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2000년 재팬넷뱅크(Japan Net Bank)가 인터넷은행 1호로 문을 연 뒤 현재 8개 인터넷은행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이 중 1위는 2007년 출범한 일본 금융그룹 SBI홀딩스의 자회사 SBI스미신넷뱅크다. SBI스미신넷뱅크는 현재 3조3000억엔(약 33조원)의 자산으로 소니가 운영하는 소니뱅크(2조1000억엔), 전자상거래 기업 라쿠텐이 운영하는 라쿠텐뱅크(1조1000억엔)를 제치고 있다. 현재 계좌수는 250만개, 예금 잔액은 3조6000억엔이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SBI스미신넷은 71억엔(72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우리보다 10여년 전 시작한 일본의 인터넷은행은 아직 기존 은행을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성장하지는 못했다. 현재 일본 인터넷은행의 총자산은 13조엔으로 기존 은행들의 1.6%에 불과하다. 예금잔액은 총 10조엔으로 1.8%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일본 인터넷은행의 자산과 총예금 규모가 연평균 21%, 15%씩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올해 하반기 국내에서도 인터넷은행 출범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코노미조선>은 일본 인터넷은행 1위인 SBI스미신넷뱅크의 마루야마 노리아키(円山法昭·50) 대표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 일본은 한국보다 10년 먼저 인터넷은행이 태동했습니다.
“SBI스미신넷이 출범한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금융 거래가 활발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결제 편리성, 실시간성, 매력 있는 다양한 금융 상품에 대한 니즈가 있었습니다.”

- 일본에서 인터넷은행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인터넷은행은 지점 운영, 인건비 등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은행보다 비용 우위에 있습니다. 이 덕분에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 금리와 낮은 대출 금리, 수수료 절감 등의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줄 수 있지요. 인터넷은행 고객들은 굳이 은행 지점에 방문하지 않아도 전국 어디서나 24시간 금융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 일본에서 인터넷은행 이용자들이 아직까지 많지는 않은 상황인데 주로 어떤 분들이 이용하고 계신가요.
“아무래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20~30대 고객이 전체의 4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40대와 50대 비중도 각각 29%, 28%로 작지 않습니다. 남성이 상대적으로 많이 쓰고 있다는 것도 재밌는 점입니다. 고객 10명 중 7명은 남자입니다.”

- 일본에서 인터넷은행이 나올 수 있었던 데는 산업 자본도 100% 은행 자본을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1990년대 말부터 금융시스템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산업자본이 은행에서도 건전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산업자본이 은행을 운영할 경우 금융 인프라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란 공감대도 있었습니다.”

- 실제 일본 주요 인터넷은행을 보면, 금융사가 운영하는 SBI스미신넷뱅크뿐 아니라 소니뱅크나 라쿠텐뱅크처럼 산업자본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운영하면서 부작용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넷은행은 은행 면허 취득 과정에서 금융청(FSA)의 인가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때 사업 모회사로부터 경영의 독립성이 담보되는지를 중요한 요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은행 개업 후에도 FSA는 모기업이 경영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모기업의 리스크가 은행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차단되는지 끊임없이 확인합니다. 산업자본이 운영을 한다고 해서 부작용이 생길 틈이 없는 것이지요. 오히려 SBI스미신넷뱅크처럼 그룹 기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할 수 있어 금융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품은 무엇입니까.
“SBI스미신넷뱅크가 운영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예금’은 은행 예금이면서도 증권 업무를 함께 볼 수 있도록 한 상품입니다. 계좌에 잔액이 있으면, 그룹 계열사인 SBI증권에 별도로 입금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매수 여력이나 신용 거래의 신용 여력에 자동 반영됩니다. 현물 거래 매수대금이나 신용거래 필요 보증금, 현금인출 가능금액에도 충당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능 덕분에 전체 예금 잔액 중 3분의 1이 이 상품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2000년 10월 야후와 스미토모미쓰이은행이 합작해 설립한 재팬넷뱅크의 경우 ‘스토어 론’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상품은 인터넷쇼핑몰 ‘야후쇼핑’에 입점한 사업자들이 물품 구입 자금을 필요로 하는 경우 대출해주는 것입니다. 사업자가 결산서를 낼 필요가 없고, 야후쇼핑에서의 거래 상황만 가지고 대출 심사를 진행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담보나 보증인도 필요 없으며 모든 절차는 인터넷으로 가능합니다.”

- 인터넷은행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점포에 가지 않고 비대면으로 본인 인증을 하는 것입니다.
“고객 본인 확인 서류를 우편으로 받거나 일본 우편의 본인 한정 우편을 활용해 엄격하게 본인 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한국은 금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기존 은행들의 수수료가 낮은 편입니다. 인터넷은행이 큰 경쟁력이 없을 것이란 지적이 있습니다. 일본처럼 인터넷은행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지 궁금합니다.
“기존 은행과의 차별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각 인터넷은행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 참가자들의 장점을 살려 그룹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라면 좋을 겁니다.”


▒ 마루야마 노리아키(円山法昭)
일본 고베대학 경영학부 졸업, SBI카드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SBI모기지 최고경영자(CEO) 겸 COO, 현 SBI스미신넷뱅크 대표이사 사장 겸 SBI홀딩스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