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독창적인 혁신가의 요건은 무엇일까.
문득 스쳐가는 아이디어를 붙들고 끝까지 갈고 닦는 완벽주의?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추진력?
큰 성공을 위해 사소한 위험 정도는 무릅쓸 줄 아는 과감함?
애덤 그랜트(Adam Grant·34)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 교수는 이런 요건이 모두 쓸데없는 통념이라고 말한다.
애덤 그랜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의 사람들은 가능한 한 안정적인 길을 확보해 두고 다양한 방법의 실험을 할 수 있기에 오히려 실패 확률이 더 낮다”고 주장한다.
애덤 그랜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의 사람들은 가능한 한 안정적인 길을 확보해 두고 다양한 방법의 실험을 할 수 있기에 오히려 실패 확률이 더 낮다”고 주장한다.

애덤 그랜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 교수는 여러 면에서 연구 대상이다. 타이틀부터 화려하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우등 졸업, 미시간대 조직심리학 박사 최단기간 취득, 와튼스쿨 최연소 종신 교수. 와튼스쿨에서 4년 연속 ‘최우수 강의평가상’을 받은 이 젊은 교수는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대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교수’, 세계경제포럼(WEF) 선정 ‘젊은 세계 지도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 25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주니어 올림픽 대표로 발탁됐던 다이빙 선수, 프로 마술사라는 이색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지금 그랜트 교수는 ‘조직심리학의 마술사’로 불린다. 2013년 펴낸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그는 “각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은 자기 것을 우선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이에게 베푸는 데 능했던 사람”이라는 통찰을 제시해 주목 받았다.

이번에는 독창성(Originality)을 주제로 새 책을 냈다. <오리지널스(Originals)>다. 그는 이 책에서 ‘특정한 분야에서 독특한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발전시키는 능력’을 ‘오리지널리티’,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을 ‘오리지널’이라 부른다.

미국에서 출간 한 달이 채 안 된 신간이지만 뉴욕타임스, 아마존닷컴 등의 베스트셀러 순위 1~2위를 다툰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직접 서문을 써 저자에게 찬사를 보냈고, 말콤 글래드웰 등 세계적인 명사들이 앞다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국내에는 한경BP를 통해 한글판이 나왔다. 저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궁금한 점을 물었다.


‘오리지널’에 대해 연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와튼스쿨에서 처음으로 강의를 맡았을 때의 일입니다. 닐 블루멘털(Neil Blumenthal)이라는 학생이 나를 찾아왔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했죠. ‘세 명의 친구들과 온라인으로 안경을 판매하는 회사를 차릴까 합니다. 투자해보시겠어요?’ 나는 당시 미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누가 안경을 직접 착용해보지도 않고, 온라인으로 사겠습니까. 그래서 거절했습니다. 이들이 ‘오리지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그 친구들은 사업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도 않았고, 자신들이 낸 아이디어를 불신과 의심이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사업 시작도 오래 미뤘어요. 회사 자체가 웹사이트라고 하면서, 회사가 출범하기 하루 전날까지도 웹사이트를 만들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미덥지 못한 사람들이 세운 회사가 와비파커(Warby Parker)였습니다. 창립 7년 뒤 이 회사는 가치가 1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평가받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죠.”

뼈 아픈 판단 실패였던 셈이네요.
“그렇습니다. 이 실패 이후 왜 당시의 제 판단이 틀렸는지 궁금했습니다. 수많은 생각 속에서 ‘독창성(Originality)’을 발견하는 법을 어떻게 해야 배울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우리 스스로가 독창성을 발휘하는 ‘오리지널(Original)’이 될 수 있을까. 그 질문에서 이번 책의 주제가 나왔죠.”

책에 담은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가요.
“어떻게 창의적인 생각을 만들어 내느냐에 관한 책은 많아요. 그렇지만 그 창의적인 생각을 어떻게 실체가 있는 결과물로 발전시키느냐에 관한 가이드는 놀랍도록 적더군요. 지금 내가 하는 생각이 좋은 건지 아닌지 어떻게 해야 알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그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동료를 찾을 수 있을까. 행동해야 하는 적기는 언제이고 공포와 불안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조직에서 혁신적인 문화는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관한 책입니다.”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이 아닌 신중하고 늦게 행동하는 사람이 혁신가’라고 썼습니다.
“앞서 말한 와비파커 사건 전까지, 저 역시 ‘오리지널’이란 위험을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성공한 사람들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그 반대로 나타난 경우가 많아요. 성공하는 창업가의 대부분은 위험을 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을 예로 들 수 있습니까.
“가령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를 볼까요. 그는 스스로 학교를 그만둔 게 아닙니다. 결석이 너무 많아 그만둔 거죠. 그것도 중퇴한 게 아니라 학교 허락을 구해 휴학했고, 소프트웨어 판매 수익을 1년 정도 축적한 뒤에야 학업을 중단했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아 위험 부담을 최소화 한 뒤에야 이런 결정을 내린 겁니다.”

새로운 일에 모든 것을 거는 게 오히려 위험하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창업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쉽게 그만두는 위험을 감수하는 창업가들을 생각해보세요. 직장을 다니면서 창업을 취미처럼 시작하는 이들은 그런 위험 감수자들보다 실패할 확률이 33% 정도 적습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환경 덕분에 더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어떤 것이 효과가 좋은지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덕분에 창업가는 시장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빨리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을 덜 받게 됩니다.”

흔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일찍 눈을 뜨고 행동하는 선도자가 업계의 혁신을 이룬다고들 하는데요.
“‘선도자(the first mover)의 성공’이란 근거 없는 신화에 불과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50가지 산업 분야의 선도자 역할을 했던 기업, 즉 그 시장을 만든 기업의 47%는 실패했습니다. 반대로 누군가가 먼저 기반을 다진 시장에 정착한 기업 중에는 8%만이 실패했죠. ‘후발주자(late mover)’의 이점은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시장을 개척한 사람보다 좀 더 발전한 형태의 상품을 내놓기가 더 쉽다는 점입니다.”

‘꾸물대는 것은 생산성에는 악덕이지만 창의성에는 미덕’이라고 했습니다. 이유가 궁금합니다.
“해야 할 일을 빠르게 끝낸다고 생각해봅시다. 가장 확실하고 전통적인 아이디어로 접근하는 방법만 익히게 되겠지요. 그러나 일의 시작이나 마무리를 늦추면 오히려 더 다양한 방법을 떠올리게 됩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가 그린 모나리자는 16년 동안 작업한 작품입니다. 작업 기간 내내 그는 시각적으로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됐고 처음 고안했던 빛 모델을 변형시켜 작품 안에 녹여냈습니다. 그가 작품을 일찌감치 마무리하고 완성했다면 아마 나중에 배운 것들을 작품에 반영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럼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놀아도 창의성이 향상될 수 있나요.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작업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뒤, 의도적으로 작업을 미룬 경우에만 훨씬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왔죠. 작업을 진전시키지 않고 미룬 덕분에 하나의 전략에만 생각이 고정되지 않았고 더 다양한 방법을 떠올린 겁니다.”

‘많은 양의 아이디어가 질 좋은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독특합니다.
“보통 비범한 아이디어는 몇 안 되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완벽하게 갈고 닦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라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근거가 될 만한 사례가 있습니까.
“예를 들어 베토벤과 피카소는 동시대의 다른 예술가들과 비교할 때 ‘성공작을 낳은 확률’은 낮습니다. 단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을 만들었죠. 셰익스피어도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맥베스> 등 명작만 쓴 게 아닙니다. 그 사이사이에 <트롤리우스와 크레시다> <윈저의 즐거운 아내들> 같은 작품을 썼죠. 에디슨은 백열전구를 발명하던 시기에 철광 채굴을 위한 자석 이용법, 과일 저장법 등 실패한 아이디어도 숱하게 냈습니다. 많은 양의 아이디어를 내다보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선택권이 생기고, 진짜 ‘오리지널’을 시도할 좋은 기회가 생깁니다. 미국의 물리화학자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의 말을 빌자면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나쁜 아이디어를 버리는 것’이라는 겁니다.”

수많은 아이디어 가운데 ‘진짜’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경영자나 관리자는 사실 아이디어와 관련해선 형편없는 심판입니다. 보통 위험을 극도로 싫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실패할 이유를 찾는 데 집중합니다. 과거에 성공을 거둔 방법과 다른 점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죠. 그러나 비슷한 또래의 동료들은 이런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작습니다. 이들은 아이디어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고, 잠재된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 좀 더 열린 사고방식을 갖고 있죠. 그러므로 가능하면 동년배의 동료들로부터 솔직한 피드백을 받는 편이 좋습니다.”

아이들의 경우 ‘첫째보다는 둘째가 좀 더 창의적’이라는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사실 이 문제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주제죠. 그러나 많은 연구 결과가 첫째보다는 늦게 태어난 아이가 좀 더 위험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며,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대신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적극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여기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늦게 태어난 아이가 먼저 태어난 형제자매보다 더 똑똑하거나 힘이 세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늦게 태어난 아이가 주목 받기 위해서는 좀 더 창의적이 되는 방법밖에 없죠. 둘째로, 부모는 나중에 태어난 아이를 첫째보다 좀 더 자유롭게 키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먼저 태어난 아이를 기르면서 생긴 노하우 덕분이죠. 물론 이런 패턴이 늘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어린이들이 좀 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북돋우고 선택권을 준다면 태어난 순서에 관계없이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해내는 데 익숙해지도록 키울 수 있습니다.”

더 창의적인 생각을 길러주는 교육법을 추천해주십시오.
“교육자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내가 찾은 가장 유용한 방법은 아이들을 서로 다른 표현으로 칭찬하는 겁니다. 예전에는 학생이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면 ‘아주 창의적인 통찰이구나’라고 칭찬하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깨달은 건 그 통찰에 대한 칭찬을 아이의 정체성에 녹여낼 필요가 있다는 거죠. ‘와, 넌 정말 창의적인 통찰력을 지닌 아이구나’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창의적인 조직을 꾸리기 위해 최고경영자(CEO), 혹은 조직 인사 담당자가 적용해볼 만한 방법이 있습니까.
“나는 ‘회사 죽이기(kill the company)’란 표현을 좋아합니다. 직원들에게 물어보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를 망하게 할 수 있을까. 그런 뒤, 어떻게 하면 이런 위협을 막고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찾도록 합니다.”

혁신적인 사람은 세상을 바꿉니다. 하지만 조직원이 한 가지 문제에 대해 저마다 다른 시각을 가지면 그 조직이 망가질 위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해법이 있습니다. 브리지워터는 비판적인 의견을 서로 주고받기 위해 사내 모든 사람의 의견을 받습니다. 그렇지만 그 의견이 모두 같은 무게로 반영되지는 않습니다. 평소 각 분야에 대해 쌓아 둔 신뢰도에 따라 반영 비중이 달라지죠.”

그 신뢰도를 어떻게 측정합니까.
“브리지워터 직원들은 평소에도 끊임없이 서로에 대해 복합적으로 점수를 매깁니다. 다양한 측면에 대한 평가가 오갑니다. 고차원적 사고, 실용적 사고, 높은 기준을 유지하는 능력, 일의 우선순위 정립 능력 등 기준도 다양하죠. 직원에 대한 평가표는 수많은 직원이 낸 다양한 평가와 인사고과 자료를 총체적으로 고려해서 만들어집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직원마다의 특성이 드러납니다. 마치 점묘화에 찍힌 점 하나하나는 무의미하지만 그 점이 모여 형체를 드러내는 것과 마찬가지죠. 어느 직원이 어떤 영역에서 신뢰도가 높은지, 아니면 ‘주의해야 하는 인물’인지 말이죠. 그러면 한 직원이 의견을 낼 때 그 직원이 관련 영역에서 얻은 신뢰도 점수를 바탕으로 그 의견의 비중이 결정됩니다. 가장 설득력 있는 통찰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거죠.”

한국 기업 가운데 ‘오리지널’의 모범을 보인 사례를 꼽는다면요.
“혁신 측면에서는 삼성의 모바일 기기가 걸어온 길에 대해 높게 평가합니다. 삼성은 여러 면에서 애플이 걷지 않은 행보를 택했죠. 대형 스크린을 장착한 휴대전화를 만들고, 한 번에 여러 개의 앱을 가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요. 이처럼 기존 성공법에 순응하지 않는 독창성을 발휘하는 기업과 인재들이 더 나와야 합니다.”

다음 연구 주제로 생각하는 건 어떤 겁니까.
“어떻게 하면 리더들이 미래를 더 잘 예측할 수 있느냐를 알고 싶습니다. 물론, 앨런 케이(Alan Kay)의 말처럼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긴 하죠. 바로 그 이유 때문에라도 우리는 더 독창적인 사고를 해야 할 겁니다.”


“어떻게 하면 회사를 망하게 할 수 있나” 창의성 부르는 ‘뒤집기 한마디’의 힘

애덤 그랜트
1981년생, 하버드대 심리학과 졸업, 미시간대 조직심리학 박사, 노스캐롤라이나대 부교수, 2009년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 교수 취임, 2011년 와튼스쿨 사상 최연소 종신교수 임명. 와튼스쿨 수강생 강의 평가 4년 연속 1위, 비즈니스위크가 뽑은‘가장 사랑받는 30대 교수’, 세계경제포럼(WEF) 선정‘젊은 세계지도자’,‘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 25인’중 한 명. 구글, 골드만삭스, 픽사, 세계경제포럼, 유엔, 미국 육군과 해군, 미식축구연맹(NFL) 등에서 강연. 저서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 <오리지널스(Originals)>.