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바이오의약품 성분을 실험하고 있다.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바이오의약품 성분을 실험하고 있다.

삼성그룹 바이오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닥과 나스닥 상장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생산을 맡은 바이오로직스는 삼성그룹의 신성장동력인 바이오사업의 양대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로직스는 내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주관사를 골드만삭스로 정하고 나스닥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재용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CMO)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2020년 CMO 세계 1위를 달성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1년 5월 3400억원을 들여 제1공장 착공에 들어가 2013년 12월 완공했다. 그해 10월부터는 7000억원을 들여 제2공장 건립을 시작, 지난 4월 완공했다. 1, 2공장을 합치면 배양액 용량 기준 18만ℓ 규모다. 국내 최대 시설이면서 전 세계적으론 3위에 해당한다. 누적투자액만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코스닥 수뇌부가 코스닥 상장 설득
11월 말 3공장 건설에 착공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출범 4년 만에 바이오 의약품 세계 3대 생산업체로 성장했다. 출범 초 50여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도 20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3월부터는 세계적인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와 로슈로부터 위탁받은 바이오시밀러를 1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막바지 성능점검 중인 2공장은 내년 3월 말이나 4월 초 상업생산에 돌입한다.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건물.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건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나스닥 상장만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내년 하반기 IPO를 통해 4공장 증설 등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였다. 나스닥시장이 코스닥에 비해 재무요건 등 상장조건이 유연하고 투자금 유치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또 나스닥에 상장하는 것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나스닥 입성을 앞두고 있어 바이오계열사 두 곳 모두 미국에서 상장한다는 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최근 한국거래소 수뇌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최고경영진에게 상장요건에 부합한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면서 코스닥 상장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승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 등이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과 김동중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만나 코스닥 상장 요건과 투자 이점 등을 상세하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형법인 상장요건에 부합한다. 이 경우 심사를 받아야 하는 기술특례상장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대형법인 상장요건은 3가지다. △설립 후 경과년수(3년) △이익규모(매출액 100억원 이상과 기준시가 총액 300억원 이상 중 한 가지 충족) △기업규모(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가 그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후 경과년수가 4년 6개월, 지난해 매출 290억원, 자기자본 7731억원, 예상 기준시가총액 10조원으로 상장요건을 모두 갖췄다.

거래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스닥 유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에 큰 활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하면 시가총액은 최소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선 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닥에 상장할 경우 코스닥 시총 1위인 셀트리온을 쉽게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할 경우 중소·중견 바이오 기업도 잇달아 입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산업 메카 선점 계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증시에 상장될 경우 다른 바이오·제약주의 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삼성그룹의 신성장 동력인 바이오산업의 과실을 국내 투자자들이 직접 누릴 수 있다는 명분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닥에 상장한다면 미래먹을거리인 바이오산업의 메카를 한국이 선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바이오시밀러…
원조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을 말한다. 일반적인 의약품은 화학적으로 복제해 원조약과 복제약 성분이 100% 똑같다. 하지만 바이오의약품은 생물학적 반응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원조약과 복제약 성분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시밀러(similar)’라고 한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신약을 복제해 동등한 품질로 만든다.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개발 기간이 절반 이상 짧고, 효능은 오리지널과 같지만 가격이 싼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