한류 관광 시장이 성장할 여지는 상당하다는 게 송 사장의 생각이다.

송 사장은 “한류 관광객 중 중국 관광객의 비중은 현재 5%인데, 3년 내 20~30%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패 척결을 위해 중국 정부가 면세점 쇼핑 한도액을 제한하는 규제를 펼치는 것에 대해선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쇼핑 한도가 제한되더라도 중국 관광객 수는 점점 늘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많이 쓰는 게 아니라 쓰는 사람이 많아지는 거죠.”

SM C&C의 성장세는 놀랍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10~20%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위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기업 같았다. 위기의 순간이 있었을까.

“위기의 순간을 꼽으라고요?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여행업이 외부의 환경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이잖아요. 외환위기 때도 힘들었고, 리먼 사태, 이번 메르스 사태, 환율 문제 등 각종 변수가 항상 도전과제를 줬어요. 외환위기 때는 많은 기업들이 무너졌지만 우리는 1년 전부터 대비를 했기 때문에 살아남았죠. 메르스 사태 때에도 모든 여행사들이 겪는 정도의 어려움이었고, 그 여파는 두 달 정도만 지속됐을 뿐 이미 매출은 회복하고도 남았습니다.”

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송 사장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긍정의 힘’ 덕분이라고 말했다. “긍정에서 ‘ㅇ’ 받침을 빼면 ‘그저’다. 긍정 없인 그저 그런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게 송 사장의 생각이다.

“처음엔 악으로 버텼어요. 사업을 시작했으니 어떻게든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일에 몰두하다보니 쓰러지기도 여러 번이었어요.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열 받을 일이 많았죠. 그러다가 나중엔 ‘긍정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옳고 상대방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 답이구나 했죠. 긍정 스위치를 ‘온(on)’ 하니까 여유도 생기고 제 주변과 직원들도 행복해졌어요.”

SM C&C가 성공한 여행사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에는 긍정의 힘과 더불어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송 사장은 “3000억원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고객과 열심히 일한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고객이 VIP라면 직원은 VVIP”라고 말했다.

송 사장이 가족친화 경영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간단하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그들로부터 ‘행복한 서비스’가 나오기 때문이다. ‘워킹맘’을 위한 탄력근무제는 기본, 키즈데이 행사, 부부의날 초청행사, 장기근속직원 부모님 효도여행 이벤트 등 직원들을 위한 제도를 만들고 실행하는 것이 송 사장의 주특기다.

송경애 SM C&C 사장은 “직원들이 행복해야 그들로부터 ‘행복한 서비스’가 나온다”며 “내가 펀(Fun)경영에 앞장서는 이유”라고 말했다.
송경애 SM C&C 사장은 “직원들이 행복해야 그들로부터 ‘행복한 서비스’가 나온다”며 “내가 펀(Fun)경영에 앞장서는 이유”라고 말했다.

“기부엔 무거운 의미 담을 필요 없어. 일상처럼 기부해야”
송 사장은 ‘기부 전도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숫자에 의미를 두고 기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2010년 남편의 50번째 생일(8월 28일)에는 2010만828원을 기부했고 11월 17일 결혼 20주년 기념일에는 2010만1117원을 기부했다. 두 아들의 생일에도 마찬가지다.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 가입한 첫 여성 CEO이기도 하다. 2011년 미국 포브스 아시아판이 선정한 ‘한국을 대표하는 기부 영웅 4인’에 꼽혔다.

“기념일에 기부하는 이유는 ‘오늘이 가장 소중하며 축복받은 날’임을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이들 생일이면 선물 대신 아이들의 이름으로 기부를 합니다. ‘받은 만큼 나눠주는 거야’라고 말하면서요. 

저에게 기부는 ‘즐거움’입니다. 기부에 ‘책임감’이나 ‘의무감’ 같은 거창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 없이 어깨에 힘을 빼고 일상처럼 해야 해요.”

송 사장은 기부를 시작할 때부터 소년소녀 가장에 관심이 많았다. 꿈과 희망이 가득해야 할 어린이들이야말로 조그만 도움의 손길만으로도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존재들이라는 생각에서다. 송 사장은 어린이재단 이사로 활동하며 ‘기부의 생활화’를 실천하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서 받았던 사랑을 다른 이에게도 나눠준다면 그거야말로 가장 큰 나눔이자 축복이 아닐까요.”

어린 나이에 창업을 한 덕택일까. 송 사장은 ‘창업’이 이슈화될 때마다 거론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송 사장은 “안 그래도 제가 일자리창출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준비가 안 된 창업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본인이 해 본 경험이 많고 그 속에서 배운 것이 있어야 창업을 하는 것이지 단지 ‘남 밑에 가서 일하기 싫다’ ‘청년은 도전해야 한다’는 마인드로 창업하는 것엔 동의하지 않아요. 사회에 나가서 시간을 갖고 조직이 무엇인지, 기업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창업을 해도 늦지 않다고 봐요. 저는 22살에 고등학교 때 일하던 피자·샌드위치 가게를 인수한 뒤 경영해 본 경험이 있고, 호텔에서 한 아르바이트도 여행업과 관련된 활동의 일환이었어요. 창업을 하더라도 적절한 시점이 있다고 봅니다.”

인터뷰 전, 송 사장 역시 과거에 비해 급증한 여행사 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여행 산업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그 반대였다. ‘진정한 의미의 여행 산업은 이제 막 싹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00년 이전에는 여행이라는 게 허니문 한 번 갔다 오면 끝이었잖아요. 요즘 젊은 친구들을 보면 매년 여행을 갑니다. 연세가 있는 분들도 마찬가지예요. 여행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됐어요. 당연히 시장 기회가 넘쳐나겠죠. 외국에서도 이제 더 이상 집과 차를 사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게 아니라 여행을 위해 돈을 모아요. ‘패키지여행’에서 ‘개인별 맞춤 여행’으로 바뀌어가는 여행 트렌드에 맞춰 시장에 대응하면 답이 나옵니다.” 

▒ 송경애 사장은…
1961년 생. 1984년 이화여대 졸(경영학), 1986년 미국 조지워싱턴대 회계·국제비즈니스·마케팅 과정 수료, 서울 신라호텔 마케팅 매니저, 1987년 BT&I 설립, 2007년 온라인여행사 투어익스프레스 인수, 2009년 호텔트리스 인수, 2010년 모범 여성기업인 대통령 표창, 2011년 미국 포브스 선정 ‘한국을 대표하는 기부영웅 4인’, 현재 SM C&C 사장·어린이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